사랑하는 딸에게
길을 걷다 산부인과를 지날 때면 너에게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던 엄마의 신음과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던 너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아빠의 귓가에 들려와. 세상으로 나온 너를 보던 순간 아빠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은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고, 힘겨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너는 막연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누구보다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던 것 같아.
거실에 있을 때면 두 발로 일어서기 위해 통통한 두 손으로 TV거실장을 꽉 붙들고 다리에 힘을 줘 무쇠처럼 단단하게 하여 서 있던 너의 뒷모습이 그려져. 공원에 가면 아빠 손을 꼭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던 너의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아빠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차게 돼. 네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때면 뭐가 그리 간지러웠는지 이가 막 자라려고 하는 잇몸으로 식탁 모서리를 갉아대던 아이가 생각나 절로 미소 짓게 되지. 초등학교 옆을 지날 때면 커다란 가방을 등에 매달고 학교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던 키 작고 사랑스럽던 아이가 보이고, 병원에 갈 때면 화장실을 못 가는 게 걱정되어 갔던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가스를 내뿜으며 실실 웃고 있던 네 모습이 떠올라.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 우리 딸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빠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엄마도 그럴 테지.
그 사랑스럽고 귀여운 꼬마가 어느새 훌쩍 자라 중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다니 느린 듯 빠른 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놀랍구나. 우리 딸이 엄마가 만들어 준 작고 포근한 집에서 살고 있을 때 그리고 세상에 나와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있을 때 아빠는 조그맣고 애틋하게 소망했어. '밝고 건강하게 자라 줘. 마음이 따듯한 아이가 되렴.' 지금 너의 모습을 보면 아빠의 소망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자라줘서 고마워 딸. 넌 아주 잘 해내고 있어.
이제 우리 딸이 조금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구나. 너의 소중한 미래를 우리 가족이 깊게 고민하고 의논하여 함께 밝혀 나갔으면 좋겠어. 어쩌면 생각이 달라 갈등할 수도 있을 테고, 표현이 서툴러 서로에게 상처를 줄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 딸의 미래를 더욱 희망차고 생기 있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말이야.
아빠는 우리 딸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맞이하게 될 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너의 길을 만들어 갈 거라 믿어. 언제 어디서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너의 온 마음을 감싸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봐. 너 자신을 믿고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 줄 거야. 두려워하지 마.
소중한 우리 딸!
아빠는 우리 딸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의 응원단장이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너의 인생을 힘차게 응원할게. 사랑한다.
2024년 11월 21일 너의 생일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