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의 “북핵, 미국 아닌 남한 겨냥한 것” 인터뷰를 보고
태영호는 최근의 북한의 핵개발의 목적을 한국 타격에 있다는 인터뷰를 하였다. [1] 허나 이 인터뷰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태영호의 주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핵무기의 개발 그 자체로는 남한 타격이 목표일 수 있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의 전제를 취소하고, “2013년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은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한국이라는 실체 자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한국군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인터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확장하며, SLBM의 전략적 기능을 완숙 단계까지 확장하려 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한국 용도라면 현재의 Scud 전력과 노동 전력으로도 한국은 방어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가진다. 굳이 목적 외의 기능을 충족하기 위해서 미사일을 개발하며,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른바 인접 국가를 겨누기 위한 목적에서 핵을 개발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않는 핵개발국가들이 이 정도로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체제를 갖추려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과정을 유사하게 보이는 국가를 찾는다면 인도인데, 이는 인도가 기본적으로 자력방위를 채택하고 있으며 또한 그 타격 방향을 중국 동부 해안지대로 잡고 있는 탓이 크다. 엄밀히 말하면 인도의 핵 투사 대상은 인접국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의 유사성을 북한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목적을 행태의 유사성을 가지는 인도가 아닌 오히려 행태의 상이성을 보이는 이스라엘과 이란, 남아공과 같은 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더 많은 설명을 보여야 한다.
둘째는 인터뷰 본문에서도 태영호의 주장이 꼬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영호는 “북한 정권은 어느 한순간도 대남적화통일 목표를 변경시킨 적이 없다”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군 병력의 증원을 차단해야 하는데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개입 여부를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 핵”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목적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의 핵무기의 목적은 대미 억지라는 설명이 된다. 즉 엄밀히 말하면 북핵이 지향하는 바는 한국이 아닌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제공할 확장억지를 차단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태영호가 뒤에 이어서 설명하였듯이, 북한과 한미동맹의 군사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핵개발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이 설명이야 말로 북한의 핵이 투사 영역이 한반도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한국을 겨누기 위해서만 작동한다고 설명하지 않으며 실제로 핵억지를 통한 대미억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태영호의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북핵 불감증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이해를 하지만 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부적합하며, 동시에 자신의 인터뷰 내에서도 논지가 꼬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언론 기사가 안보문제를 얼마나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를 보도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터뷰이다. 태영호의 목적이 선의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설명이 논리적인 북한의 핵개발을 설명하는 데에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언제나 정보와 증언을 다룸에 있어서는 조심해야 한다. 내부자의 발언도 결국 하나의 자료이지 그것이 완전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위탈북자의 발언도 그리 쉽게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1]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7/01/22/201701220017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