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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Mar 31. 2016

#4. 고된 노동의 대가

파슈파티나트 화장터 아이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




종일 강에서 동전을 모아 봐도 15루피가 채워지지 않아 밥을 사 먹을 수 없을 때는 시체를 태우고 버려진 장작을 강물에서 건져내는 일을 해요.

불이 잘 붙도록 장작에 버터와 기름을 뿌리고 시체를 태우면 서너 시간 후 시체가 말끔히 다 타고 재만 남는데 재와 함께 타다 남은 장작도 함께 강물에 쓸어버리죠.

그러면 우리는 리어카를 끌고 가서 물에 젖은 장작을 하나씩 건져 올려요.

물에 젖은 장작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세요? 장작 한 덩이도 무거운데 그런 장작으로 리어카를 가득 채워야만 60루피 정도를 받을 수 있어요. 젖은 장작은  말려서 근처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구울 때 재활용되지요.

무거운 리어카를 혼자 끌 수 없어 다른 친구 녀석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데 둘이 강바닥에 가라앉은 숯을 반나절 이상 건져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죠.



가뜩이나 물이 차가워져 잘 씻지 못해 더럽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숯덩이들을 모으고 나면 옷이 다 젖은 데다 온통 검댕이를 뒤집어쓰니 숯덩이가 나인지 내가 숯덩이 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져요.

이렇게 힘들게 숯덩이들과 씨름해 돈을 벌어 오면 뿌자 녀석은 과자 사달라, 사탕 사달라며 떼를 쓴답니다. 정말 머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참, 녀석 머릿속에 가득한 게 있기는 하죠. 머릿니가 아주 득시글거리고 있거든요. 

저야 동전 낚시를 할 때나 이렇게 숯이 된 장작을 모으는 일을 할 때 할 수 없이 물에 들어가야 하니 억지로 라도 씻게 되는데 녀석은 어려서 그런지 물이 몸에 닿는 걸 끔찍이 싫어해요.

이가 너무 많아 긁어대느라 잠을 설칠 때는 면도날을 구해 녀석의 머리를 빡빡 밀어주지요. 

그러면 자기도 꼴에 계집애라고 화장터에서 주운 분홍 손거울에 계속 얼굴을 비춰 보고는 여기는 이렇게 밀어라, 거기는 그만 밀어라 하며 잔소리를 해대곤 한답니다.

엄마는 이렇게 귀찮은 아이를 왜 낳았나 모르겠어요. 

얼마나 귀찮으면 아직 네 살 밖에 안 된 여자애를 나한테 맡기고 나 몰라라 하고 다니겠어요..?



숯덩이도 잘 모이지 않을 때는 죽은 자가 생전에 입던 비단 사리나 바지 같은 옷가지를 가족들이 강물에 띄워 보낼 때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건져 올려 장물아비 할아버지한테 팔기도 하지요. 

옷이나 비단을 팔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완전히 날로 먹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흥정하러 갈 때는 친구들 서 너 명과 함께 가서 기선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하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흥정을 시작하면 그래도 아주 어이없는 금액을 부르지는 않거든요.


길고 푸른 비단 사리를 들고 달려가요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태양 속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화장터 불꽃 아래

푸른 비단 사리는 바다 빛깔처럼 넘실거리고

오후 한 때의 커다란 물결은

밥이 되고 사탕이 되는 따뜻하고 달콤한

죽은 이가 우리에게 보낸 선물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한가로운 오후의 시간이 가장 행복하게 느껴져요.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이, 배고픔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강물과 이곳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물결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순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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