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가족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는 과달루페 네텔이 24년 출판한 도서로, 24년 국제 부커상 수상 후보작이며 국내에서는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로 선정되었다. 부커상 특성상 인간의 삶을 관철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책 속에 함유되어 있는데, 주로 페미니즘, 모성, 인간 생명 존엄성과 윤리적 허용 범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의 서술자인 라우라와 그녀의 친구 알리나. 두 사람은 강경하게 비혼 비출산을 외치며 두 손을 맞잡았다. 연애는 하되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던 그녀들에게는 시간이 지나자 변화가 찾아온다. 라우라는 여러 번의 연애 끝에 지쳐 혼자의 삶을 택하며 나팔관을 묶는 수술을 했고, 알리나는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을 하며 출산을 원한다. 하지만 알리나에게 찾아온 아이는 뇌가 없는 아이로, 출산을 하면 바로 죽을 것이란 진단이 내려진다. 그렇게 아이가 없는 것처럼, 바로 잊을 것처럼 하루를 보낸 그녀에게 불행의 씨앗이 내려진다. 이네스가 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나는 애초에 없는 아기라 생각했기에 장례를 예약하고, 마지막으로 보고 잊으려 했다. 그래서 살아내려고 하는 이네스에게 그녀는 생명에게 가져서는 안 될 이물감을 느낀다. 삶에 대해 절망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때 검은색. 그저 빈칸뿐인 알리나에게 희망을 건네주는 이가 등장한다. 주치의 마를레네는 그녀에게 비밀을 약속하며 조용히 이네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을 건넨다. 이 약은 잠들다 죽게 하는 약으로 투약해도 아무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이제부터 선택은 알리나의 몫이다.
삶의 절망을 맛보는 알리나를 보며 라우라는 생각에 잠긴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뿐 모두 알리나에게 모성을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라우라는 옆집에서 소리를 지르는 니콜라스를 알게 된다. 니콜라스는 가정폭력 아래에서 자랐기에 엄마에게 2차 학대를 가하고, 엄마는 지쳐버려 무기력의 상태가 된다. 라우라는 묘한 동정심에 이끌려 니콜라스를 케어하기 시작하는데, 라우라는 아이가 없는데도 니콜라스에게 잘해주는 자신을 보며 어리둥절하지만, 이게 모성이었음을 훗날 이네스를 보고 다시 느낀다. 그러면서 출산을 하지 않아도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돌봄을 자행하는 모든 행위가 모성이라 다시 정의한다.
‘모성’이란 무엇일까? 흔히 모성은 아기를 가진 그 순간부터 강요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성은 아기가 태어나고부터 발생되기도 하고, 키우면서 사랑이 전달되면서 서서히 발생된다. 모성 없이는 수유가 불가한 경우도 있다. 즉, 모성은 강요되지 말아야 한다. 알리나가 이물감을 느낀 것처럼 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하고, 조절이 어려운 이 시기에 모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처사다. 비장애인 아기가 태어나도 힘든 육아가 장애아이면 난도가 더 올라간다. 하지만 알리나의 경우처럼 시한부 선고도 아닌 사망 선고를 받은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떨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내가 알리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에게 모성이란 어떤 의미로 정의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