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바른 Nov 11. 2018

오늘의 사물 : (동생의) 텐텐





 태어나 처음 텐텐을 먹었다. 동생의 텐텐. 몰래 먹은 건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허락을 맡았다. 그녀는 쿨했다.

 껍질을 뜯어 입에 넣으니 말랑말랑, 씹는 느낌이 좋다.


 오물오물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 나도 이거 먹고 키 커야지!


동생이 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다 이런다.

 - 지금도 클 수 있어?

 

 당연하지!! 라고 말해놓고 괜히 머쓱한 이십 대 후반.


 일 년 전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어느 글의 댓글에는 유년기 한 번쯤 먹어본 텐텐에 대한 공감들이 가득했다.


 나 빼고 텐텐 다 (먹어본 적) 있어...

 

 난 어릴 때부터 키가 큰 편이었다. 유치원 때의 사진 속에서도 우뚝,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생 때까지 웬만한 남자애들보다 컸다.

 고등학생 때부터 남자애들이 날 역전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자 중에서도 큰 편이었다.

 맨 뒤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뒷통수들을 보는 게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되어, 여전히 누군가의 앞에 서는 일은 약간 낯설다. 아, 그래서 내가 텐텐을 안? 못? 먹었던 건가?

 

 



 길쭉한 통 안 가득 들어있는 텐텐이 부러워, 튼튼하고 쑥쑥 컸던 예전의 내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사물 : 주머니 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