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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른이 Jul 12. 2021

로이반트사이언스–오픈이노베이션의 상징, 반트들의 모험

바른이 이돈구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처 : Shutterstock

‘바이오’라는 키워드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시대에 도달하였지만, 관련 기술이 시장에서 상업적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년 수많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신약개발의 꿈을 갖고 출범을 하지만, 품목허가의 문턱을 넘는 곳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바이오텍에게 품목허가란 M&A 외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의 유일한 매출창출 방안이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10,000 대 1 정도로 매우 희박하다. 

상업화에 가까운 단계일수록 연구개발에서의 유효성 입증과 시장진입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함과 함께 투입되는 연구개발비 또한 급속도로 늘어난다. 간혹 그 문턱 앞에서의 실패는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 상처를 남기며 기업의 연속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단 1회의 연구개발의 실패 위험은 스타트업, 코스닥/코넥스 상장사들이 단시간에 몰락하는 계기를 가져오기도 하며, 관련 또는 유사 기술의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시장적 시선이 따가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은 개념검증과 초기 임상시험 정도에서 안전성 입증까지를 위해 개발에 착수하고, 후속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가 이끌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도 수십개의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약효 부족, 경쟁물질의 허가, 다른 질병에서의 효과로 인한 개발방향 재설정(Repositioning) 또는 재원적 리스크 등 파이프라인을 포기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틈새 시장에 진입하도록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이 로이반트사이언스(Roivant Sciences)다.


로이반트, ‘NRDO’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끌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전환(DT) 기술 등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특히 버려진 신약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자회사를 통한 임상시험과 마케팅으로 상업화를 추구하는 점이 이들이 독보적인 이유다. 초기연구를 기반으로 전임상부터 임상시험까지 운영하는 전통적 바이오텍이 아닌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발과 상업화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모델을 창출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트’는 마치 레고블럭처럼 로이반트사이언스를 구성하고 있는 자회사들을 일컽는다. 평균 약 10개 이상의 자회사 반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반트가 탄생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악소반트사이언스, 피부질환 중심의 더마반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관련 데이터반트, 희귀질환 대상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루반트, RNA치료제 분야의 진반트 등이 있다.  


로이반트사이언스 자회사 ‘반트’

이들의 성과는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고, 바이오 산업은 이들과의 파트너를 갈망하고 있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2019년 일본 제약회사인 스미토모 다이니폰(Sumitomo Dainippon Pharma)과 약 3조원 규모의 딜을 체결하며 자회사 5개의 경영권을 넘기고, 스미토반트(Sumitovant Biopharma)로 재출범하였다. 국내 대기업인 SK 또한 바이오 신약에 관심을 높여가며 로이반스사이언스와 손잡았다. 2020년 약 2,2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자회사에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IPO, 로이반트의 ‘중간성적표’ 될까

이들의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로이반트사이언스는 2014년 설립 이후 7년만인 올해 하반기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반트의 상장후 기업가치는 8조 1,825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미국 바이오기업공개(IPO) 사상 최고기록인 모더나와 유사한 급의 밸류에이션이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그럼 바이오 기업인가, 투자 기업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둘 다 해당한다. 실제 로이반트의 이름은 ROI(Return on Investment)와 Vant(인도말로 전문가)를 합친 표현으로 ‘투자수익은 내는 전문가’란 뜻이다. 

비벡 라마스와미 / 출처 : 위키피디아

이 배경에는 창업가인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가 있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수석졸업 했지만 당시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청년 창업 및 투자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여 카프만재단에 매각한 경험도 있다. 지루한 연구보다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큰 포부로 금융시장에 발을 담구며 뉴욕 헤지펀드인 QVT파이낸셜에서 첫 시작을 하며 본인의 바이오 기술지식과 금융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라마스와미는 C형 간염 치료제 개발기업인 파머셋을 발굴하여 해당 기업의 주식을 5달러에서 매수하여 137달러에 매각하여 QVT파이낸셜에게 많은 수익을 안겨준 것이다. 

나이 29세, 많은 이들이 사회경험을 시작할 나이에 라마스와미는 로이반트사이언스를 설립하였다. 같은 해 첫번째 자회사인 악소반트사이언스를 설립하고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러한 성공신화를 일군 바이오 산업의 유일한 유니콘 기업이지 않을까 싶다.


로이반트, 국내 기업과 협업은 어느 정도?

국내 많은 기업들이 로이반트사이언스와 손을 잡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이들 뒤에는 바이오산업부터 제약, 생산 및 더 나아가 금융시장까지 방대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과 전략적 제휴, 직간접 투자, 라이선스 계약은 모두가 원하는 꿈 아닐까? 

반트들이 매각되며 새로 설립되고, 바이오지만 마치 우리 생활 속 IT 기업처럼 빠르게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게 로이반트사이언스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혁신에 놀라 취해 있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성공으로만 갈 수 없듯이 로이반트사이언스 역시 리스크를 갖는 투자자들이다. 자산을 매수하여 개발이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은 천재 투자자인 라마스와미와 유능한 반트 경영진의 신약 선별안을 통해 골라진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끌고 있지 않은 것인가 싶다. 


잠자고 있는 국내 바이오 신약기술들에게도 이들은 관심이 높다. 실제 국내 VC부터 바이오 산업까지 네트워크를 많이 구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매년 글로벌 최대 헬스케어 컨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에서도 이들의 발표와 파트너링을 하고자 줄을 있는다. 기술판매를 성공적으로 중개해줄 수 있는 ‘반트’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 치료제도 가운데 ‘반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다음 성공을 이끌어줄 기술은 무엇일지, 우리는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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