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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May 01. 2022

민들레가 건네준 응원

수많은 가능성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어


올봄은 유난히 피어나는 모든 것들에 눈길이 갔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잎으로 풍성해지는 잎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설렜고, 자그맣게 움을 트는 꽃봉오리를 보며 피어날 꽃들이 상상되어 흐뭇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 이번 봄의 큰 즐거움이었다.


민들레도 그 즐거움 중 하나였다. 잠시 나와 산책을 할 때,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 어두컴컴한 늦은 밤길에도 민들레가 자꾸 눈에 밟혔다. 길거리에서 친한 이를 만난듯이 그렇게 매일 눈으로 민들레의 안부를 물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민들레가 어떻게 자라나는 아이인지 몰랐다. 그냥 바람에 날아 온 홀씨가 뿌리를 내려 어떤 부분은 꽃이 되고 어떤 부분은 홀씨가 되는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번 봄날에 바라본 민들레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피어나고 지고 있었다. 29살 인생 처음으로 민들레의 여정을 알게 된 날이었다.


자랄 수 있는 최소한의 흙이 있다면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게 민들레다. 그래서인지 이곳저곳 다양한 모양새로 민들레가 자라고 있었다. 여전히 잎으로 존재하는 아이, 이제서야 꽃을 피우는 아이, 어느덧 풍성한 홀씨가 되어있는 아이까지 자신만의 시간대로 자라나고 있었고 그때즈음 민들레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꽃도 아니고, 홀씨도 아닌 아이를 봤는데 그게 바로 꽃에서 홀씨로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민들레는 꽃이 피었다가 질 때 꽃 아래에 씨방이 있어서 뒤이어 홀씨가 자라나는 신비로운 꽃이었다.


항상 꽃이 질 때면 괜시리 쓸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 봄에 민들레를 보며 전혀 다른 마음이 들었다. 피어난 꽃보다 더 많은 홀씨를 만들어두고 떨어지는 꽃. 그리고 그 홀씨들은 가만히 피어있던 민들레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 과감히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꽃을 피어낼테다. 그 여정이 마음에 하나하나 와닿으며 큰 응원처럼 느껴졌다.


자주 여태 살아왔던 것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조금은 울적한 마음이 들었던 나였다. 그런 내게 올봄 민들레가 다가와 큰 용기가 되어주었다. "너가 지금껏 피워냈던 것들보다 더 멋진 일이, 더 많은 기쁨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어디서든 넌 그걸 피워낼 수 있을 거야."


닿는 곳이면 어디든 피어나고, 꽃이 지고 난 후에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자라나는 민들레처럼, 조금 더 자유롭게 과감히 지내보려 한다.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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