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직전, 분노를 자녀에게 돌리지 않는 감정 멈춤 코칭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차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낸 하루의 끝에 남은 건, 내가 알던 열정적인 교사의 모습이 아닌 지독한 피로와 정돈되지 않은 감정의 잔해들이었습니다.
교사인 저조차 숨 가쁜 하루 끝에 이토록 마음이 휘청이는데, 24시간 아이의 곁을 지키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감히 짐작해 봅니다.
특히 발달장애라는 특별한 여정을 아이와 함께 걷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인내’는 때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막막한 일일 것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과 반복되는 일상은 부모님의 에너지를 순식간에 고갈시키곤 하죠.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님을 만나며 제가 깨달은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우리가 '나쁜 부모'나 '부족한 교사'여서가 아니라, 단지 우리 마음의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는 SOS 신호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저는 그 분노라는 집어삼킬 듯한 파도 앞에서, 부모님과 저 자신을 함께 구할 수 있는 '감정 멈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분노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죠.
턱이 꽉 다물어지거나, 어깨가 경직되거나,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골든 타임'입니다. "아, 지금 내 마음의 경고등이 켜졌구나." 이 짧은 자각이 분노의 폭주를 막는 첫 번째 브레이크가 됩니다.
분노가 뇌를 장악하는 시간은 단 몇 초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아이에게 말을 내뱉는 대신, 저는 화장실로 향합니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거나, 베란다 밖 먼 하늘을 보며 세 번의 깊은 호흡을 내뱉습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지금 마음이 조금 힘들어서, 잠깐 숨 쉬고 올게"라고 말해줍니다.
이것은 회피가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격리'입니다.
분노라는 가면을 벗겨내면 그 뒤에는 '피로', '좌절', '무기력', 혹은 '두려움'이라는 민낯이 숨어 있습니다.
"내가 지금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난 걸까, 아니면 어제 잠을 못 자서 너무 지친 걸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 하나가 날 선 감정을 무디게 만듭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고통을 아이라는 가장 약한 고리를 통해 배출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결국 폭발해 버렸다면, 자책의 늪에 빠지지 마세요.
자책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다음 폭발의 불씨가 됩니다.
대신 아이의 눈을 맞추고 사과하세요.
"엄마가 소리 질러서 무서웠지? 미안해.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마음 조절이 안 됐어."
부모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은, 아이에게 그 어떤 교육보다 위대한 '정서적 모델링'이 됩니다.
분노 조절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반복해서 익혀야 하는 '기술'입니다.
오늘 한 번 멈추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평온함이 아이에게는 가장 안락한 집이자, 최고의 치료제입니다.
오늘도 폭풍우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모든 부모님께, 제 글이 작은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