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느 밤, 잠든 아이의 얼굴 위로 후회가 툭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참지 못했구나."
낮 동안 아이에게 쏟아냈던 날카로운 말들, 지시와 통제로 가득했던 대화들.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수학 문제를 하나 더 맞히는 것보다 아이의 인생에 훨씬 중요한 것은 사실 따로 있다는 걸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돌볼 줄 알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단단한 내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그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꺼내어 보여줘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부모인 우리조차 서툰 '감정표현'. 오늘은 그 서툶이 진심이 되는 연습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이에게 거친 말이 나가려 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안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내 마음의 날씨는 어떤가요? 먹구름이 낀 피로인가요, 아니면 천둥이 치는 불안인가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정서발달 가이드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평온을 되찾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내가 내 마음을 먼저 알아줄 때, 비로소 아이의 마음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너는 왜 늘..."로 시작하는 말은 아이의 마음 문을 굳게 닫게 만듭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상황만 담백하게 묘사해 주세요.
"거실에 장난감이 흩어져 있네."
비난이 빠진 자리에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생깁니다.
하버드 대학교 아동발달센터의 연구는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교감이 뇌 구조를 바꾼다고 말합니다.
"너 때문에 화나"가 아니라, "엄마는 걱정이 돼"라고 '나'를 주어로 말해 보세요.
부모가 자신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아이는 비로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법을 배웁니다.
아이가 짜증을 낸다면 그것은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더 놀고 싶은데 그만해야 해서 속상했구나?"라고 그 마음을 그대로 비춰주세요.
수용받은 감정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가 됩니다.
감정이 정리되었다면 이제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세요.
"지금 정리할까, 아니면 5분 뒤에 같이 할까?"
작은 선택들이 모여 아이의 책임감과 자율성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부모 교육 서적을 쓴다면 저는 이 말을 꼭 첫 페이지에 적고 싶습니다.
"감정표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하는 연습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을 건네려 노력하고, 실수했을 때 아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넬 줄 아는 부모가 있을 뿐입니다.
그 연습의 과정 속에서 아이는 세상을 살아갈 가장 강력한 무기인 '단단한 자존감'을 선물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따뜻한 감정의 이름을 하나만 불러주세요.
"네가 옆에 있어줘서 참 행복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