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열매글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암 Jan 22. 2024

우리가 친구라 말하려면

열매글방(1/19) : 후회

“두 분은 친구인가요?”라는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직장동료를 넘어서는 관계가 생기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그것이 그 사람이라서 정말 기쁘다고 생각하면서도 과속방지턱을 만난 것이다. 나 혼자만의 우정일 수도 있잖아.


망설인 것은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이유는 서로 다른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친구라는 건 나이가 같다는 질문이야?”라고 되물은 건 정말 질문한 사람의 의도를 확인한 걸까? 아니면 망설여버린 그 순간을 부드럽게 넘어가기 위한 말이었을까?


일로 만난 우리는 ‘직장동료’라는 고무줄을 잡고 마음껏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자주 이 선을 당겨도 되는지 묻고 답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답답한 회사 생활에 숨구멍이 되어주는 메신저 대나무 숲.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다. 하루 종일 재잘대는 나는 우리가 주로 메신저로 이야기해서 다행이라고 자주 생각한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 귀에 피가 날지도.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사람이 품 넓은 누울 자리라는 걸 알아보고 제멋대로 다리를 뻗어버린 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으면 언제나 저는 여기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니까.


멈칫하는 것도 잠시, 그 사람이 “우리는 친구지!”라고 먼저 대답해 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함께 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 것을 여러 번 후회했다. 이 후회는 제법 진한 자국을 남겨서 덕분에 내가 진짜 망설인 이유를 찾았다. 나는 누군가와 친구라고 정의할 때 상호동의가 아니라 상대의 허락을 구하는 사람이라는 것.


심리상담 선생님이 ‘현무암 씨가 왜 이렇게까지 관계를 힘들어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다음 상담에는 답을 드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폐 끼치지 않고 살다 가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