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 열매글방 송년모임
연말에 그 해를 찬찬히 되돌아본 적이 있었나. 지나간 시간을 흘깃 쳐다보면 괜히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것만 보여서 툭툭 덮어두고,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하다가 아득해지기만 했던 것 같다. 금세 묻어두게 될 목표들을 나열하며 앞으로는 다를 거라 위로할 뿐. 포기의 이력을 더는 만들고 싶지 않아서 2년 전부터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애쓰며 사는 성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래도 전보다 나를 덜 괴롭히고 있지 않을까, 확신은 아니고 짐작한다.
돌아보니 2024년에는 개인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그들에게 마음을 조금 더 내보였다. 나에게 필요한 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잠시 멈출 용기를 얻었다. 경제적 안정이 가져온 알량한 용기일지 모르지만. 휴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두 달 간의 고민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어렵게 낸 시간 동안 잘 멈춰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3개월이 필요했다. 정확하게는 111일의 휴식 기간 중 91일이 지난 오늘에야 조금 가벼워졌다. 남은 20일은 하루에도 수십번 변하는 마음을 잘 다잡아 조금 더 멈춰있을지 다시 한번 걸어볼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는지 생각하다가도 자주 웃었다. 가끔 내 얼굴을 만져보면서, 내 표정을 읽어보았다. 덕분에 돌멩이에 눈, 코, 입을 그려보거나, 손으로 느낀 감정을 글로 옮겼다. 내가 하는 말과 짓는 표정이 진짜 나인지 아직 헷갈리는 순간이 많지만, 방금 지나간 시간의 내가 조금 낯설게 느껴져도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냥 다 괜찮을 거라 말해주는 목소리에 기대어, 두 발을 딛고 서 있어 보기로 했다.
내 안에 자리한 타인들을 비워내며 발견한 공허에서는 소설이라 불러야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한 편 나왔다. '문단속 연습', 그 이야기에 여전히 주인공보다 타인의 마음이 더 자세히 다뤄진 것이 아쉬워서, 덮어두고 가끔 떠올린다. 초고의 마지막 신(scene)을 쓰던 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가 타인에게 원하는 것은 '존중'이며, 그 정체를 찾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약 없이 살아가다 문득 알아차리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나도 단단히 닫힌 문을 믿고 평안에 이를지도.
툭툭 덮어두지 않고 들여다보니, 한 해 동안 느슨하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다행히 놓치지 않은 듯하다. 아직 친해지지는 못한 것 같지만 조금 너그러워졌나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