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구약 11번째 책, 역사서
그에게도 죽음이 다가왔다.
위대한 왕, 다윗에게도 죽음이 다가왔다. 왕위를 물려줄 사람은 솔로몬이다. 이제 솔로몬에게 기름을 부어야 한다. 기름부음을 부탁하기 위해 제사장을 부른다. 그런데, 다윗은 의외의 인물을 한 명 더 부른다. 브나야. 브나야였다. 제사장과 브나야를 불러 솔로몬에게 기름 부을 것을 부탁하고, 둘은 그 지시를 성실히 이행한다.
브나야는 대제사장의 아들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대대로 이어진 목사님 집안의 자제였다는 의미다. 성경에서 브나야가 언급되는 거의 모든 곳에는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라고 적혀 있다. 브나야의 정체성과 특성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대제사장의 아들로 자란 브나야, 무엇이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는 것인지, 두 마음을 품지 않고 한 마음으로 믿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하나님의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고 경험하며 자랐을 것이다.
그런 브나야의 상관이자 오랜 기간 동안 다윗을 함께 섬긴 요압이라는 지휘관이 있었다. 요압이라는 인물을 여기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브나야와 요압. 이 둘에 대해 조금 길고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다섯 장면이다.
장면들.
장면 1. 사울이 왕이었을 때 군대장관은 바로 '아브넬'이었다. 당시 다윗은 사울의 핍박으로 인해 광야로, 들로, 이방 나라로 도망을 다녔다. 하지만 다윗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의 수하에 뛰어난 세 용사였던 '요압', '아비새', '아사헬'이 있었다. 이 세 용맹한 장군들은 친족관계였다. 이 세 장군보다 직급은 낮지만 '브나야'라는 경호대장이 있었다. 바로 그 '브나야'다. 다윗의 무리가 사울을 피해 도망 다니던 시기에 사울 측의 '아브넬'에 의해 다윗 측의 '아사헬'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장면 2. 사울이 죽자, 사울을 이어 이스보셋이 왕이 되었고, 당연히 '아브넬'은 군대장관이 되었다. 하지만 다윗이 이스라엘 여러 지파들에 의해 왕으로 추앙되자, '아브넬'은 자신의 왕 이스보셋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윗에게 투항해 온다. 다윗은 그를 너그러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이가 한 명 있었다. 그렇다. 아브넬에 의해 동생 아비새를 잃은 요압이었다. 요압은 기회를 엿보아 아브넬을 죽인다. 원한도 있었겠지만, 권력 이인자였던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장면 3. 다윗 왕조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다윗의 큰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하고 왕이 되려고 했다. 이때 압살롬의 군대장관으로 등장한 이는 '아마사'였다. 다윗은 자신의 아들과 대적하는 것을 피해 피난을 간다. 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요압에게 다윗은 압살롬을 꼭 살리라고 명령한다. 명령보다는 부탁, 아니 간절한 요청에 가깝다. 그러나 요압은 기회를 잡자마자 당연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그를 죽인다. 압살롬을 잡으러 갔던 요압에게 자신의 권력을 위태롭게 만든 압살롬이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다윗은 압살롬이 비록 죽었지만 압살롬을 섬기던 아마사를 군대장관으로 삼는다. 압살롬을 살려 오라고 했던 다윗의 명령을 거역했고, 번번이 다윗의 뜻을 거스르는 요압을 견제하고자 하는 판단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역시 요압은 상황 판단이 재빨랐다. 요압은 기회를 잡아 또다시 아마사를 처단한다. 이제 요압은 다윗조차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장면 4. 다윗이 나이가 들어 왕권을 넘겨줄 시기가 되다. 그러자 다윗의 넷째 아들 아도니야가 자신이 왕임을 선포하는 어이없는 일이 또 일어난다. 그런데, 이를 응원하고 동조한 이가 한 명 등장한다. 누구일까? 그렇다. 요압. 요압에게는 힘도 잃어가고 기력도 잃어가는 다윗이 이제 필요 없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신흥세력이기도 했고 왕권을 물려받을 유력한 자, 특히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면 5. 하지만, 실제로 누가 왕이 되었을까? 요압의 기대와는 달리 바로 솔로몬이 왕권을 이어받는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기름 부었다는 소식이 등장하고, 이때 드디어 브나야, 즉 다윗의 경호대장이 등장한다. 솔로몬은 브나야를 동원하여 반역세력을 숙청하고 지저분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자신이 왕이라고 자청한 아도니야와 함께 다윗을 반역했던 요압도 정리되었다.
요압과 브나야
장면들마다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하니 요압과 브나야 만을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우선 이름을 살펴보자. 성경에서 언급되는 인물들의 이름은 그냥 부모가 지어 준 까닭에 가지게 된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인물들의 이름과 그 인물의 보여주는 행적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압은 여호와(요, 여호와)는 나의 아버지(압, 아브)라는 뜻이고, 브나야는 세우시는(브나, 바나) 하나님(야, 여호와)이라는 뜻이다. 모두 이름에 믿음의 고백이 담겨있다.
그들은 동일한 한 왕을 섬겼다. 하지만, 실력면에서 요압은 성경에서도 별도로 구별하여 용맹하다고 치켜세운 세 용사 중의 한 명이었고, 브나야는 그 보다 미치지 못한 30 용사 중의 하나였다. 시작도 비슷했다. 요압은 제2인자인 군대장관, 브나야는 다윗을 지키는 호위대장으로 시작했다. 동일한 한 명의 왕 다윗을 섬기는 것은 모두 같았다.
하지만 이 둘의 인생은 차이가 크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마음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요압은 다윗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 같았지만,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명령을 어길 수 있었고, 급기야 반역도 가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브나야는 많은 기회가 동일하게 있었겠지만 그런 선택을 전혀 하지 않았다. 누가 더 충성스러운 부하일까.
충성의 마지막 모습
충성에 끝이 있을까? 충성의 끝이 있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장면들에는 다윗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투쟁도 보이고, 왕의 자리는 아니어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도 보인다. 왕이 되기 위해, 군대장관이 되기 위해, 더 나아지기 위해, 현재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처절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장면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흡사 현대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삶은 충성이 필요한 자리에 있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지 위해, 그 자리에서 더 좋아지기 위해 이전투구해야 하는 삶이다. 충성이라 말하면서도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 내가 있어야 충성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가 통하는 세상이다.
믿음의 고백이 담긴 이름으로 다윗 왕을 섬기는 군인으로 시작한 두 명의 장수. 하지만, 그 끝이 너무 다르지 않은가? 요압은 결국 반역자로, 브나야는 차기 왕의 군대장관으로. 충성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브나야의 마음
장면들 2~4 동안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브나야. 하지만, 솔로몬에게 기름을 붓기 위해 브나야를 불렀을 때, 그리고 다윗이 그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을 때, 다윗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중요한 장면에서 절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브나야, 죽음을 앞둔 다윗에게 있어 자신의 왕위를 잇는 솔로몬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장수였던 브나야.
그리고, 마지막 명령을 전달받은 브나야. 그리고 자신이 충성스럽게 섬겨왔던 왕이 이제는 솔로몬 왕을 섬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의 브나야의 마음. 오히려 다윗 왕에 대한 충심이 더 느껴진다. 그리고 그 충심은 솔로몬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본다. 브나야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녔고, 여러 장면들을 거치며 흔들리지 않는 브나야로 성장해 있었다. 결국 그는 그의 이름의 뜻처럼 하나님이 세우시는 것을 모두가 목격한다.
장면 6 이후
다윗 왕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게 된 브나야, 결국 솔로몬 왕의 군대장관이 된다. 솔로몬의 군대장관이 된 그 이후의 삶은 어떠했을까? 성경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행적에 관련된 어떠한 힌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 의심이 가지 않는다. 장면 5까지 보여주었던 그의 삶이 말해 준다. 장면 6 이후의 삶이 어떠했을지 우리는 충분히 힌트를 얻었다.
우리의 충성으로 되돌아가 보자. 내가 가진 충심은 흔들리지 않을까. 나의 충심의 끝은 무엇일까. 나의 장면들에는 나의 충심이 드러나 있을까. 나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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