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시즌3 2회 (20240422)
2024년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은 뜨거웠다. 총 지원자 339명, 2023년 트라이아웃 지원자가 20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최강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때 프로야구계를 들썩이게 했던 지원자들은 기죽지 않는 패기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고,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떨리는 마음이야 없다할 수 없지만 내심 몇 년 쉬었다고 그 실력이 어디 가겠나 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야구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짝사랑의 고배를 마시고 또 마셨던 지원자들은 이번만은 신이 나의 손을 잡아줄 것을 간절히 바랬고, 아직 이십대 초반의 젊은 지원자들은 <최강야구>가 야구선수로써 도약의 발판이 되어줄 것을 믿었다.
그렇게 다른 꿈을 꾸는 101명의 지원자가 1차 테스트를 받았다. 최연소 지원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최고령자는 43세의 전직 프로야구 선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선수 출신 지원자가 눈에 띄었고, 작년 트라이아웃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건지 재도전자들도 있었다. 그만큼 그들에게 야구는 절실했다. 시즌2에 비해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이 대거 지원한 것은 야구로 제 2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최강야구>가 꽤나 유용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젊은 지원자들 중에는 2023시즌 몬스터즈들과 경기를 했던 선수들도 보여 괜히 반가웠다. 야구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입장하는 경쟁자들을 바라보던 지원자들에게서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지자 도전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투수, 포수, 유격수, 3루수, 외야수를 선발할 예정이고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가 없다면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1차 테스트는 50m 달리기와 캐치볼.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강야구 로고가 찍혀있는 공을 받으면 최종 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달리기는 운동선수들에게는 기본 중 기본이겠지만 나이가 있거나 은퇴한 지 오래된 선수들에겐 생각보다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에도 근육의 탄력성이 떨어져 보이는 그들을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게 한 동력은 절실함이었다. 달리기 테스트 내내 저러다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을 만큼 모든 지원자들은 전력 질주했다. 10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의 경쟁이지만 치열했고 그래서 걱정되었다. 누군가 넘어져 시작도 하기 전부터 다칠까봐. 다행히 아무도 넘어지지 않았다.
캐치볼은 포지션에 맞춰 실시되었다. 외야수 지원자들은 장거리 캐치볼을 통해 수비력과 수비의 범위를, 포수 지원자들은 도루 저지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투수는 다양한 변화구를, 내야수는 정확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캐치볼 심사는 심사위원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감이 중요했다. 몇 개의 공으로 숨은 능력까지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지원자의 속은 바싹바싹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입사할 때도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서류 심사는 어찌되었거나 통과해야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듯이 트라이아웃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부족했든, 실수를 했든 1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최종 라운드에는 올라갈 수 없고, 당연히 몬스터즈가 될 수도 없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 것은 야구나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종 라운드에는 48명이 올라갔다. 김성근 감독 앞에서 받는 테스트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간에도 겉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는 감정 통제력은 선수들이 갖춰야할 중요한 능력인데 어마어마한 대 감독 앞에서 그 떨림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라이아웃 지원자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감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 선수들은 위압적이긴 해도 막연한 긴장이었겠지만,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은 김감독이 어떤 점을 눈여겨 볼 것인 지 알고 있기에 오히려 긴장의 강도가 커보였다.
같은 팀에서 경기를 했던 동료가 심사위원이라는 것은 득이기도 하지만 부담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혹시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괜한 걱정이 앞섰겠지만 그래도 한 솥밥 먹던 사이인데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겠지 라는 안도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심사위원과 지원자들간의 인연’을 지켜보는 ‘아무 인연없는’ 선수들은 어떠했을까? 어딘가 기우러진 운동장에 서 있는 기분이 들진 않았을까? 테스트 현장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방송만 본다면 인연없는 선수들에게서 알 수 없는 위축감이 느껴졌다. 스포츠 예능의 재미라는 면에서는 ‘심사위원과 지원자간의 인연’을 보여주는 것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최강야구>의 진정성을 생각하면 심사하는 동안만은 다소 어색하더라도 사적 인연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었다.
이번 트라이아웃의 압권은 더스틴 니퍼트의 지원이다. KBO에서 활동하는 동안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초이자 유일한 통산 100승 기록 보유자이고,2018년에 은퇴했음에도 니퍼트 팬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정서적 친근감까지 있는 선수다. 최종 라운드에서 보여준 그의 구속은 144km였고, 203m의 키를 이용해 내리꽂는 낙차 큰 속구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변화구, 제구력, 속도까지 뭐하나 탐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선수라면 영입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투수에 지원한 다른 선수들과 경쟁이 되겠냐 말이다. 화제성 면에서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와의 경쟁이 공정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를 꺽고 몬스터즈가 될 선수가 있기나 할까. 투수 지원자들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괜한 박탈감에 주눅이 들어보였다. 마치 대졸 경력사원 모집에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 경력 사원이 응모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심지어 니퍼트는 입단 확정이 방송 전에 알려져 그의 등장은 설레이지 않았다. 그저 시즌3에서 그의 투구가 승리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길 바랄 뿐이다.
왜 지원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야구가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현역 은퇴이후 무슨 일을 하든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경기장에서 뛰는 야구선수였다. 어쩌다 야구를 사랑하게 되어 평생 이 고생인가 싶겠지만 야구는 언제나 삶의 전부였다. 야구와 헤어질 결심을 수없이 해봐도 어느새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듯 야구 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강한 중독이다. 반면 어린 지원자들은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레전드 선수들과 한 팀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행운이었고, 이미 시즌1, 2에서 영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 지 보았기 때문에 <최강 야구>가 능력 향상과 도약의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은 굳건해 보였다.
테스트는 모두 끝났고, 야구를 향한 간절함이 통했을지 그 결과는 곡 발표될 것이다. 설령 몬스터즈가 되지 못했다고 해도 야구를 향한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 간절함을 받아주지 못한 심사위원들 탓이라 생각하자. 때로는 남 탓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