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오전 6시 50분은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미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도 한참 지난 시간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가족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막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쓴다. 6시 30분도 아니고 7시도 아닌 '50분'은 상당히 애매한 느낌을 준다는 건 인정하지만 바로 그 애매한 시간이 나의 신체리듬에는 가장 적합하다. 6시, 6시 30분, 6시 40분, 7시 등등 '글을 쓰는 아침'을 위해 수많은 알람을 맞춰 보았지만, 수면 리듬을 망치지 않고 개운하게 일어나는 데 성공한 유일한 시간이 바로 6시 50분이었다. 나는 9시까지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므로 글을 쓰는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촉박한 시간이 긴장감을 줘서 그런지 오히려 집중력이 상승한다. 한국식 교육과 한국식 직장 문화에 푹 절여진 나는 역시 마감이 있어야 능률이 상승하는 인간인 것 같다.
기상 알람이 울리고 인생에 대해 한바탕 과격한 고찰을 한 뒤 아무 생각 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며 눈을 끔뻑거리다 보면 잠 기운이 벗겨지기 전 날 것의 생각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밤 사이 숙성되었거나 혹은 새로이 생긴 생각들을 모니터 속에 와르르 쏟아놓는다. 어떤 날은 꿈 내용이 선명히 기억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들기 직전까지 이불을 차며 후회했던 일들에 대해 놀랍도록 성숙한 해답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날 것의 무의식을 구체적인 형태로 다듬다 보면 서서히 정신이 맑아지고, 마치 깨끗하게 닦아놓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하루 중 가장 솔직한 상태의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휩쓸면서 나처럼 아침잠 많은 인간들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음을 느낀다. 내 딴에 6시 50분은 상당히 미라클한 기상 시간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영어공부와 독서와 일기 쓰기와 청소와 고양이 밥 주기를 모두 해치우는 위인은 못 된다. 다만 매일 아침 가장 무방비한 상태의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비로소 스스로를 솔직하게 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글쓰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30분간 글을 쓰고 출근합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TMI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