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종사하고 있는 HRD직무의 담당자로써 흔히 취업이나 이직 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저도 과거 브런치에 게시를 한 적이 있지만 많이들 언급하는 키워드들이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기획력, 커뮤니케이션역량, 문제해결력, 정보분석력 등등 말이죠. 오늘은 그런 역량에 대한 관점 말고, 그럼 정말 현업에서 HRD담당자가 경쟁력을 갗추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진짜 일을 잘 하는 HRD 담당자가 되려면 결국 어떤 것을 잘 해내야 하는 것일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해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벤다이어그램을 활용해 몇 자 정리해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일 잘하는 HRD가 되려면 결국 3가지의 교집합의 범위를 얼마나 크게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였습니다. 동일 직무를 10년 이상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고민, 실패, 갈등, 성취감, 보람 등을 느꼈던 희로애락들은 모두 이 3가지의 카테고리에서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느껴왔던 감정들이었기 때문입니다.
①HRD담당자가 원하는 교육
신입이나 사원직급 시절에는 감히 내가 하고 실행해보고 싶은 교육들이 거의 없거나 적거나 적게 있어도 생각을 밖으로 꺼낼 엄두가 나지 않거나 합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자기가 하나씩 맡아보는 교육과정도 생겨나고, 또 선배들이 했던 교육들을 어깨너머로 보고 또 같이 백업으로 들어가면서 슬슬 하고 싶은 교육들이 생겨납니다. 최소한 했던 교육이라도 어떻게 바꿔보겠다 하는 욕심도 점차 생기고 관점도 넓어지죠. (만약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HRD 직무와 본인이 잘 맞지 않는 것이라는 방증일 것이며 다른 업무를 알아보는 편이 나을 수 있겠습니다.) 또 더 연차가 쌓이면서 외부 교육이나 동종직무끼리 모일 수 있는 세미나, 혹은 네트워크 모임 등도 해나가면서 외연이 넓어지기도 하고 좋은 사례나 벤치마킹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자신이 직접 기획해보고 싶은 교육들이 늘어나고 또 실행에 옮겨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업에 재미도 느끼고 흥미도 느끼고 자신감도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담당자가 원하는 교육의 면적을 넒히기 위해서는 평소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드시 최대한 빠른 시점 내에 기록에 남겨서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은 무엇인지를 남겨놓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흔히 AAR이라고 하는 작업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하고 트렌드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보는 눈이 넓어져야 하고 싶은 것이 눈에 걸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HR/HRD 업계의 정기간행물을 구독하거나, 평소 눈여겨본 강사가 있다면 그런 강사를 모니터링 하거나, 작가가 있다면 도서를 혹은 유튜브 영상을 꾸준히 탐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 앞서 ‘트렌드’에 민감해지라고 했는데 이는 꼭 HRD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직장인’ 들의 트렌드 더 나아가서는 ‘사회문화적’ 트렌드에도 눈을 넓히는 것도 상당히 좋고 추천합니다. 회사원을 소재로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직장인이나 일반인들의 사연이 많이 나오는 예능을 꾸준히 본다거나, 뉴스나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시대적인 이슈에 촉을 세워놓는 것도 결국에는 다 교육을 할 때 어떻게든 적용되고 쓰임새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②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
인하우스의 HRD담당자라면 (내부)고객이라 할 수 있는 고객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인 HRD의 교수설계 이론인 ADDIE 모형이나 여기에서 변형된 모든 교수설계 모델을 봐도 그 출발점의 정점에 있는 것은 결국 학습자 요구,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어떤 목적의 교육을 좋아하는지, 우리 직원들은 어떤 주제의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우리 직원들은 어떤 방식의 교육 스타일에 좀 더 집중을 잘 하는지, 우리 직원들은 어느 시점에 교육을 해줄 때 가장 효과적인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반영하여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기획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연령대별로, 성별로, 직급별로, 직무별로 직원들을 유형화하고 쪼개고 쪼갤수록 더 많은 정보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바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론적으로 그들과 항상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HRD담당자는 HR부서에서 다른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직원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교육 이후, 혹은 연간 교육 수립 전에 실시하곤 하는 서면 서베이 조사나 좀 더 심층적인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FGI 또는 1:1 인터뷰 등은 물론이며 그냥 평소에도 다른 부서와 식사 등을 하면서 교류도 하고, 지원부서에 있다보니 잘 모르는 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한다거나 블라인드 등 익명커뮤니티에는 평소 어떤 불만 사항들이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해보기, 회사내 주요 직무들에 대한 기초 지식 등을 쌓기 위한 학습을 하는 것들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좀 더 정교하게 전문성을 갖고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설문조사 하나라도 어떻게 문항을 구성할 지에 대해서 질문법이나 논문 등에서 활용되는 정보들을 참고하여 문장이나 문항의 배치, 순서, 응답의 방식 등을 설정해볼 수도 있을 것이며, 인터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질문법,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3, 경영진이 원하는 교육
회사의 주인은 ‘나’ 라고 하지만서도(심지어 HRD담당자들도 이런 마인드를 갖게끔 주입(?)을 하지만) 업무를 하다보면 특히, 보수적인 대한민국의 회사에서는 아직 수직적인 의사결정, 탑다운방식의 의사결정이 더 높거나 혹은 낮아질지언정 절대 사라지지은 않는 것 같습니다. HRD 직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더하면 더했죠. HR부서 자체의 숙명이 결국 경영진의 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그래서 사측이라고도 불릴만큼) HRD도 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경영진의 입김도 많이 영향을 미치는 직무이기에 이 또한 간과할 수가 없습니다. 설사 다른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 등에 회사 욕, 경영진 욕을 잔뜩 하면서 지내더라도 한편으로는 좋든 싫든 그들의 생각에 무조건적인 동조나 복종까지는 아니어도 귀담아 듣고 있어야 함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 때 전략적 HRD 역할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을 때가 있었는데 결국 회사의 비전과 경영진의 목표를 도와주고 적극적으로 조력할 수 있는 것이 HRD의 진정한 힘이나 존재의 목적이라는 맥락이었는데 현직자인 저로서도 동의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원하는 메시지를 잘 읽기 위해서는 대외로 노출되는 외부 언론에 항상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진 중에서도 특히 최고경영층에 해당되는 회장, 대표, C레벨 등의 이름들을 주기적으로 구글링 등을 통해 체크를 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구글의 알리미 기능을 활용해서 키워드에 넣고 나만의 뉴스레터 메일링처럼 받아보곤 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내부적으로 던지는 이야기 외에 대외적으로 표현되는 그 분들의 생각들은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기에 좋고, 아니면 아직 말단인 주니어 직급들에게 까지는 소식이 전달되지 않은 곧 전달이 될 수 도 있는 이슈들을 미리 선제적으로 엿볼 수 있어 좋을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최대한 임원이상에 들어가는 보고는 그 회사 문화에 따라 절대 불가할 수도 있을 수는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직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같이 배석을 해서라도 보고를 자꾸 들어가보는 것도 그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에 유용합니다. 제3자의 입을 통해서 텍스트로만, 또는 한 다리 건너서 전달받는 경영층의 지시사항도 직접 보고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온도로 어떤 뉘앙스로 어느 정도의 중요성으로 어느 정도의 톤으로 말씀을 하신 건지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어서 보다 빠르게 HRD로서 회사 경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획 거리들을 찾아내는데 좋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국 이 3가지의 영역에서의 교집합을 얼마나 넓혀가는지가 결국 얼마나 훌륭한 HRDer가 되느냐의 관건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아무리 외부에서 듣고온 좋은 사례라도 1) 담당자인 내가 실행에 옮겨보고 싶은 교육인다 한들 정작 우리 회사의 직원들의 현재 수준에서는 너무 레벨이 높은 내용이라거나 우리 회사의 산업군, 환경과는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며 2) 아무리 직원들이 희망하고 원하는 내용이 교육인다 한들 현재 우리 회사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방향성과 맞지 않다면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을 것이며, 비즈니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의 교육들인데 직원들이 원한다고 사내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무한정 다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3) 경영층이 현재 추구하는 방향이라서 교육으로 무조건 풀어내려고 하더라도 현재 직원들이 갖고 있는 불만사항이나 관점과의 괴리감이 클 때에는 오히려 숨을 고르고 경영층에 역으로 다른 대안을 제시할 줄도 알아야 오히려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정말 정말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재무 직무처럼 수치로 무언가 나타나지는 않는 또 무형의 콘텐츠나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집합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그만큼 각광을 받게 되고 경쟁력이 생기는 셈인 것이겠죠. 너무 아직 갈길이 너무 멉니다. 혹여 이 글을 읽으시는 HRD 담당자가 있으시다면 어느 두 가지만이라도 교집합에 들어오는 교육들로 성공을 이뤄보시면서 차근차근 나아가 궁극적으로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또 그 영역을 점차 넗혀가실 수 있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지기를 응원하며 이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