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약직 입사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고용유연성이 저변화되지 않고 경직되어 있다보니 취업에 있어 계약직보다는 정규직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계약직으로 합격했을 경우 사람마다 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안돼!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선택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가급적 안 가는 것이 좋다! 는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계약직이라고 무조건 비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계약직이어도 입사를 해도 괜찮을 경우는
① 해당 직무나 직종 자체가 특수해서 어느 회사에서든 어차피 다 계약직으로밖에 안 뽑는 경우
(보통 ‘전문직’계약직 일 경우)
② 정규직보다 최소 2~3배 이상의 보수가 주어져서 확실한 보상이라도 따르는 경우
③ 정규직 일자리에 최소 2년동안 또는 50회 이상의 서류를 던져보아도 합격을 못했을 경우
④ 커리어 황혼기에 접어든 상태인 경우
정도라고 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계약직을 선택하는 것은 고민을 좀 해볼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꼭 굳이 계약직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더라, 복지도 다르다더라 등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아래 세가지의 이유를 들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계약직 포지션에게는 중요한 업무가 잘 주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무조건이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대개는 아무래도 보통 해당 부서나 해당 직무 내에서 레벨이 낮은 업무들이, 혹은 양적으로는 일이 많지만 중요도는 낮거나 단순업무, 반복업무, 행정업무 등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아주 핵심적인 업무를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나가야 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회사는 리스크가 뒤따를 것이기에, 업무의 히스토리도 계속 알고 관리가 되어야 하는 주요 업무들은 주로 정규직에게 맡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외라면, 서두에 적은 전문계약직이라거나 아니면 과장/차장 등 적어도 주니어보다 높은 포지션의 원래 일하던 직원이 육아휴직을 가서 업무 대체를 하는 경우에는 중책의 업무들도 주어질 수는 있겠습니다.)
계약직이지만 그래도 내가 업무를 많이 배우고 경력을 쌓는다면 다음에 이직을 할 때 그 때 정규직으로 이동을 하면 되겠지?! 라고 덜컥 계약직을 잡았다가는 경력이 기간은 충족이 될지언정 소위 말하는 물경력만 쌓게 되거나 업무를 깊이있게 배우지는 못하는 상태로 나이만 차버릴 수도 있으니 잘 고민을 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둘째, 계약직으로 출발을 하게 되면 계속 계약직으로만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보통 정규직 일자리의 경우에는 같은 지원자들끼리 경쟁이 붙었을 때 정규직 출신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앞서 말한 첫째 이유와 맥락이 동일합니다.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같은 업무를 해봤다고 이력서에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직 출신이 했던 업무의 무게감이 정규직 출신보다 더 낮을 것이고 직무 경험이나 수준도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계약직 출신이든 정규직 출신이든 실력을 우선으로 보고 실력 있는 사람이면 뽑는게 맞습니다만, 서류나 제한적인 면접으로만 사람을 뽑아야하는 ‘정보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채용담당자들은 추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럴 때 아무래도 계약직은 디메리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간혹 분명 정규직 공고였는데도 계약직 출신이 최종합격을 했을 때 인사팀에서 계약직으로 제안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한다거나, 계약직으로 우선 1년 채용을 하고 정규직 전환을 하는 조건은 어떠실지요 하고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채용절차법 위법소지가 있지만)어떻게 보면 회사가 계약직 지원자라는 약점을 빌미로 못되게 구는 측면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회사 입장에서도 계약직의 업무 깊이에 대한 보증이 안되기에 안전장치를 두는 셈일 수도 있는데 어찌됐건 이런 부당한 상황도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속에서 계약직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다가 자칫 공백기도 길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또 현실적으로 계약직끼리의 경쟁인 계약직 포지션에 지원을 하면서 다시 계약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염려가 있습니다.
셋째, 경력 기간도 손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사팀에는 보통 채용 기준에 대한 규정을 문서화해서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경력산정기준도 있기 마련인데 가령 1) 동종업계 출신은 경력 n%, 2) 동종 직무지만 이종업계는 n%, 3) 대기업 출신이면 n%, 4) 상장사 출신이면 n%, 5) 중견/중소기업이면 n%, 그리고 여기에 계약직 출신이면 또 n% 이렇게 제한을 둘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좋게 내가 정규직에 합격을 했더라도 경력을 많이 손해를 보게될 우려도 있다는 것도 참고를 해두시면 좋습니다. 처음에는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워낙 소중한 기회니까 많이 밑지고라도 감사하다고 입사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보면 나보다 회사생활도 짧게 한 사람보다 승진도 늦거나, 훨씬 어린 사람과 동등한 처우나 조건이라는 점들이 업무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고민을 해볼 지점입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조건인 계약직이라면?
간혹 취준생이나 이직준비생분들께서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시곤 합니다.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고 명시된 공고, 구체적으로 n% 라고 까지 적혀있는 공고의 계약직은 가도 되는지? 그래도 안 가는 것이 좀 더 나은지? 라는 질문인데요,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첫째, 둘째, 셋째의 요소를 떠나서 본인이 도전적인 성향을 어느정도 갖고 있는지,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에 따라서 선택을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①도전을 받아들이는 성향이라면 그 회사가 비록 계약직이지만 정말 네임벨류 있는 훌륭한 회사라는 전제하에 확률이 몇 %가 되었든 전환 조건이긴 조건이니 도전을 해볼 수 있겠으며, ②나이가 20대 중반정도로 만약에 전환이 안 되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삼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재도전을 할 다음 기회가 남아있다면 입사를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것도 (극히 안정지향적인 제 입장에서는) 안 가는 것에 한 표를 드리고 싶긴 합니다. ①의 경우, 설사 90%의 정규직 전환율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10%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90% 전환율이 내가 전환되어야 하는 그 해의 경영상황이나, 인사담당자나 임원진의 교체로 의사결정이 달라지거나 해서 갑자기 50%가 될지, 30%가 될지는 전혀 모를일이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②의 경우 '전환에서 탈락해도 아직 어리니까 또 다시 도전해보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입장에서도 나중에 서류에서 이력사항에 경력을 남길 때, 정규직 전환이 되는 계약직인데 왜 안되었지? 무슨 문제가 있나? 실력이 부족한가? 라는 주홍글씨가 되어 면접관들의 공격포인트가 될 수 있기에 썩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계약직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정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고를 최소화하고, 정규직 비정규직 계약직 등의 차별이 없어지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저도 염원을 하는 부분이지만,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현실속에서 계약직 자리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위의 사항들을 참고하여 고민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