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스페인 성당에 왔나, 한국 성당에 왔나?
실수로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보다 하나 먼저 내렸지만, 이 정도 거리는 걸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천천히 언덕을 올라가니 바닥과 건물은 바싹 마른 황톳빛을 띠고 있었고,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습한 날씨를 싫어하고 쨍쨍한 햇빛을 원해서 이곳에 왔기 때문에 내가 원하던 스페인의 정경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톨레도의 거리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골목길이 많았다. 마치 서울의 강북과 같아서, 강남만큼 길이 깔끔하게 닦이지는 않았지만 숨은 골목을 찾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미로처럼 얽힌 거리들이 동그란 원형 도시인 톨레도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광지는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명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마주치는 독특한 건물과 식물들을 즐기는 맛이 있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무엇을 먼저 보면 좋을까?'
가장 먼저 스페인 톨레도 대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톨레도 대성당은 무려 800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한 성당이다. 나는 종교도 없고 해서 가볍게 둘러보고 나올 심산이었다. 그러나 성당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넓었고, 다 돌아보고 나오는 데 약 2시간이 걸렸다. 곳곳에 종교적인 이유로 관광을 온 사람들이 많았고, 가이드는 각국의 언어로 그들에게 가이드를 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한국인 가이드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벽의 장식물과 각각의 동상에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성경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었다면 가이드의 설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 동상 중 눈에 띄었던 것은 가슴 오른쪽의 살이 벌어져 피를 흘리는 힘없는 예수가 한 여자의 품에 안겨있는 동상이었다. 아마 그 여자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일까? 여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생생해 보여서 한참을 쳐다본 기억이 난다.
톨레도 대성당은 과거 스페인에서 가톨릭과 이슬람 종교인들이 오랜 기간 전쟁을 했고, 가톨릭이 영토를 수복하며 지은 기념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대성당은 가로 120m, 세로, 60m, 높이 33m로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다. 건축이 완성되기까지는 대략 250년이 소요되었는데, 이것을 보면 톨레도 대성당이 얼마나 정교하고 웅장하게 지어졌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성당 안에는 용서의 문, 심판의 문, 지옥의 문 이렇게 3가지 화려하게 짜인 문을 볼 수 있고, 거대한 벽화가 천장에 그려진 방과 같이 구경할 요소가 참 많다. 괜찮다면 넉넉히 시간을 잡고 톨레도 대성당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가능하다면 일일 투어 가이드에 참여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성당 밖으로 나와 매표소에 딸린 기념품샵을 다시 들렀지만 크게 살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출출해지기 시작한 터라 근처에 유명한 음식점으로 향했지만,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인지 예약 손님 외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쉬운 김에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끼니를 해결했다. 사슴고기와 구운 가지였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이후 속이 불편해져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탈이 난 듯했다. 배가 아팠다. 급한 대로 아무 카페에 들어가 코르타도를 시키고 화장실에 갔다. 음식이 잘못된 것인지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어, 커피를 들고 잠깐 햇빛 나는 광장으로 가서 쉬었다. 커피는 일반적인 가격이었지만 맛이 없었고, 한국에서 믹스커피 마실 때 주는 작은 종이컵에 따라준 터라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톨레도 내 음식점과 카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다음에 톨레도를 가게 된다면 음식과 커피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