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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May 27. 2022

카카오페이지와 피키캐스트의 엇갈린 운명

콘텐츠 시장은 변화무쌍하다. 콘텐츠라는 단어의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 보니 문자, 소리, 화상, 영상까지 각각의 형태에 집중하며 성장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콘텐츠라는 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보니 진입장벽도 높지 않다. 물론 형태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접근 불가능한 장치를 요구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나왔다 사라지는 서비스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결국 콘텐츠 서비스 시장은 시작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인 곳이다. 그 생존을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집처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중심으로 한 때 촉망받았지만 지금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서비스와 2022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비스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우주의 얕은 OO - 피키캐스트


피키캐스트는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콘텐츠 '큐레이션'서비스다. 시의성 있는 소식을 재가공해 바이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올린 것이 그 시작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큰 비용이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키워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지자 페이스북 측과의 잡음이 발생하였고, 페이스북 내 페이지로 머물기에는 안정적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만든다.


이 당시 피키캐스트는 성장을 위해 외부 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최종적으로 '옐로모바일' 품에 안겼다 이후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핵심인 시의성을 잡기 위해 직원들을 빠르게 늘려갔다. 첫 공개 채용을 통해 당시 직원이 2배로 늘어났다. 내부에 에디터가 많아졌고, 이슈별로 빠르게 콘텐츠들이 업로드 되기 시작했다. 콘텐츠의 양이 증가하면서 유저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옐로모바일과의 합병 후 추가 투자를 통해 TV광고를 진행하는 등 홍보에 집중한 것도 주요했다. 하지만 여기서 악순환이 발생한다. 유저들이 많아질 수록 다양한 콘텐츠를 원했다. 피키캐스트는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에디터를 채용했고 50명이던 직원이 순식간에 200명이 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점차 피키캐스트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당시 피키캐스트의 수익화 전략은 많은 유저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내는 것이 유일했다. 그렇지만 신생 플랫폼에 실험적으로 광고를 하는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광고 시장의 메이저 플랫폼은 아니었기에 수익은 크지 않았다. 즉 직원의 빠른 증가로 고정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충당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는 이어졌고 단순히 큐레이션 콘텐츠가 아닌 자제 제작 콘텐츠의 비중을 점점 늘려갔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거대해진 피키캐스트는 점점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가 느려졌고, 이렇다할 안정적인 수익모델(안전한 집)을 만드는 데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옐로모바일의 경영상의 문제와 공동 창업자 간의 이견 등 외적인 요인 피키캐스트가 휘청이는 데 영향을 주었다. 결국 이러한 외적 환경 변화와 무서운 고정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피키캐스트는 몸집을 아주 작게 줄여 2022년 현재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담다 -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지는 원래 카카오의 자회사인 '포도트리'였다. 포도트리는 2013년 카카오페이지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다. 초기부터 콘텐츠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며 외부에 있는 에디터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유통할 수 있게 했다. 카카오가 가진 높은 트래픽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사용자가 많았던 것은 맞지만 그들이 다시 들어오거나 콘텐츠를 위해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카카오페이지는 수익 모델에 변화를 준다. 당시 주력하고 있던 웹소설, 웹툰의 경우 하나의 완결된 콘텐츠를 구입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 방법이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이걸 잘게 쪼개어 판매하는 방법을 도입한다.'달빛조각사'라는 콘텐츠가 이런 방식으로 판매한 첫번째 콘텐츠였다. 달빛조각사는 쪼개 팔기 방식 도입 후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서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렇다고 카카오페이지가 바로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좋은 콘텐츠를 수급해 오고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콘텐츠를 내부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었기에 광고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게임 '애니팡'의 성공 비결이다. 애니팡은 선데이토즈가 만든 모바일 퍼즐 게임으로 40분 마다 5회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트'라는 것을 제공한다. 즉 40분을 기다리면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지만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사람을 초대해서 하트를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서 힌트를 얻고 '기다리면 무료'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도입한다.




기다리면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장점에 새로운 사용자들의 유입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애니팡과 비슷하게 기다림을 이기지 못하고 결제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매출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됐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기다리는 동안 추천 콘텐츠를 제공해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후 카카오페이지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단순히 웹툰, 웹소설의 형태가 아닌 드라마, 영화 등으로 변환시키며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통한 매출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일 거래액이 20억 원이 넘었으며 2022년 상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 유정환 아산나눔재단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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