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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May 10. 2019

'엔드게임' 돌입한 비전펀드, 손정의 회장의 빅픽처는

비전펀드 상장, 제2비전펀드 출범 속내는


지난 5월 3일 저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전펀드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중요 뉴스로 타전했습니다. WSJ 등 국내외 언론은 비전펀드가 추가 자본을 유치할 목적으로 IPO를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IPO 방식이 아닌 증권거래소에 직상장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죠.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투자펀드입니다.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18조원)에 달합니다. 더불어 비전펀드와 비슷한 규모의 제2의 비전펀드 조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ttps://www.wsj.com/articles/softbank-considers-ipo-for-100-billion-vision-fund-11556882710?mod=searchresults&page=1&pos=14


비전펀드는 그간 ARM·우버·위워크·쿠팡 등 굵직한 기술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죠. 그렇다면 비전펀드 왜, 지금 시점에 상장을 검토하며, 제2비전펀드를 추진하고 있으며, 또 이를 언론에 흘린 걸까요.


비전펀드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어떤 생각일까 궁금합니다. 손 회장의 행동은 '상장' 한 가지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입니다. 꽤 복잡한 셈법이 밑에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1. 추가 투자 유치


가장 많이 나오는 비전펀드 상장 배경의 분석입니다. 기술기업·스타트업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밸류체인을 바꾼다는 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버·리프트 등 대형 공유차 회사들도 매년 조단위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셜마켓인 쿠팡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죠. 그렇지만 대규모 물량 투자에 따른 스케일업, 기존 산업시스템의 대체 등이 벌어지는 시점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할 겁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가 흑자를 내기까지 2년 7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간 워낙 많은 투자를 집행했고, 앞으로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추가 펀딩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ARM 인수 비용에만 전체 펀드의 3분의 1 규모인 234억 파운드(약 35조3000억원)를 투자했죠. 당장 ARM은 수익을 내는 회사라 비전펀드로서는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펀드의 규모를 키우고 장기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 유치가 불가피합니다. 실제 손 회장은 오만 술탄과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비전펀드의 임직원 수도 현재 2배 가까이 늘린 상황입니다. 






2. 오일머니의 불만 해소 


그러나 단지 투자금을 추가 확보가 상장의 목적이라고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비전펀드가 퍼블릭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IPO 방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전펀드의 주주 구성은 모두 공개됐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은 투자조합 형태의 사모펀드입니다. IPO를 하면 수요예측을 통해 신주발행 규모를 정하고 청약을 받죠.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지만, 구주 입장에서는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꺼릴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증권거래소에 직상장을 하면 비전펀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몰려 기존 주주의 가치는 훼손하지 않고 주가를 부양할 수 있습니다. 현재 비전펀드의 현재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입니다. 45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와 연계된 아부다비 무바달라투자공사도 150억 달러를 넣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출자 규모는 280억 달러입니다.


비전펀드 출자 비중


손 회장의 비전펀드 운영 방식에 중동계 자금이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던 회사를 비전펀드에 비싼 값에 넘긴다는 거였죠. 비전펀드를 투자차익을 실현하는 창구로 썼다는 얘기입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초기에 투자한 알토란 같은 기업을 비전펀드에 넘긴 거지만, 중동계 자금은 손해 드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이사회 운영방식을 두고도 손 회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한단 비판을 많이 제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비전펀드 내부에서 위워크와 센스타임그룹 등 일부 회사를 고평가 매입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올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의 반발로 위워크 투자를 16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줄이기도 했습니다.


펀드는 배당 수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사실상 상장 전까지는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에 손 회장은 비전펀드 상장을 통해 중동계 자금에 평가이익, 내지는 엑시트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한편 투자자·이사회를 지금보다 더 자기 주도적으로 운영할 욕심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https://visionfund.com/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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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투자 포트폴리오






3. 투자사 상장과의 시너지 효과 


특히 올해는 비전펀드를 상장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비전펀드는 아마존·알파뱃·페이스북 등과 같이 미 나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버·위워크 등 비전펀드가 보유 중인 굵직한 기업들도 올해 같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합니다. 우버의 경우 예상 기업가치(공모가 기준)는 910억 달러(약 106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죠. 우버 등 비전 있는 기업들의 상장과 더불어 비전펀드로의 투자 수요가 덩달아 커질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독불장군 창업자 칼라닉이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고 주주들의 간섭도 커졌습니다. 


비전펀드는 위워크 등 유니콘 기업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줄상장을 통한 펀드 가치 상승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메신저 개발 회사 슬랙 테크놀로지도 상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전펀드가 3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헬스케어 벤처기업 가던트헬스가 지난해 10월 상장해 현재 6배 가까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상장 메리트는 충분합니다. 


미 연준(Fed)의 저금리 기조가 내년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급 상황은 안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손정의 회장은 우버의 초기 투자자로서 비전펀드 내에서도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손 회장의 본거지인 소프트뱅크의 밸류업도 뒤따를 전망입니다. 비전펀드가 기술에 투자한다지만 펀드는 펀드입니다. 어디까지나 캐피탈게인을 지향할 뿐입니다. 








4.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투자


손정의 회장의 눈은 이미 중국에 꽂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국에는 놀라운 수준의 AI 기업이 쏟아지고 있어서죠. 손 회장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자들은 중국 AI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AI가 모든 산업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손 회장이 그리는 4차 산업혁명의 구조는 O2O 형태의 정보·상품의 플랫포마이제이션(우버·디디추싱·그랩), 이를 정교하게 꾸려줄 제조기술과 유통혁명(쿠팡·파나틱스·토코피디아·모넷),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마케팅 할 수 있는 AI 기술의 접목(글로벌리티·페텀), AI 기술을 극대화할 반도체 등 전자기술(ARM·엔비디아) 등…. 


이런 생각은 현재 비전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잘 드러납니다. 특히 손정의 회장 입장에서 중동계 자금은 훌륭한 투자자지만 큰 시장이 없는 데 비해 중국은 자금과 시장, 기술력을 함께 갖고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국 자본의 자국 스타트업 투자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손에 쥐지 못한 매력적인 투자처가 더 욕심나는 법이죠. 한국에 오피스가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중국 AI 기업 투자를 늘리는 등 손 회장은 이미 중국 투자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벤처스아시아를 서울에 만든 것도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기업에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여러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일단 금융회사 형태로는 중국 내부에서의 통제가 워낙 심해 투자나 융자가 어렵습니다. 


기술투자라고 하더라도 기술 협력을 맺고 중국에 원천기술을 제공하거나 상호출자,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의 여러 옵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비전펀드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회장은 ARM·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술을 비롯해 브레인코프·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중국에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많습니다. 비전펀드를 통해 중국 진입이 가능하다면 미국, 유럽 등 여타 투자자들도 열광할 것입니다. 비전펀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5. 제2비전펀드 추진


상장은 사실상 비전펀드의 엔드게임 진입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추가 펀드레이징보다는 운용이 중요한 시점인 거죠. 마침 손정의 회장은 9일 제2비전펀드 조성의 뜻을 밝히고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다소 프라이빗하게 진행했던 1펀드와는 달리 손 회장은 이번에는 "전 세계 다양한 투자자들이 제2비전펀드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두번째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 주도로 글로벌리 투자금을 모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1펀드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중동계 자금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겠죠. 현재 자금이 넘치는 데 비해 갈 곳 없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계 자금이 주로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wsj.com/articles/softbank-plans-for-second-100-billion-vision-fund-11557391371?mod=searchresults&page=1&po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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