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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Jun 03. 2019

[인터뷰] 스타트업 공유주거 만든 유플러스 리우양 대표

함께 살고 협업하며 혁신 에너지 창출

코워킹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개발·마케팅·법무·회계….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들은 갖춰진 조직이 없고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이런 필요로 등장한 것이 위워크 같은 코워킹스페이스입니다. 같은 공간에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으면 서로 협업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동업의 기회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해 본 분들은 공통적으로 기대한 것만큼의 협업은 잘 안 일어난다고 합니다. 일이 바쁘고, 서로 말을 섞거나 깊은 환담을 나눌 기회가 없다는 것이죠.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다 보면 일반 사무실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코워킹은 필요합니다. 일자리의 변화 때문이죠. 한번 취업하면 20~30년씩 장기근속하는 직장은 점점 출고 있고, 그런 회사라도 모든 업무가 유닛화, 프로젝트화되고 있습니다. 자기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크몽' 같은 서비스를 통해 자기 일만 집중적으로 하는 한편 다른 재능이 있는 사람과 접목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려나갑니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킹, 코워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입니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킹에 유리한 지역은 도심입니다. 정부 기관이나 벤처캐피탈, 관공서 등이 가깝고 사람과 돈, 정보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산호세·샌프란시스코,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등 모두 비슷합니다. 


<후즈유어시티>나 <도시의 승리> 같은 책을 보면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위워크 등이 도심 한가운데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조금 자세히 포스팅해보겠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44155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674762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요. 요즘 서울 집값만 보더라도 일반 직장 생활자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많이 올랐습니다. 서울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재건축 제외)은 3849만원(건축 5년 이하, 2019년 3월 둘째 주 기준)입니다. 


소득이 많지 않거나 들쑥날쑥한 스타트업이나 독립적 근로자들에게는 부담되는 가격입니다.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도심에 사는 것이 유리한데, 허들이 높은 셈입니다. 스타트업도 결국 부유한 창업자들을 위한, 부유한 창업자들에 의한, 부유한 창업자들의 판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에 '코리빙'(co-living, 공유주거) 스페이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워킹과 주거가 가능한 일종의 오피스텔이죠. 도심 속에 자신만의 생활 공간을 꾸리며 일·학업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종의 생활공동체, 협력 생태계인 셈입니다. 주거 공간은 고시원이나 오피스텔 수준으로 좁지만요. 위워크도 몇 년 전 코리빙인 '위리빙'이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공유주거 서비스를 기업형으로 시작한 것은 중국 ‘유플러스’란 회사입니다. 2011년 창업해 현재 중국 9개 도시에서 5000개 이상의 주거 공간을 운영 중입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이 설립한 슌웨이펀드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콜로니캐피탈(Colony Capital) 등이 투자했습니다.



유플러스가 한국에 진출합니다. 코오롱 등 기존 오피스빌딩을 보유한 대기업들과 손잡고 사업을 펼치겠다고 합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공유주거를 지향하지만 사업의 본질은 부동산 임대업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명분과 밸류체인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워킹스페이스 분야의 메기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업 협의 차 한국을 찾은 리우양 대표를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외모는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떠오를 정도의 큰 귀에 큰 키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말투는 예의 바르고 자신감이 넘치셨습니다. 리우양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Q. 공유주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랐나.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일하면서 주택 임대의 비용이 비싸고 좋은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느꼈다. 대도시에서 일하는 많은 젊은이들도 나와 비슷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공유주거 사업을 2011년 시작하게 됐다.”



Q. 공유주거의 강점은 무엇인가.


“주거는 삶의 필수 요소다. 공유오피스는 기업 대표가 임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사무 공간인 데 비해, 공유주거는 개인이 주거와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사무실보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주거비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에 공유주거가 절충점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조직보다는 탈 중심화된 프리 형태의 근로가 확산될 텐데, 근로와 생활의 밸런스에 맞춘 주거 형태다.”



Q. 공유오피스와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업무의 탈 중심화로 나온 것이 코워킹인데, 출퇴근을 위해 하루에 3시간 이상 허비해야 하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집과 사무실을 연계하는 데 장시간을 쓰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공유주거가 늘어나면 공유오피스는 줄어들 것이다.”



Q. 샤오미 등 중국 대기업들이 유플러스에 투자한 이유는.


“부동산의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공유주거는 단순한 주택 임대가 아닌,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공간이다. 또 투자자들은 주거 공간보다는 입주한 사람들이 더 가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간을 통한 사람들의 교류에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



Q.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구비하는 공간이나 설비가 있나.


“거주 공간보다는 공유 공간의 면적이 넓다. 주방과 세탁실·오락실·극장·헬스장·테라스 등을 공용 공간으로 배치했다. 공용 공간에서 새 친구와 교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며,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Q. 창업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나.


“교육 이벤트는 콘텐츠 별로 매일 있다. 피트니스·요리·맛집탐방 등 취미 활동도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진행 중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초빙 강연도 매주하고 있다. 입주자들이 뭉쳐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다. 노숙자분들께 도시락을 전달하는 등의 여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Q. 월 임대료는 얼마 정도인가.


“중국 이선도시는 평균적으로 한화로 50만원 정도다. 중국 근로자 소득의 30~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베이징·상하이등 일선도시는 20~30%가량 더 비싸다. 주로 중국의 하이테크·벤처 중심지에 있다.”



Q. 입주 조건이 있나.


“좋은 커뮤니티 조성을 위한 3불(3不) 원칙이 있다. 새 친구를 사귀기 꺼려 하는 45세 이상은 입주가 안 된다. 또 젊은 사람들과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 공동 생활이 어려운 노인·어린이도 안 된다. 젊더라도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주기별 입주자 투표에서 나쁜 평가를 얻은 사람은 퇴출된다.”



Q. 휴식 공간인 집에서 업무 협력이 이뤄질 수 있나.


“거주자들은 대부분 자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에서 대도시로 온 젊은이들이다. 모두들 목표를 갖고 왔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협력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본다. 수많은 파트너, 가족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더 많은 불꽃이 튈 수 있다.”



Q. 유플러스가 배출한 스타 스타트업은.


“엔젤투자만 1200만 달러(약 140억원)를 받은 산호왕이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회사가 대표적이다. 유플러스 입주자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만든 기업이다. 폐식용유로 항공유를 만든 스타트업,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는 기타를 만든 회사도 있다. 또 중국 블록체인 기업의 3분의 1 이상의 유플러스에서 탄생했다.”






Q. 경쟁사가 있나.


“위워크가 가장 큰 경쟁자다. 2016년 위리브라는 코리빙스페이스를 만들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유플러스가 우세할 것이다.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 문화가 강한데 비해, 아시아는 집단주의 문화가 있어 서로 협력하고 단체화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위워크가 중국에서 부진한 것도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Q. 해외 진출 지역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본다. 해외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기 때문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구를 사귀려는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특히 중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서울의 창업자가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데 비해 임대료는 비싼 한국·일본이 가장 좋은 시장이다.”



Q. 한국 진출 계획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진출한다. 한국에 8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1차 타깃이다. 이들 중 10분의 1만 고려해도 100실 규모의 유플러스가 80개나 필요하다. 직접 건물을 매입하기보다는 이미 건물을 보유 중인 한국 부동산 사업자와 손을 잡을 것이다. 거주의 형태가 바뀐다고 판단하며 전략적 방향이 일치하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한다. 요금은 서울 광화문 등 중심지역의 경우 보증금 없이 월 80만~100만원, 대학교 주변 지역은 50만~60만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Q. 한국 건축법은 까다롭다. 건물 리모델링은 직접 하나.

“한국 서비스를 위한 벤처 형태의 계열사를 설립해 건물 리뉴얼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효율적인 공간 운용 노하우를 갖고 있다. 또 각자의 공간은 입주자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DIY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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