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BAT 디자이너 나하나
여성들의 몸에 맞는 월경 용품을 제작하고, 우리가 몰랐던 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와 '기부'를 연결짓는 소셜벤처 '이지앤모어(EASE&MORE)'가 지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숲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제2회 월경박람회>를 개최했다.
‘월경박람회’는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하고 생소한 월경 용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전문의들의 설명도 들으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월경에 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다. 여성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며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고, 우리 사회에는 월경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와 담론을 형성하는 장이 되었던 <제2회 월경박람회>.
지금부터 BAT가 진행한 <제2회 월경박람회> 브랜딩 프로젝트 후기를 전한다.
Editor Seonghee Jeong
사실 BAT와 이지앤모어가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AT는 '월경박람회'에 앞서 이지앤모어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호흡이 잘 맞아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였을까. 이지앤모어는 올해 두 번째 월경박람회를 준비하면서 행사의 정체성과 방향을 좀 더 명확히 보여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번에도 BAT를 찾아 브랜딩 작업을 의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행사 포스터를 비롯해 랜딩 페이지, 굿즈, 사이니지에 이르는 다양한 디자인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제작 과정은 크게 브랜드 컨셉, 모티프, 일러스트, 로고 타이틀 & 슬로건, 웹, 굿즈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선 브랜드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core value)를 나열하고 키워드를 정한 후 그래픽 무드를 결정한다. 코어 밸류는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박람회의 목표와 취지를 고려해 Various & Correct / Woman & Life / We & Consideration라는 세 가지 코어 밸류를 선정할 수 있었다. 내용을 자세히 풀어보면 다양한 월경 용품과 몸에 대한 올바른 정보 / 다음 세대 여성을 위한 사회적 토대 / 우리 서로를 위한 행사이고, 여기에서 도출한 메인 키워드가 바로 ‘Various’와 ‘Woman’이다.
브랜드 모티프를 도출하기 위해 '월경박람회'의 모토를 비주얼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모티프를 연상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하나둘 써내려 갔다. 월경 용품, 마라톤, 행사, 판매, 기부, 즐거움, 배려, 지식, 전문의, 여성의 날 등등. 이 중 추상적인 단어를 제외하고 나니 다음의 단어들이 남았다. 월경 용품, 마라톤, 행사, 여성. 특별히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이 뛰는 만큼 생리대가 기부되는 이벤트가 열린다고 해서 '달리기'와 '트랙'을 핵심 컨셉으로 그래픽 모티프를 선정했다.
마침 클라이언트 측에서 Orange & Green을 메인 컬러로 제안한 상황이었고, 우리는 컬러 선택의 제약을 '달리기'와 '트랙'이라는 그래픽 모티프로 풀어냄으로써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본래 의도했던 브랜딩 방향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다. '트랙'이라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두 컬러와 상응하는 Ivory 컬러를 서브 컬러로 사용하고, 포스터는 Orange 컬러의 메인 포스터와 Green 컬러의 메인 포스터 두 가지 컨셉으로 나눠 제작했다.
브랜드 컨셉과 모티프, 컬러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마친 후 '월경박람회'에 경쾌하고 활기찬 무드를 더해 줄 일러스트 작업에 들어갔다. 일러스트는 컨텐츠팀 은아님이 맡아 진행했는데, 팡파르, 꽃가루, 관중 등 박람회 행사에 어울리는 이미지 중 메인 키워드인 ‘Various’와 ‘Woman’을 '달리는 여성들의 모습'에 담아 표현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 덕분에 브랜드 컨셉 도출부터 일러스트 작업까지 논스톱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월경박람회'의 로고 타이틀과 슬로건도 추가로 제작했는데, 앞으로 3회, 4회 꾸준히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 매회 컨셉은 다르더라도 동일한 로고 타이틀을 사용해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모티프는 BAT에서 이지앤모어 브랜딩 작업을 할 때 사용했던 스탠실의 컷팅 효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지앤모어와의 연관성을 강조했고, 형태도 세로형, 가로형, 조합형 등으로 변형해 쓰임새를 넓혔다.
빠르게 브랜딩 구축을 끝낸 후 본격적으로 웹 디자인에 돌입했다. 먼저 클라이언트 측에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와이어 프레임을 제시했고, 메인 페이지를 제작하는 동안 2~4차에 걸쳐 가이드를 보완하며 필요한 상세 페이지의 틀을 잡아 나갔다. 웹 개발은 같은 팀 영진님과 협업했는데, 디자이너임에도 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 디자인의 관점에서 웹사이트를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메인 페이지는 카운트다운 요소를 반영하고, 프로그램 설명은 ‘트랙’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그리드를 짰다. 상세 페이지는 부분적으로 일러스트를 가미해 전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
웹 디자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굿즈 제작에 들어갔다. 굿즈 리스트는 스포츠타올, 양말, 마스킹테이프, 텀블러, 부직포 백, 티셔츠, 입장 팔찌, 떡메모지, 스티커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종류에 놀랐지만 소장 가치가 높은 굿즈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풍성한 웰컴 굿즈는 관람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며 '혜자 박람회'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행사 당일 박람회 현장을 찾았을 때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을 보고 놀랐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굿즈를 사는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큰 성취감을 안겨 주었다. '월경박람회'는 기획 자체가 좋은 행사인 만큼 많은 분들이 방문했는데, 상대적으로 여성 관람객의 비율이 더 높긴 했지만 남성 관람객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우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히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클라이언트도 결과물의 퀄리티에 대해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 박람회 소식은 각종 SNS에 소개되며 디자인이 좋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BAT 멤버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클라이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경험하는 사용자, 즉 관람객들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
CREDITS
Client : EASE&MORE
Director : Lee Da Som
Brand Design : Na Ha Na
Illustration : Na Eun Ah
Motion : Kim Do Hyun
Project Period : 2019
> <제2회 월경박람회> 포트폴리오와 BAT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BAT 비핸스]
https://www.behance.net/gallery/80038983/-2-
[BAT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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