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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Apr 19. 2016

그녀는 “자극적인 단어가 없는 대화라 좋았어요.” 했다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6 - 양다은(대구)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6 - 양다은(대구)
2016년 3월 29대구광역시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 독립출판 서점 슬기로운 낙타

누군가 손꼽아 기다리지 않는 편인데 그녀는 기다렸다실망할지 모른다며 그녀는 걱정했다그녀는 독립출판 형태를 빌려 구질구직이란 이름을 가진 책을 스스로 묶었다출판사는 백전백패를 이름으로 걸었다사전에서 구질은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 ‘구직은 일자리를 구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취업을 준비하는 그녀 글을 읽고 속상했고 웃었다

벚꽃이 맺힌 날 만났다낯설었다긴 시간을 떠들었는데 소재는 모자라지 않았다그녀는 이야기 듣다 보니까 묘하다는 말을 많이 쓰시던데 매력 있는 단어예요.” 했다또 그녀는 자극적인 단어가 없는 대화라 좋았어요.”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바쁘려고 하고 있어요아니면 딱히 할 게 없어서요졸업하고 백수니까요정해진 게 없으면 무기력해지더라고요일부러 만들어요.”


주로 어떤 일들을 통해 바쁘려고 하고 있어요?”
일정을 계속 만들어요네모 칸 안에요아침에 수영 가고 회화 스터디 하고 이때는 무슨 공부하고 저녁엔 독서 스터디 가고 사람들 만나거나 제 공부하거나 그래요.”


오늘 같은 날엔 어떤 걸 해요?”
오늘 화요일이죠화요일은 완전 픽스 된 건 독서 스터디밖에 없어요.”


계획적이시네요.”
“(웃음원래 안 그래서 일부러 만들어요.”


독서 스터디는 어때요?”
생각보다 안 차분하더라고요재밌는 것 같아요. (웃음)”


어떤 느낌인데요?”
저도 책 읽는 게 취미는 아니거든요요즘은 하기 싫은 걸 하다보니까 책으로 도망가는 느낌으로 이것저것 읽어요. (독서 스터디는사람들이 모여서 자기가 읽는 책을 편하게 이야기 하는 자리예요이야기 듣고 저도 이야기 하고.”


요새 기억할 만한 일은 어떤 게 있어요?”
최근엔 별로 없었어요올해 벌써 4월이잖아요계속 원서 내고 자격증 따고 면접 보고 그러다 보니까 이 시간이에요제가 원서를 180개인가 정도 썼거든요진짜 많이 썼는데요그러다 보니까 직업군도 다르고 산업군도 엄청 많이 내잖아요엄청 많이 떨어져서 웬만하면 떨어지든지 말든지 해요그러다가 한 번씩 자빠질 때가 있어요그런데 얼마 전에 맨 정신에 자빠져서요요즘엔 힘들다는 얘기밖에 안 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 잘 안 했거든요그때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요그러고 나니까 속 시원하더라고요지금 괜찮은 것 같아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은 어떤 게 있어요?”
사람들 만나는 게 좋고요조금 지겨운 걸 못 참아요그리고 겁은 또 많아서 스펙타클한 걸 하진 못 하지만요그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이나 일을만나고 만드는 것 같아요스터디도 하고 다른 과 애들도 만나고 1학년 애들도 보고요작년엔 중간에 취업 준비하다가 제주도에도 혼자 다녀왔거든요그냥 혼자 계획 없이 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요.”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세요? (네!) 최근엔 어디 다녀오셨어요?”
최근엔 못 갔어요계속 비행기표 보고 말고 보고 말고 그랬어요.”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이렇게 현실 세계에 갇혀 있을 때에는 옛날 이야기가 좋아요초등학생 양다은은 어땠어요?”
옛날 생각이 잘 안 나요반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저학년 때는 엄마가 시켜서 했고 계속 그 뒤로도 했었어요그때는 키가 큰 편이어서 남자애들 중에 덩치 큰 애들이랑도 어울리고요.”


이제 중학생이 됐어요중학생 양다은은 어땠어요?”
친구들에게 엄청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엄청 우울해했던 것 같아요작은 것들고등학교는 어디 가야 해나 이런 것부터 해서요다이어리를 중학교 때부터 계속 썼었거든요가끔 한 번씩 보는데 열 몇 살짜리가 왜 그렇게 고민이 많았는지. (웃음)”


중학생 때 기억나는 일은 어떤 게 있어요?”
엄마랑 많이 싸웠어요엄마가 공부 잘 하는 애들이랑 놀라고 해서요. (웃음그래서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엄마한테 물어봤어요그런데 엄마가 대답을 안 해주고 그냥 그래야 된대요그래서 제가 나름 주장을 했어요공부 못 하는 애들도 뭔가 잘하는 분야가 있고 배울 게 있다엄마가 내 친구들 안 만나봤으면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 그랬어요그래서 계속 싸웠어요.”


이제 나이가 조금 들어서 고등학생이 됐어요고등학생 때 양다은은 어땠어요?”
고등학생 때에도 약간 조금 자기 비판적이기도 하면서 겉으로는 설치기도 하고요두 가지 면이 계속 있었어요작은 일에도 쉽게 흩어지는 편이었어요시험 치면 꾸기고 울고 그랬다가 다시 노래방 가서 풀고반에 막상 있으면 친구들이랑 뭐 하자 이런 걸 좋아했어요.체육대회나 스승의 날 같은 때에는 이런 거 하자고 해서 하고그래서 취미특기란 적는 게 있었는데 친구들이 대신 적어줬는데요그게나대기였어요. (웃음)”


고등학생 때 기억나는 건 뭐 있으세요?”
고등학생 때 문학 시간이 있었는데요계약직 같이 잠깐 계시는 선생님이었어요그때 선생님이 시를 가르칠 때 그림을 그리라고 했어요시를 읽고 무슨 느낌이 드는지 아무렇게나 그리라고막 낙서처럼 그렸는데 제 걸 보고 칠판에 그려보라고 했는데 그때 잘했다고 했던 것 같아요그때 재밌었어요. (시를 보고드는 느낌이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리라고 했어요수업 시간 때 많이 잤었는데 그때는 잘 안 잤어요.”


이제 대학생이 됐어요대학생이 됐을 때 양다은은 어땠어요?”
되자마자는 너무 신났던 것 같아요그냥그냥 됐다그래서 계속 놀았죠계속 생각 없이 놀다가계속 미뤘던 것 같아요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하고 뭘 하고 싶은 그런 걸놀다보니까 땅바닥에 머리 박는 날이 있더라고요. (웃음그래서 이제 뭔가 해야 하나 싶었어요그때 내가 고등학교 때는 교환학생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 학점 이걸로는 아무 것도 못 하겠다 같은 생각을 했고 그래서 학점도 메우고그러다보니까 졸업할 때 되더라고요.”


졸업은 언제 했어요?”
“2014년에요.”


대학생 때 기억나는 건 어떤 게 있으세요?”
학점이 너무 낮아서요제가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았었거든요그걸 메우려고 계속 그거에 엄청 매달렸어요나중에는 학점 잘 받았거든요그래서 친구들이 넌 인간승리라고 그랬어요학사경고에서 무슨 장학금까지 받냐고.”


또 있어요?”
자잘한 게 생각이 안 나요자소서를 많이 쓰다보니까요자소서는 큰 거 위주로 쓰잖아요그래서 그런 거 위주로밖에 생각이 안 나요. (웃음)”


대학은 이제 졸업했어요그 다음에는 어땠어요?”
졸업하고 인턴을 잠깐 했었는데요그때 너무 해맑았어요회사 생활 할 준비가 안 됐어요엄청 못 했어요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했지 싶어요그때 상처도 많이 받고 그때 처음 혼자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와서 하고 게이지가 차면 또 돌아다니면서 비우고. (웃음)”


요새는 어때요?”
요새는 일부러 기복을 많이 안 만들려고 해요여행도 가보니까 갔을 때 너무 좋고 제가 몰랐던 거나 장점들을 볼 수 있어서 좋은데 돌아오면 그 갭이 너무 크니까요이거 책 만드는 것도 배워서 하는 건데요그거 책 만드는 거 배우기도 하고 드로잉 클래스도 듣고 그랬어요그것도 이제 살짝 끊었어요기복이 생겨서요이런 거 할 땐 너무 재밌는데 이런 것만 쫓고 살 순 없더라고요일단 닥친 것부터 하자 싶었어요취업.”


그러면 지금은 취업이 제일 큰일이네요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마케팅 쪽이요지겨운 걸 제가 잘 못 참거든요음 그런데 그쪽 시장이 너무 치열하기도 하고 사실 제가 너무 새로운 걸 안 원할 수도 있어요그래서 아예 유턴은 못 하는데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이번에는 문화기획 쪽도 생각해서 내봤어요그때 면접을 갔는데 서러웠던 게 제가 갈팡질팡 하는 것도 있지만 거기서 제 열정이나 그런 것들도 온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별난 사람도 좋은 건 아닌데 너무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걸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떨까요?”
앞으로도 뭔가 나중에 대해 상상하는 건 있는데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없거든요일을 해도 오래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지금 일을 하고 싶은 것도 다른 기회를 만날 것 같아서이거든요기회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책을 내고 이런 인터뷰 하는 것도 연결이 된 것처럼 경험을 더 쌓아서 풍부한 걸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지금 당장 하기보다 더 쌓아서 하려고 미루고 있어요책 써서 내고 그런 것도요.”


그래도 가끔 상상은 할 수 있잖아요해보고 싶은 일이나 버킷리스트 같은 목록이 있으세요?”
버킷리스트 중에 인터뷰 해보는 게 있었어요어떤 사람이 절 찾는 거잖아요그런데 벌써 해서 신기해요. (웃음)”


또 있어요다른 거?”
다른 건 타투타투 해보고 싶고요다른 건 뭐 있죠뭔가 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이런 책방이어도 좋고 게스트하우스도 좋고계속 사람이 들렀다 가고 그런 공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또 있어요?”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막상 안 떠오르네요.”
없어도 괜찮아요굳이 억지로 끄집어낼 필요 없어요.”


이상형은 어때요?”
귀여운 사람뭔가 딱 짚어서 말은 못 하겠는데요제가 귀엽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너무 잘생기진 않았는데 자기 개성이 있는 사람이 귀여운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있어요?”
--중에 하고 싶어요-중에너무 재미가 없을 때요.”


어떻게 결혼하고 싶어요?”
제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한두 번 결혼식에 가봤는데 너무 30분 만에 굴러가듯이 계산적으로 하더라고요현실 세상에서 결혼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런 걸 안 하고 싶어요예를 들자면 뭔가 제 친구가 제게 보탬이 되고 싶은 게 있으며 그 친구가 잘하는 게 있을 거잖아요베이킹을 잘하면 쿠키를 구워오고 글씨를 잘 쓰면 그런 걸 해주고요홀 그런 데 말고 자연스러운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사람에 대해 물어볼 건데요지금 딱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요?”
같이 취업 준비하는 동생이 있는데요그냥 같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한 번씩 혼자 있을 때도 많았거든요학교에 있을 때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계속 있는데요그때 너무 허전하더라고요그때 다른 친구가 옆 자리를 채워주는 게 고마웠어요.”


지금 고맙거나 기억이 나는 친구가 있어요?”
간호사인 친구가 있는데요술을 엄청 좋아해요굳이 집에 있다는데도 집까지 데리러 와서 술 사주고 그러거든요당장 친구가 술 먹고 싶어서 왔을 수도 있지만 또 생각나서 찾아주고 그런 것들이 고마워요지난달인가 막창 먹으러 갔었는데요그때 막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그때 그 친구가 힘들면 힘들라고 하라고 하더라고요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이 상태가 너무 오래 되다 보니까요듣는 그 사람들이 부담될 것 같고이미 오지선다로 답이 있는데그 사람들이 힘들 수도 있고 한계가 있잖아요그걸 말해주는 자체만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고 좋았어요.”


죽는 건 어떤 것 같아요?”
죽는 걸 일상이라고 하면 이상한데 막 멀지는 않은 것 같아요인적성검사를 보면 나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대답하는 항목이 있거든요그걸 한 번은 생각해보잖아요그걸 그런데 예라고 대답하면 안 된대요그게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잣대래요그런데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지 그걸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잖아요도망의 대상은 아닌데 한 번씩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죽으면 좋겠어요?”
중학교 때 도덕책을 봤는데요일본에서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하고 죽은 분이 소개됐어요어차피 죽으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세상에 미련이 없을 때에 그렇게 죽고 싶어요세상에 미련이 없을 4-50대에그런데 요새는 모르겠어요아파도 괜찮을 것 같아요죽을 때 되면이상하다. (웃음그때 죽을 때 살아오면서 좋았던 기억이 많이 생각이 나면서 끝나면 좋겠어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뭔 걱정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나름 합리화를 하거든요걱정을 하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니까 그만큼 생각이 깊어질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다고요저한테 그게 능력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 제 스스로가 피곤해요조금 더 행동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아요.고민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어요?”
살면서 남이 없을 순 없잖아요당연히 신경이 쓰이고남들 하는 만큼 하는 게 맞는데너무 그런 것들이 안 익숙해지면 좋겠어요저도 지금 남들만큼 하려고 하고 있긴 한데 그걸 왜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당연히 남들 하니까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이렇게 하면 안 되나생각하면 좋겠어요.”


누가 다은 씨에게 그랬어요. ‘다은 씨 잘 지내요?’ 그러면 뭐라고 대답할 거예요?”
조금 약간 뭉뚱그려서 대충 말할 것 같아요인사치레 말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제가 힘들다고 말 안 하는 것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저도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말을 안 하거든요친구들에게 잘 되가나그러지도 않고요정말 먼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보면 대충 지내지그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정리하면서 사소하게 물어보는 질문이에요점심에는 뭐 먹었어요?”
오늘은 엄마가 유부초밥 싸줘서 먹었어요. (웃음요즘 도시락 싸서 다니거든요.”


어제는 그럼 뭐 했어요?”
어제는 월요일이죠어제도 도서관에 왔었는데 너무 공부가 안 돼서요제가 취업 준비하면서 별 걸 다 하는게요. (웃음인적성검사에서 수학을 쳐야 하는데 제가 수학을 너무 못 하는 거예요제가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사칙연산부터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그래서 서점에 가서 많은 자리수를 계산하는 책을 사서 그걸 하루에 두 장씩 풀자 그랬어요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다 틀리는 거예요그래서 찾아보니 인도수학이 있더라고요한 문제 푸는데 30초면 풀어요시험에 그렇게 나오진 않지만 그게 재밌었어요그리고 공부 안 되는 날이라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랑 얘기만 했어요.”


내일은 뭐해요?”
내일은 수요일이죠오늘과 별반 다를 건 없을 것 같아요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이제 물어볼 내용은 다 물었어요어마어마한 것도 중요한데 오늘 내가 잘 지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전 일상 자체가 중요한 사람이라서요. ‘구질구직’ 책 내용이 좋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서 직접 만나서 보면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제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세요?”
이거 왜 하는 거예요?”
기업을 제가 3년 정도 다녔어요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는데요어느 날 생각해보니 사실 온전한 제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제가 직장을 벗어나면 어떤 게 남을까 고민했는데 없더라고요그래서 혼자 해도 괜찮고 하다가 말아도 괜찮은데 오래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그래서 이걸 해요지금 이게 2년 넘었거든요잔잔하게 오래 하고 싶어요.유명하지 않아도 잔잔하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어요.”


“10년 할 수 있겠어요?”
“2년 해보니까 괜찮았어요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하니까요.”
재밌겠다.”
만나서 기록한 숫자는 많지만 그냥 일상 속에서 만난 거라서요딱히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숫자는 아닌 것 같아요제가 이렇게 많은 인연을 잇고 살아가는구나 생각하면 신기해요지나가다가 커피 마시다가 물어보고 친구와 만나서 물어보고 그래요프로젝트로 규정하거나 어떤 성과에 목적을 두지 않아서요오늘 고마워요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기 쉽지 않거든요.”
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그런데 무언가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재밌어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건 재밌더라고요.”
파고들면서 물어볼 생각은 없어서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만큼만 들으니까요서로 피해가 없는 선에서 공동의 이득을 취하는 거죠.”


<구질구직머리말과 맺음말을 옮긴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라는 개소리가 있는데
배추는 나발이고 포기도 못 하고,
나는 무였다
뽑히지 않는 무
여기저기서 암만 뽑혀가도
그 바닥에만 박혀잇는 무
쓸 모 없을 무()

세상 모든 무들을 위하여.”
<구질구직>, 1


세상 어딘가는 답이 있을 거 같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내 속을 파고 파고 또 팠다내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내 탓이고 내 탓이고 내 탓이었다.

친구들도 자기 탓하기 바빴다같은 취준생끼리 모여서는 서로를 없는 걸 비춰주는 거울 삼고 있었다경쟁하듯 니는 이게 있네 나는 없네 하다가문득 드는 생각이안 됐다 참저 친구도 괜찮은 친군데잘 됐으면 좋겠는데그러다 내가 더 안 됐다는 생각이 또 비집고 들어온다이것도 저것도 없는 나는 남들처럼 이것도 저것도 하지 않았구나열심히 살지 않았구나속으로는 내 탓겉으로는 신세 한탄을 하다 보면 벼락 같이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그리고 집 가면서 터벅터벅 되내이는 말이열심히 살아야지열심히 살아야지위로나 격려는 없어졌다적어도 우리 사이엔.
각자가 열심히 살아야 할 원인을 자신에게 찾을 뿐인 거 같다.

아닌 친구들도 있다회사에서도 답이 있는 건 아닌지취업한 친구들은 까고 까고 또 깐다일하기 싫은 이유는 상사 탓이고 후배 탓이고 회사 탓이다.

부럽다.
오늘 술자리 시원하게 쏴서 부러운 거보다 남 탓 할 수 있는 게 부러웠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세상 탓도 하고 남 탓도 좀 해보기로 했다그렇다고 내가 다 포기하는 것도 아니니까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얻어먹은 친구들한테 술도 한 잔 사고 그럴려면 계속 구질구질한 취업 준비 하긴 할 껀데오늘만 나도 나자빠져서 쪼금만 합리화도 하고자기위로도 하고니 욕도 함 해보고발 닦고낮잠도 자고오늘만.
내일은 오늘이랑 달라져서 또 같이 열심히 살 거니깐.”
<구질구질>, 43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없어.
일상 속 대단한 만남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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