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옆 인간극장 175 - 박하나(대구)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5 - 박하나(대구)
2016년 3월 29일, 대구광역시 경북대 서문 인근 독립출판 서점 ‘슬기로운 낙타’
오르락내리락 하는 날이 있다. 들뜨면 현실이 아리고 내려앉으면 한없이 떨어지는 날이 있다. 그녀를 만났을 때 날은 춥고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했다. 대구 어느 독립출판 서점에 앉아 낮이나 밤이나 별별 이야기를 했다. 걱정은 해도 지나치게 옭아매진 말라고 했고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진 말자고 했다. 자격은 없어도 때때로 무거운 말을 했고 거의 가벼운 말을 했다. 경북대학교 서문 어귀에서 독립출판 책을 늘어놓고 같이 앉았다. 그 자리에서 일상을 들었고 이 기록은 그때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일부이다. 기댈 때마다 그곳이 부서지는 날이 있었는데 그 어느 날에 얽힌 기록이다.
“이야기를 털어보려고요. 하나 씨, 요즘 어떻게 지내요?”
“취직 활동을 하다가 어느 날 대구에 왔어요.”
“대구는 어때요?”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우울했다가 재밌기도 해요. (웃음)”
“취직활동은 어때요?”
“음, 나를 잘 보여준다고 하는데 음, 답이 잘 안 오니까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들죠.”
“다른 일은 없을까요?”
“최근에는 블로그를 굉장히 재밌게 하고 있어요. 영화 리뷰나 상품 리뷰부터 (웃음) 그런 것들 하고요. 최근 중고 거래도 활발히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재밌어요.”
“스스로 좋아하는 건 어떤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어제도 얘기하면서 엄청 고민했던 건데요. 제가 되게 뭐지. 귀가 얇고 그 뭐랄까. 동요되는 게 심한 편이라서요. 다 좋아해요. 하나를 발전시키면 좋겠는데 잔가지가 너무 많다는 것을 걱정했거든요. 최근에는 글쓰기나 블로그, 바이럴마케팅 이런 것까지 하는 건 다 관심이 생겨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줄 수 있어요?”
“최근에는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최근에는 독립출판 그런 출판하는 거에도 관심이 생겨서요. 감각적인 레이아웃 같은 걸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블로그 하는 게 은근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좋아요. 옛날 이야기를 할까요? 초등학생 박하나는 어땠어요?”
“인형을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아침에도 학교 가기 전에 모여서 인형놀이 할 정도로 인형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평범하게 생활하다가 왕따를 당한 적이 있어요. 그게 커서도 되게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겨서 힘들었어요. 되게 사회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중학생 박하나는 어땠어요?”
“그때도 친구를 막 깊게 사귀거나 그런 걸 힘들어 했었어요. 그러다가 밴드부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중학교 때 기억 있어요?”
“한 번은 그 무슨 중학교 축제 그런 거에 친구들이랑 댄스팀으로 참가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친구들이 너무 의외로 춤을 잘 춘다는 얘기를 들어서 신기했어요. 원래 집에서 막춤 추는 거 좋아하거든요. 너무 의외라는 말을 들어서요. 그리고 참고로 그때 축제에서 2등했어요. (웃음)”
“잘했네요. 쉽지 않잖아요. 얼마나 잘 하는 친구들이 많겠어요. 이제 나이가 차서 고등학생이 됐어요. 박하나는 그때 어땠어요?”
“제가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거든요 중학교 때 전교 1등도 하고 그랬어요. 횡성 살다가 원주로 학교를 갔거든요. 강원도에서 손곱히는 고등학교였어요. 전교에서 한자리수를 받다가 거기서 학생 수도 확 늘고 반에서도 두 자리 수 성적 받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방황 많이 했어요.”
“또 다른 기억나는 거 있어요?”
“그냥 고등학교 때도 밴드부를 했어요. (웃음)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냥 뭐 고등학교 앞에 벤치 같은 게 있었어요. 벚꽃 피면 벤치에 앉아서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리고 친구랑 독서실에 새벽 2시, 3시까지 있으면서 12시까지 수다 떨고 야식 먹고 집에 가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걸로 일탈을 하기도 하고요.”
“또 있어요?”
“그리고 그러다가는 중간 중간 공연도 하고 이랬는데요. 아예 수능 끝나고 나서는 자체 공연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가끔 합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는 그만두고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합주라는 게 묘하게 다 악기들이 맞아야 소리가 예쁘거든요.”
“대학생이 되었어요.”
“초반에는 입시에 실패해서 대학교 2학년까지는 패배감에 절어 살았어요. 친구들도 대학을 잘 간 친구들이 많아서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엄청 찌질찌질 하게 지내다가요. 3학년 때부터는 학교에서 해외봉사부터 시작해서 봉사활동도 하고 클럽댄스 배우는 클래스도 배우러 다니고요 그랬었어요. (웃음) 왜냐면 학교가 지방이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요. 학교에서 하는 건 웬만하면 다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자잘한 독서모임부터 영어회화스터디까지요. 사진동아리도 했었고 초반에는 신문사도 했어요. 그러다가 편집장 님이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졸업은 언제 했어요?”
“작년 8월에 했어요.”
“얼마 안 됐네요.”
“시기로 보면 그렇죠.”
”그 이후에는 어땠어요?”
“졸업 후에는 어, 보통 이력서 쓰다가 잠깐 잠깐씩 블로그, 브런치 하는 게 일탈이었어요. 점점 뭐랄까 자존감도 떨어지고 하니까요. 되게 많이 휘둘리고 있어요. 삶의 방향 같은 걸 많이 잘 못 찾아서요.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조언도 얻고 하면서요.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밥벌이를 충족시키는 그런 것들이요.”
“요즘은 어때요?”
“요즘은 약간 내 일상을 회복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옛날에는 하루하루가 힘들었거든요. 취준이나 그런 거나 먼저 된 친구들하고 비교도 되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 일상을 지내는 그런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우연히 간 도서관에서 창밖에 햇살이 들어오면 이 햇살 봤으니 행복한 하루였다 됐다. 어느 날은 블로그에 손님이 천 명 넘게 온 날이 있거든요. 천 명이 넘게 들어왔으니 됐다. 그런 거 하고 있어요. (웃음)”
“앞으로는 어떨 것 같아요?”
“가장 무난한 삶은 직장이 구해져서 9시 출근, 6시 퇴근 그 이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요. 주말에 잠깐 여행 다니고요. 그런데 다들 주변에서 그런 삶은 없을 것이란 얘기를 해서요. 제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뭘 해도.”
“시간을 써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일단은 모든 대륙을 찍어보기가 있어요. 아 그리고 제 집을 갖고 싶어요. 제가 직접 설계 같은 걸 다 하고 한 땀 한 땀 해서 제 집을 올리고 싶어요. 요즘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 같은 게 있다면서요. 앞집에는 누구, 위층에는 누구 이렇게 세줘서 그렇게 모여서 살면 재밌을 것 같아요. 텃밭도 가꾸고요. 자급자족 하면서요.”
“또 있어요?”
“버킷리스트가 80가지쯤 되거든요. (웃음) 엄청 자잘하게는 그런 게 있어요. 최근에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너무 재밌게 봐서요.검술을 배우고 싶다는 걸 추가했고요. 그리고 엄마가 옷가게 하시는데요. 엄마가 세를 들어 있는 건물 사기 그런 거요. 자잘하게는 취업하기가 하나의 목표로 되어 있고요.”
“하나 씨 이상형은 어때요?”
“같이 있을 때 편하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전 되게 요즘 가끔 보면요. 집착이 빚어내는 안 좋은 뉴스들이 가끔 나오잖아요. 서로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둘이 있을 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함께 할 때 더 최선을 다하는 그런”
“지금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요?”
“최근에는 어제 큰 조언을 해준 지민 언니가 고마웠어요. 너무 정직하게 말을 해줬어요. 제가 스무 살 때 점을 봤는데 그러더라고요. 다 애매하다고 했어요. 다 좋아하는데 다 어중간 하다는 거예요. 뭘 하면 못 하진 않지만 또 너무 잘하진 않았거든요. 어제 언니가 절 보더니 넌 뭐가 없다 그러는 거예요. 이제 뻗어나갈 가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잔가지가 너무 많은 느낌이라서.”
“지금 떠오르는 고마운 친구가 있어요?”
“여행대학에서 만났던 오수지 친구.”
“왜요?”
“제가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방법을 잘 몰라서 혼자서 마음 닫고 그런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많이 허물어줘서 되게 고마웠어요. 그 이후에 사람들 대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러워지고 제 마음 주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죽는 건 어떤 의미 같아요?”
“지금도 가끔 쓸 데 없거나 돈 안 되는 일 할 때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하고 싶은 거 하자 하면서 하긴 하는데요. 죽는 건- 난 죽으니까 잘 모르겠죠. 어떤지. 주변에서 느끼면 제가 사라지는 그런 거겠죠.”
“어떻게 죽고 싶어요?”
“이제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봤다 그러면 죽어도 될 것 같아요. 버킷리스트에 줄이 다 그어지면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음,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뿌리는 잘 박혀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아직은 주제 넘어 보여서. (웃음)”
“어제는 뭐했어요?”
“어제는 대구 독립출판 서점에서 있다가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서 막창과 꼼장어를 먹었죠.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오늘은 뭐해요?”
“이따가 어떤 독립출판 작가를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또 저녁을 먹겠죠.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요. 그리고 김광석길(김광석다시그리기길) 옆에 있는 어느 숙소에서 잠을 잘 것 같아요.”
“누가 하나 씨에게 그랬어요. ‘하나 씨 잘 지내요?’ 그러면 뭐라고 대답할 거예요?”
“난 잘 지내죠.”
“어떻게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음 제가 최근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는 책을 읽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이야기처럼 살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살고 싶어요.”
“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재밌었어요.”
“짧게 했어요. 밖이니까요.”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 없어.
일상 속 대단한 만남 「목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