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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Apr 08. 2016

그녀는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 하겠다며 속상해 했다.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4 - 김유림(서울)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4 - 김유림(서울)
2016년 3월 23일,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 한방찻집 ‘의전방’

“고마워요.” 반복하는 사이였다. 일이나 사람 따위에서 무엇이든 견뎌야 하는 사이였다. 긴 이야기 나누지 못 해 서운한 사이였다. 괜찮은 사이였는지 모르겠다. 흩어지는 인연이 될 무렵 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 하겠다며 속상해 했다. 허세로 보일까 걱정했다. 일보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과정을 힘들어 했다. 이야기 매듭마다 “좋아요.” 아니면 “괜찮아요.” 했다. 

그녀는 “기가 빨렸어요.” 했다. 혼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림 씨이건 부담을 가지는 일이 아니라서편하게 해요. (웃음요즘 어떻게 지내요?”
“저는 익스퍼루트에서 여행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떠날 준비를 좀 하고 있어요. 익스퍼루트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어디로 떠나려고요?”
“음, 원래는 좀 단순하게 나라, 나라, 나라를 다니는 게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직 장소나 그런 건 생각 중이고 시기도 생각 중이고요. 뭘 떠나고 싶은지도.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어딘가 떠나고 싶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떠나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아요.”


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음, 제가 여행을 중독처럼 갔어요.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조금 있었어요. (언제부터) 여행이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모습 자체에 도취돼서 가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행을 가고 싶은지 떠나고 싶어 하는지. 이게 약간 집이나 사람 사이에서 답답한 것들이 있었는데 여행을 떠나면서 해소하려고 했었나 봐요. 그런데 그게 여행을 가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여행 속에서도 남아있는 거예요. 일상에서 해결되지 않는 건 여행을 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이제는 이걸 일상에서 해결하고 즐거워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답답함을 일상 속에서 해결하고 떠나고 싶어요.”


익스퍼루트는 잘 하고 있어요?”
“이거 하면서 제가 부족했던 모습을 인정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들인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힘든데 이게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제게 부족한 것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힘든 거예요. 그게 속에서 볶이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도 생겼는데요. 그걸 인정해서 발을 더 담그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익스퍼루트에 다가가고 스스로도 해결하고 있어요. 못한다는 것도 인정하고 역량이 부족한 것도 인정하고. 계속 하고 싶으니까 계속 비비적거리는 것 같아요. 뭐라도 일을 하려고 하고요.”


익스퍼루트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들이 있어요?”
“원래는 여행 중에서 있었던 일들이었는데요. 올해 박람회를 기점으로 좀 바뀐 것 같아요. 박람회 중에 거기서 손님들하고 직접적으로 만나고 사업설명회를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제가 그 뒤에 있었거든요. 강연회 총괄을 했는데요. 그 감정들이 너무 기억이 나요. 감동님(홍동우 대표)이 없었던 절박한 상황을 몸소 느낀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이 여행의 기억을 모두 엎을 만큼 기억에 남아요. 좋은 기억은 아닌데요. 절박했어요.”


다른 건 없어요?”
“다른 건 글쎄요.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제 일상 속에서도 계속 익스퍼루트만 생각하다보니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제 일상에서 익스퍼루트가 약간 새로운 남자친구 사귀는 느낌? (웃음) 아, 그거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고 싶었는데요. 국내여행 가이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자격증인데요. 그거 준비하고 있고 올해는 그게 제일 큰 목표였어요. 휴학 중에서. 휴학이 9월이면 끝나요.”


휴학은 얼마나 한 거예요?”
“이제 9월이면 1년 되니까요. 6개월쯤 한 거 같아요.”


휴학은 어때요?”
“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게 너무 많아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1년 정도가 걸려요. 더 오래 걸리면 더 걸리지 덜 걸리진 않아요. 휴학도 이 상황에 적응하다가 끝나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바쁘게 살지 않기가 목표였는데 그거는 못 이뤘어요. (웃음)”


스스로 좋아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어 볼까요?”
“이게 휴학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고민이라서. 제가 뭐 있지? 그 전에는 몰랐거든요. 단순히 여행 짜는 걸 좋아해서 이쪽이 길이겠지 생각했는데요. 그런 거 빼고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똑같은 음료가 있어도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사람들 색깔에 흡수되고 그런 게 있어서요. 아직 대답을 못 하겠어요. 막 얘기하라면 하겠는데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좀 그걸 찾는 여행이나 그걸 찾는 일상을 해보고 싶어요.”


괜찮아요잘 하고 있어요옛날이야기 해볼게요초등학생 김유림은 어땠어요?”
“진짜 다 잘하는 아이요. 욕심도 진짜 많고요. 독불장군이었어요. 내가 1등 아니면 안 되고요. 고집도 엄청 세고요. 선생님들에게도 진짜 잘 하고요. 근데 욕심이 많은데 공부 빼고는 원하는 걸 못 가지는 애였어요. 친구나 회장 그런 건 못 얻었고 공부만 얻었어요.”


이야기 하는 건 재밌죠? (웃음)”
“괜히 긴장돼요. (웃음)”
아니에요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음, 계속 이야기 하니까요. 괜히 허세 나올까 봐요. 저는 진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항상.”


그럼 중학생 김유림은 어땠어요?”
“진짜 이게 중학교 때 약간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밖에서는 엄청 나대고 엄청 말 많고 학교에서 되게 말썽꾸러기였어요. 담배 그런 게 아니라요. 선생님 말 엄청 안 듣고 공부 안 하고요. 3년 내내 교과서를 펴본 적이 없을 정도였어요. 그때가 우울증이 약간 있었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침대에 앉아 있거나 우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 왜 그랬는지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데요. 언니랑 관계가 약간 안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공부 엄청 안 했어요 진짜.”


중학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이 있으세요?”
“선생님들 싸인 받으러 다닌 거요. 맨 종이에다가요. 관심 받고 싶었나 봐요. 옳게 표출을 못 하고요. 중학생이고 어리고 그러니까요. 그때 막 웃으면서 그랬거든요. 선생님 사인해줘요, 선생님 사인 받고 싶어요. 그게 관심 받고 싶어서 그랬구나 생각해요. 오래된 기억인데 딱 떠오르네요. 그랬나 봐요. 부끄럽다. (웃음) 이런 이야기까지 하네요.”


고등학생 김유림은 어땠어요?”
“고등학교 때 큰 사건이 있었거든요. 사건은 아니고 변화하게 된 게 있어요. 고1부터 어느 순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는 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때 중앙일보 공부의 신이란 게 있었는데요. 거기에 지원해서 제가 멘토 언니랑 연결이 됐어요. 그 언니가 공부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메일로 멘토처럼 해줬어요. 구몬학습부터 풀었어요. 차근차근 시작을 하고 그러고 했는데 그때도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목사님이 있었어요. 그 목사님이 친구 목사님을 불러 강연을 한 거예요. 거기서 제가 위로를 받았나 봐요. 그 뒤로는 진짜 달라져서 회장 같은 것도 내내 하고요. 공부도 진짜 열심히 하고 교회도 정말 열심히 다니고요. 진짜 변했어요. 그 강연 때 처음에는 강연 한다니까 공부해야 하는데 왜 방해하지 하면서 속으로 나쁘게 말하면서 화가 많았는데요. 그 강연 보고 끝에는 울고 있었거든요.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다음날에 바로 그 교회에 갔어요. 그 목사님과 상담도 받고 하면서 그 뒤로는 친구도 많이 생기고 회장도 하고 공부하고 그러면서 그랬어요. 그리고 그러면서 그때 또 성적이 올라서 공부의 신 때문에 신문에 나왔거든요. 많이 오른 건 아닌데요. 아직 있어요. 진짜 못 생겨서요. 제 인생 처음으로 중앙일보에 진출을 했던 기억이에요. 부끄러워요. 찾아보지 마세요! (웃음)”


그때 기억나는 일은 어떤 게 있으세요?”
“그때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났는데요. 그 중에서도 연수라는 애가 있는데요. 걔랑 7021 버스를 늘 같이 타고 집에 갔거든요. 그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그 속에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런 걸 너무 많이 이야기 했어요. 걔랑 이야기 하면서 가치관이 성장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요. 그 버스 안에서 나눴던 대화가 기억이 나요. 하교를 만날만날 같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 그런 이야기 안 하고 싫어하잖아요. 저랑 걔는 생각이 많고 진지한 면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대학생이 됐어요스무 살 김유림은 어땠어요?”
“너무 어렸어요. 고3 때보다 더 어렸던 것 같아요. 갑자기 퇴화해서 방황도 많이 하고요. 공부도 안 하고요. 정말 그때는 기억이 없어요 솔직히. 너무 어리게 놀던 기억밖에 없어서요. 아, 미국 다녀온 거요? 그- 아! 죄송해요. 제가 생각을 좀 하거든요. 말로 바로 표현이 안 되거든요. 고3 끝나고 제가 아르바이트를 3개를 했어요. 알바를 정말 미친 듯이 했거든요. 제가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거든요. 공부 말고 정말 실무를 하고 싶고 일을 하고 싶은 욕구를 아르바이트 하면서 푼 거예요. 주방 보조하고 파리바게트, 아이스크림집 하면서 돈을 엄청 벌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잠깐 멀어졌었거든요. 너무 일만 해서요. 정말 좋은 기억이에요. 그 돈으로 스무 살 때 여름에 미국 갔었거든요. 그때 미국 다녀온 기억 때문에 지금 여행 쪽 일을 하는 것과 다름없거든요. 그거 빼고는 정말 어렸어요.”


스무 한 살 김유림은 어땠어요?”
“(웃음) 이렇게 삶을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스무 한 살도 정말 이제 그때는. 이 과를 너무 벗어나고 싶었어요. 문헌정보라는 과가 저한테 정말 안 맞는다는 걸 절실히 느낀 해였어요. 그래서 제가 사실 2학년 1학기까지는 학고(학사경고)까지 갈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거든요. 3학기 동안 성적을 다 말아먹었어요. 과가 안 맞다 보니까 2학년 때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어떻게든 이 과를 벗어나서 제 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해 겨울이 신의 한수였어요. 그때 기말고사를 준비하다가 너무 우울한 거예요.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고 원하지 않는 과에 와있다는 것 때문에요. 하루 종일 공부는 안 하고 펜만 붙잡고 있었어요. 뭘 하고 싶지 생각을 했는데요. 고등학교 때 관광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때 선생님께 관광 쪽 전문대를 가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평생 티켓 발권만 하다가 말 거냐고 해서 포기했거든요. 그때 감정 기복이 생겨서 4년제에 오게 된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도서관에 와서 여행기획 이런 걸 하려고 검색했는데 그때 여행사 학원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다음날에 바로 학원에 등록했어요. 자격증 6개 따는데 300만 원이었거든요. 제가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불효녀 같지만요. 안 따면 안 되겠더라고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많이 빌었죠. 자격증이 너무 따고 싶고 수업이 너무 듣고 싶다고요. 왜 그랬나 몰라요. 조금 더 돈을 모으고 했어야 했는데요. 길바닥에서 울면서 한 번만 배우고 싶다고 빌었어요. 기말고사 끝나고 바로 다녔어요. 여행사 수업을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선생님이 사무실에서 있었던 잡담 같은 것도 들려주는데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방학 때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그게 스물한 살의 끝이에요. 잘했네? 괜찮았네? (웃음) 지나고 보니까 괜찮네요.”


이제 작년이에요. 스물두 살이 됐어요.”
“아, 인생 익스퍼루트. (웃음) 제가 스물두 살 1학기 때였는데 그래도 이제 좀 여행에 대해서 배웠잖아요. 이걸 써먹고 싶은 거예요. 여행 관련해서 다 알아봤어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스펙도 없고 그래서 어디든 지원하는 곳마다 다 떨어지는 거예요. 아,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는데요. 그때 해성 같이 익스퍼루트 공고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1시간 만에 접수를 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기획부터 가이드, 마케팅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게 이젠 다시 없을 것 같은 거예요. 원래 제가 지원서 쓰는 게 늦어지는데 이건 쓰는 대로 글이 써지는 거예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붙겠다 싶어서 냈어요. 너무 붙을 것 같이 써가지고요. 그래서 뽑혔어요 진짜. 그때 6월에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익스퍼루트 일정하고 겹쳐서 비행기를 미뤄야겠다고 해서 8월로 미뤘어요. 그런데 면접을 봤는데 9월까지도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유럽 비행기 꼭 미루겠다고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수수료로 40만 원인가 나왔어요. 그래서 익스퍼루트 6월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작년에 있었던 다른 경험은 없어요?”
“제가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동아리를 했는데요. 3주 간 밤새면서 영어 대본 외우면서 발표 준비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음, 그런데 이제 잘 기억이 안 나요. 왜 그러죠?”
괜찮아요그 정도만 해도 돼요올해가 됐어요올해는 어때요?”
“제가 작년에 유럽 다녀오고 10월부터 권태기가 왔거든요. 그때부터 진짜 휴학생이 된 거예요. 그 전까지는 진짜 일에 중독되어 있다 싶을 정도로 일 얘기밖에 없잖아요. 일상 이야기 해봐 그러면 일밖에 없었거든요. 그때 10월부터는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내면을 가꾸는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겉으로만 화려하게 꾸미는 사람들도 같이 만나면서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 가치관이 어디로 향하는지 몰랐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어느 쪽일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무슨 말일까요. (웃음)”


앞으로는 어떨까요?”
“줄다리기 하는 사람? 계속 우울할 것 같아요. 전 조금 사람들이 저한테 진지하고 우울하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전 그게 콤플렉스였거든요 이제는 그런 걸 조금 좋아하게 됐어요. 10월 권태기를 기준으로요. 우울함을 즐기는 것 같아요. 끝까지 우울해졌다가 올라가니까요. 그 고민들이 서른 넘어서도 계속 이어질 것 같거든요. 계속 우울하지만 고민은 많이 하면서 살아갈 것 같아요. 고민 안 하는 게 더 힘들어요.”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저는 나중에 1인 여행을 컨설팅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그 사람 얘기를 듣고 그 사람의 얘기를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그 사람의 일상이나 좋아하는 것들과 그런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그 사람만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게 언젠가 하게 될 꼭 하고 싶은 일이에요. 지금이 준비과정인 것 같아요.”


이쯤에서 유림 씨 이상형은 어떤지 물어볼게요.”
“선비 같은 사람이요. 제가 좀 불안정하고 그런 게 있거든요. 성격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요.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무뚝뚝한 건 싫고 다정하면서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요. 고마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요.”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되게 자신 있어요. 제 가정을 꾸리면 흔들리지 않게 할 자신이 있어요. 많은 과정 속에서 흔들려왔으니까요. 전 자신 있어요. 단단하게 지켜낼 거고요. 전 그래서 결혼을 좀 늦게 하고 싶거든요. 결혼할 사람하고 1년 동안은 무조건 세계일주를 하든 여행을 하든 그런 걸 겪어내고 결혼을 하고 싶어요. 흔들림이 없는 사람과.”


지금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요?”
“고마운 사람? 저는 오빠요.”
전 한 게 없는데요?”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제 일상에 대해서 저도 그렇고 누구도 그렇고 궁금해 하지 않는데요. 궁금해해줘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고마운 것 같아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친구가 있어요?”
“연수요. 아까 7021 버스.”


연수 씨는 잘 지내요?”
“엄청 바빠요. 만날 6시에 일어나고 밤에 자고 그래서 만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연락은 매일매일 하는 편이에요.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럼 유림 씨에게 죽는 건 어떤 의미예요?”
“전 기독교라서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기쁘게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빨리 죽는다는 생각은 없어요. 할 일 다 하고 늦게 죽을 것 같아요.”


어떻게 죽고 싶어요?”
“음- 아프지 않게? 기도 받으면서 죽고 싶어요. 주변 가족들한테요.”


좋아요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자신감 좀 가져.”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뭔가 하고 싶은데. (웃음) 사랑이 많이 필요한 세상 같아요. 사랑을 많이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배려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배려가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누가 유림 씨에게 그랬어요. ‘요즘 잘 지내요?’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오늘은 뭐했어요?”
“익스퍼루트 동문여행을 짰고요. 익스퍼루트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 봤어요. 그래서 이걸 잘 구축해서 익스퍼루트에 도움이 많이 되면 좋겠어요.”


점심은 뭐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저녁은 뭐 먹었어요?”
“닭백숙을 먹었어요. 정말 제 인생 닭백숙이었어요. 닭칼국수를 굉장히 사랑하는데 더 맛있었어요. 아무래도 조만간 또 먹으러 올 것 같아요.”


어제는 뭐했어요?”
“어제는 쉐어하우스에서 첫날밤을 보냈어요. 제가 집에 대한 존중이 없거든요. 집 공간에 대한 그런 게 없어요. 그런데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고 그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 걸 느끼니까 그 공간이 너무 귀한 거예요. 아- 이런 존중 받는 곳에서 살면 정말 건강해지겠다 생각했어요. 부러웠어요.”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웃음) 없는 것 같아요.”


좋아요끝이에요.”
“네. 그런데 너무 허세부린 것 같아요.”
아니에요이야기 잘 들었어요.”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 없어.
일상 속 대단한 만남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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