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 Mar 27. 2016

학교 가야죠. 뭐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학교 가야죠.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3 - 최보규(대구)

목욕탕 옆 인간극장 173 - 최보규(대구)
2016년 3월 20대구광역시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

대구에 와서 찬 바닥에서 입김 호호 불면서 잤다나날이 춥고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더운 바닥을 찾아야 하나 생각했다이게 무엇을 하는 건가 생각했다나는 흔들리는 시간을 반듯하게 접어 날리고 있을 뿐인데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벌어도 회복되지 않으면 과연 나는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덜어내고 자리를 잡는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무엇으로 회복하는지 잘 모르겠다대구에서 변변하지 않은 일만 할 생각으로 왔다그 사이에 최보규를 만났다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느낌이었다시련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유리 같은 사람이었다서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녹음할게요.”
설레네요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사실 사람을 소개시켜 준대서 여자인 줄 알고 기대했거든요.”
다음에 소개해 줄게요요즘 어떻게 지내요?”
저 학교 그냥 학교 다니고 상상발룬티어 대외활동 하고 게임 하고 글 읽고 혼자 돌아다녀요오늘 아침에 보드 탔어요.”


보드 배웠어요?”
군대 휴가 때 할 게 없어서 샀었어요원래 게임하는데 너무 게임만 하는 것 같아서게임 말고 다른 걸 해보자 해서요게임도 재미없으니까요할 게 없어서 하니까요자주 타진 않아요이제 날이 풀렸으니까요자빠졌어요무릎도. (웃음차에 치일 뻔 했어요. (웃음)


학교 생활은 어때요?”
그냥 버티는 거죠 뭐.”


특별하게 기억나는 학교 생활 있어요?”
저희 과 교수님이 갑자기 성희롱 발언을 해서 다 놀랐어요그런 소문이 없었던 분이었는데요갑자기 숙제한 거 물어보다가 남자들이 다 안 읽어왔다고 했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했어요그리고 여자들에게 질문하고 여자들은 대답하니까 그러면서 여자들을 좋아한다면서여자가 때리는 맛도 있다고 그랬어요갑자기 뭐지 그러면서 넘어갔어요.”


문제가 된 거예요?”
아니오그냥 제가 그 수업을 들었어요.”


미쳤네요게임은 어떤 거 해요?”
저 롤 해요방금도 하다가 왔어요한판 더 하고 올까 하다가재미라기보다 그냥 할 게 없어서 하는 거예요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공부하면 좋을 텐데요.”
하기 싫으니까요공부하면 좋을 텐데그래도 이제 좀 하려고 하고 있어요조금 조금씩.”


전공은 잘 맞아요?”
잘 안 맞아요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죠.”


그럴 수 있죠상상발룬티어는 어때요?”
아직까지 많이 모이고 그러진 않았어요모일 때마다 회식을 많이 해서 돈이 초반에 많이 나갔어요. 4월 2일에 처음 봉사하러 가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스스로 좋아하는 것들은 뭐가 있을지 이야기 해볼까요?”
저 쇼핑하는 거 좋아해요제가 사는 거 아니라도 저랑 보는 눈이 비슷한 애랑 같이 가서 옷 봐주는 것도 좋아해요안 맞는 사람이랑 가는 건 싫어해요.”


다른 건 좋아하는 거 있어요?”
잘 모르겠어요재밌는 거웃기는 것 좋아해요병맛 개그 좋아해요라디오 스타 좋아해요.”


또 있어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요멀리가 아니라 학교 주변 이 정도시내 같은 데도 잘 안 나가요어디 좀 타고 가는 걸 잘 안 해요.”


이제 그럼 몇 살이라고 했죠?” 
스물네 살빠른 년생이에요스물세 살인데 친구들은 스물네 살이에요.”


그럼 어릴 때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초등학생 최보규는?”
울보였어요되게 많이 울었어요. 6학년까지도 많이 울었어요.”


왜요?”
그냥 되게 많이 울었어요힘 같은 것도 없고 겁도 많고요애들이랑 친하게 지냈는데 힘 있는 애가 장난치면 괜히 좀 억하심정 같은 것도 있었고요엄마도 어릴 때 너무 무서웠어요한 번은 그런 적도 있어요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이 되게 좋은 분이라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데요선생님이 아직도 기억난다면서 이야기 해주셨어요학교에 엄마가 왔는데 제가 100원인가 돈을 달라고 했는데 그걸 안 준다고 주저앉아서 울었대요그런 거도 생각나네요되게 많이 울었어요. (웃음)”


중학생이 됐어요중학생 최보규는 어땠어요?”
중학생 때 머리 좋았던 것 같아요. (웃음음 그런 것보다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아요지금도 그런데 하기 싫은 걸 되게 안 해요수학,과학은 안 좋아하니까요집중을 못 해요이게 우리나라 교육의 분위기가 그렇잖아요질문하면 시간 끄는 것 같잖아요질문하고 참여하면 무언가 나대는 느낌 같은 게 있잖아요수업도 늦게 끝나는 것 같고요같이 하면 집중이 잘 되는데 일방적으로 하니까 점점 그러면서 공부랑 멀어진 것 같아요점점 멍만 때리게 됐어요그리고 그때 머리가 좋았던 것 같다고 한 건요그때 애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가요처음 시험을 쳤는데 전교 4등인가 했거든요저도 제가 그런 줄 몰랐는데요그런데 성적이 점점 내려갔죠열심히 하면 잘 나왔었던 것 같아요나중에는 열심히 안 해서 내려갔겠죠.”


또 기억나는 중학교 때 기억이 있어요?”
칠판 지우개로 머리를 맞았어요선생님한테이상한 분이 계셨어요기술가정 선생님인데요유명했어요야한 이야기 많이 하고요화장실에서 술 먹고 애들한테 돈을 뿌리고그때 수업시간에 앞뒤로 앉아서 친구랑 장난을 치는데 선생님이 칠판 지우개를 저한테 던졌어요제가 피했거든요그런데 선생님이 지우개를 칠판에 문질러서 분필을 묻히는 거예요저한테 와서 머리를 잡고 문지르면서 맞았어요그리고 그때 친구랑 장난치다가 뺨도 맞았던 적도 있어요.” 


참 그렇네요고등학생 때는 어땠어요?”
그냥 무난했어요싸움도 한 번도 안 하고요원래 싸움을 안 하는데 중학교 때는 한두 번 정도 했었어요그때 제가 문과를 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제가 관심 있는 게 다 문과 쪽에 있었거든요경제통상이나 회계무역통역 이런 걸 해보고 싶었는데요제가 문과를 더 재밌어 하기도 하고요그걸 고르는데 엄마가 남자는 이과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시길래그리고 제가 문과가 선택의 폭이 좁다고 하잖아요제가 거기서 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문과 친구 중에서 노는 친구가 많아서 그게 휩쓸릴까 걱정을 했어요그래서 이과로 갔고 대학에 왔는데 학교는 마음에 드는데 배우는 게 좀 안 맞아서요.”


대학생이 됐어요. 20살 최보규는 어땠어요?”
자기비하가 되게 심했어요.”


왜요?”
그냥 멘탈이지금도 약한데요감정 기복이 되게 심했어요되게 좋아하던 아이랑 사귀었는데 전 너무 이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절 그렇게까진 안 좋아하는 것 같고 또 그게 잘 안 돼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병신이구나 생각을 많이 했고요그런 짓도 많이 했고요.”


“21살 최보규는 어땠어요?”
그때는 군인이었는데요그때 그냥 괜찮았던 것 같아요. (웃음)”


“22살 최보규는요?”
그때는 제가 인생에서 제일 좋았던 때 같아요.”


왜요?”
그때 하는 일마다 다 잘 되고요외적으로도 운동 같은 거 하니까 피부도 되게 좋아지고요살도 빠지고요시험 치는 것도 잘 되고요.책 같은 것도 많이 읽고 하니까요제가 무슨 뿌듯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때가 제 인생의 리즈 시절 같아요왜 하필 군인 때. (웃음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백도 받았거든요그때 군인이었거든요왜 이렇게 잘 되지 생각했어요.”


“23살 때는요?”
작년이구나그때도 22살 때의 연장이었어요서로 진짜 좋아했던 아이를 사귀었거든요상말인가 병장 때 사귀었어요제가 전역하고 칼복학 했는데 그 친구는 마산에 살고 저는 대구가 학교니까 어려웠어요처음엔 마냥 좋았죠집 사정도 전역하면서 좀 안 좋아지고요전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많은데 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 거죠잘못된 게 아니란 걸 아는 게 아닌데 뭔가 치여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말실수도 많이 했어요그리고 그때 1학기 공부가 진짜 힘든 과목이 있었어요. ‘자료구조학이라는 게 컴퓨터공학과의 꽃이라고 하거든요처음 배우면 진짜 어렵거든요제가 C언어를 할 줄 알면 좀 나을 수도 있지만그때 너무 어려운 거예요공부도 좀 안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아마 중간고사 결과 나오고 헤어졌을 거예요시험을 봤는데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안 나온 거예요시간만 많이 쏟고 잘한 공부는 아니었거든요그때 많이 실망한 일이 있어서 그때 헤어지고 인생 최대의 암흑기를 보냈어요제가 롤 아이디를 휴가 나와서 할 게 없어서 일병 때 만들었거든요그때는 게임을 많이 안 했어요제가 만렙이 30인데헤어지기 전까지는 23이었는데 2년 정도 했는데도그런데 헤어지자마자 1주일 만에 만렙을 찍었어요그냥 자기 싫은 거 있잖아요.”


올해는 어때요?”
올해는 잘 모르겠어요뭔가 한 게 되게 많은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고요. 1월에 해외봉사를 인도로 갔었거든요베트남도 놀러갔었어요그런데 남들은 보면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전 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게임만 하는 것 같은데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어떨까요?”
앞으로는 제가 이런 문제가 되는 걸 느끼고 있어서 이걸 아예 안 하진 않더라도 뭐가 중요한지 아니까 최소한의 건 하면서 놀지 않을까요제 입으로 이걸 말하긴 그렇지만요제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군대 다녀와서 좀 나아진 것 같아요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것도 잘 못 하고 그런 걸 잘 안 하려고 했거든요군대에서 그 성격을 많이 고쳤어요군대에서 남들 귀찮아서 생활관에서 쉬고 있을 때 전 다녔어요전역했으니까 해보자 그래서 과대도 해보고요할 건 많이 없었지만 그런 자리에 서본다는 생각으로 해보고요초등학교 때 부반장 한 번 한 거 말고는 한 번도 없었거든요발표도 진짜 하기 싫어했는데 있으면 해볼게 그러고요제가 안 좋은 면을 바꾸려고 되게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 혹시 해보고 싶은 그런 일이 있을까요버킷리스트 같은 것처럼요.”
그거 해보고 싶어요버스나 지하철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거유럽여행도 해보고 싶어요그건 그런데 너무 먼 일 같아요최근에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혼자 앉아서 노래들으면서 가는 거 하고 싶은데 귀찮아서 안 하고 있어요.”


또 있어요?”
제가 남 앞에 서서 발표 같은 걸 잘 못 한다고 했잖아요공연이나 발표를 제가 남 앞에서 제가 잘했다고 느낄 정도로 잘해보고 싶어요.”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요?”
태원이 형예전에 주별이라는 친구가 대구 왔을 때 대구 투어 시켜줄 거라고 되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떤 곳이라고 다 알려주시는 거예요그걸 듣는데 되게 배려 같은 거 많이 해주셨어요진짜 착해요뭘 해도 될 형 같아요그 형은 여행 진짜 좋아하는 사람인데요저는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그런데 그 형은 여행 이야기를 하면 눈빛이 달라져요진짜 좋아하는 게 티가 나요아이처럼그게 너무 멋있었어요처음부터.”


지금 떠오른 고마운 친구 있어요?”
아 있어요성민이아까 자취방에서 친구랑 밥을 먹는데요원래 한 명이 요리를 하면 한 명은 설거지를 해요전 아무 말 안 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죠제가 말하면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상형은 어때요?”
전 인성은 무조건 바탕으로 깔고요. 1순위 그런 게 아니라 무조건 바탕으로첫 번째가 개그 코드가 잘 맞아야 해요두 번째는 옷 입는 게 되게 잘 입는 게 아니더라도 뭔가 느낌 같은 게 제가 좋아하는 느낌이 있어요뭐라고 설명하기 좀 힘들어요외모는 키 좀 작고 귀엽게 생긴 스타일 좋아해요볼살도 좀 있고요눈이 예쁘고요좀 세게 생긴 스타일을 싫어해요.”


스스로에게 그럼 결혼은 어떤 의미예요?”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좋겠죠좋을 것 같아요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붙어있으니까요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긴 하지만요저희 집이 되게 화목하거든요그래서 재밌게 잘 지낼 것 같아요제가 돈을 많이 벌 자신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자신은 있거든요좋은 아빠나 좋은 남편이 될 자신은 있어요.”


스스로에게 죽는 건 어떤 의미예요?”
무서워요.”


어떻게 죽고 싶어요?”
하나도 안 아프게 죽고 싶어요아픈 거 싫어요하나도 안 아프게 잠들었는데 주변 사람도 아 죽었구나 하는 그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좀 더 멘탈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시련에 약한 것 같아요힘들고 그런 것에요대학교 공부할 때도 좋아하는 과목만 계속 공부하는데요억지로 하긴 하는데 집중도 되게 안 되고요원래 다 그런 거겠지만 그런 걸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껴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없어요자기 알아서 살겠죠.”


누가 그랬어요. ‘보규 씨 잘지내요?’ 그러면 뭐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냥 산다그 뒤에 질문 오면 거기에 대답하겠죠.”


어제는 뭐했어요?”
어제는 거기 갔어요. ‘스텐딩피플이라는 곳에서 하는 나대구산다에 갔었어요이번에 사람들 모아서 여자 남자 조를 꾸려서요뭐 잘 하면 상품 받고 그런 건데요.”


어땠어요?”
그냥 그랬어요솔로대첩 같은 거예요 느낌이알고 보니까 다 지인지인들이 온 느낌이더라고요딱히그리고 친구가 오페라 보러 가자고 해서 오페라 보고 왔어요처음 봤어요대학생들이 하는 건데요생각보다 감흥이 없었어요그냥 경험이죠.”


점심은 뭐 먹었어요?”
집에서 스팸이랑 김이랑 김치랑 계란이랑 멸치무말랭이랑 먹었어요. (웃음)”


이제 이거 끝나고는 뭐할 거예요?”
원래 공부할까 해서 가방을 들고 왔는데요친구가 PC방에 있어서 거기 갈까 생각이에요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공부는 하려고요.”


내일은 뭐할 거예요?”
학교 가야죠뭐 있었던 것 같은데일단 학교 가야죠.”


더 하고 싶은데 못 한 이야기 있어요?”
그냥 이런 거 하는 게 신기해요. (웃음제가 이런 걸 하는 게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저 영혼 없는 칭찬 되게 잘해요그런데 이건 진짜 진심이었어요괜찮았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없어.
일상 속 대단한 만남 목욕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