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럼 그렇지

- 신나게 놀고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갈 때면 꼭 빼먹은 것들이 생각나

by 블랙스톤

Four Puppies at Play (1903), Walter Hunt (English, 1861–1941)



오늘의 글은 간단한 소회다.

느린 일기의 마지막 편을 월요일에 올렸다. 모든 편을 예약으로 올렸기에 당일보다는 거의 다음 날 그 느낌이 오는 편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에 뭘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완성되어 있는 느린 일기였기에 2월 초에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다음 글을 올릴 준비가 덜 됐다.


내가 재미있어서 쓰는 글들이란 보통 다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일단 킥킥 거리며 적어대다가 조금 지나면 이야기의 맥락이 상충하고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갈 방향을 잡지 못하니 중간에 멈춰서 다시 방향과 주제를 손보게 된다. 원래 느린 일기 연재 중간에 함께 올릴 생각이었던 '이바구'가 그렇다. 쓰다 보니 방향성을 고민하게 된다. 일단 써놓은 게 있으니 연재만 결정해서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고민된다. 사실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결국은 밖으로 펼쳐 보일 것이다. 혼자서 끙끙대봐야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건 지난 이십 년간 숱하게 겪었으니까. 누가 봐주지 않으면 내 소설이 어떤지 나는 절대 모르겠더라.


그래. 다음 글은 소설을 연재해 볼 생각이다. 일기나 쓰다가 갑자기 소설이라니 조금 생뚱맞을지도 모른다고, 둔한 나도 느낀다. 하지만 다시 단조로운 회사생활을 시작한 내게 매번 다른 일상 이야기를 연재하는 건 조금 어렵다. 사실 매번 같은 풍경을 보며 출퇴근을 하다 보니 상상력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도 들고 있고. 기술을 배우겠다고 돌아다닐 때랑은 또 다른 기분이다. 예전 회사 생활 때는 몰랐는데, 돌아다니는 기술직을 하다가 다시 회사생활로 돌아오니 이게 얼마나 단조로운지, 매일 같은 화면을 계속 돌려보는 기분이다. 멍하니 화면만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밥 먹고 집에 와 잠들 때면 오늘 나 도대체 뭐 했지? 어제랑 다른 어떤 걸 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기술을 배울 때도 어차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같았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다른 풍경을 접하다 보니 기분이라도 조금 달랐는데 지금은 출퇴근하는 기분조차 같더라.

-이건 조금 신기한 기분이다. 몰랐다면 상관없되 알게 되면 모른 척하고 살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항상 지난 시간들은 내게 새로운 호기심을 준다. 내가 과연 나중에 이 느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게으른 나는 두면 그냥 퍼질 예정이라 소설은 무조건 쓸 거다. 일상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날짜를 정하지 않고 한 두 번씩은 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주제를 찾아 헤매고 있는 소설의 방향성을 잡고 조금 쉰 후에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한 편이 될지 두 편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방향성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다. 방향만 잘 잡히면 글은 후다닥 튀어나올 테니.


이번에 연재 브런치 완결시킨 느린 일기2는 삭제하고 다시 올릴 예정이다. 무조건 예약 발행으로 매일 수정하고 감수해 가면서 올렸는데도 목차에서 한 편이 빠져있더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새 브런치북으로 목차를 완성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빠진다고 일기가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고 내 시간의 기록에서 한 편이 빠지는 건 내가 견디기 어렵다. 술 먹다 필름만 끊겨도 불안한데 빤히 내가 잘못한 시간까지 다 기록되어 있는 기록물을 그대로 두는 건 불안해서 내가 살 수 없는 짓이다.


어쨌든 결론은 이렇다.


1. 다음에 쓸 글은 '이바구'라는 소설이 될 예정이다.

-1~2주 후, 17일이나 24일경부터 올릴 예정이다.


2. 브런치북 느린 일기2는 목차에서 누락분을 확인했기에 삭제 후 다시 만들 거다.

- 한 편이 누락되어 삭제하고 다시 목록 추가해서 브런치북으로 만들 예정이다. 같은 주소는 5일 동안 만들지 못한다고 하니 주소를 바꿀까 아니면 기다렸다 같은 주소로 만들까를 고민 중이다. 삭제, 재생성은 확실.


3. 일주일에 한 두 편씩 연재할 예정인 소설 말고 다른 쓸거리는 아직 잘 모르겠다.

- 정기적으로 읽을거리를 만들어야 구독자가 늘겠지만 개판으로 대충 적어놓는 건 내가 싫다. 어차피 짧고 굵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쓰는 글들은 사설도 꽤 긴 편이라, 보는 사람만 볼 테니 지금은 단단하게 다진 글만 올릴 예정이다.

-그림도 없이 빽빽한 글이라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뿐이라고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나 자신을 그루밍해 가며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적어도 쓰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다.


위에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정리한다는 의미로 적은 아래 글도 또 늘어지다니. 참 나란 놈은 진짜.

어쨌든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