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끝은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
기축통화의 핵심은 단연 ‘수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국의 통화도 아닌 달러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실제 수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달러는 진짜 돈(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미국의 화폐인 덕분에 전 세계 각국의 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이후 달러는 산업을 돌리는 데 꼭 필요한 석유를 결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전 세계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2026년, 이제 미국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달러를 쓸 수밖에 없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기자산이 아니다.
사실 깊이 따지고 보면 자산의 껍데기를 쓰고 있는 신기술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 사람을 하나로 묶었고, 빠른 결제와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등 우리 인류의 삶을 몇 단계나 진보케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유일하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유일성’이었다.
인터넷은 데이터 복제를 통해 원본과 구분할 수 없는 복제본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다.
구분할 수 없다면 모두 원본과 같다.
그리고 ‘유일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인터넷이라도 오직 ‘화폐’만큼은 영원히 구현해 낼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개발되며 이제는 인터넷상에서도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화폐와 같은 가치물이 인터넷 위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게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위에서 마치 ‘돈’처럼 가치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탄생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인터넷상의 데이터는 결코 돈이 아니라고.
천 년 전의 사람도 말했을 것이다.
종이 위에 아무리 조지 워싱턴을 그려 넣어도 그건 돈이 아니라고.
원래 화폐라는 것은 꼭 종이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돈이 종이여야 한다는 건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한 장, 한 장 각각의 지폐를 구분할 수만 있다면 종이든 데이터든 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 달러를 데이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바로 그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할 때 쓰는 현금 같은 코인이다.
아직까지는 달러의 힘이 유지되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살 때 이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건 곧 달러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달러의 새로운 수요처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꽤나 좋은 금융 인프라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은행 계좌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외국을 나가보면 어느 나라든 우리나라에 비해 계좌개설의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전 세계 경제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은행계좌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테이블 코인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도구인지 알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이점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디지털 달러를 찍어내는 대신 스테이블 코인 발행회사는 현물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산다.
스테이블 코인이야 컴퓨터로 뚝딱하면 거의 무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것을 팔아 번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산다면 매년 안정적으로 2~3%의 이자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스테이블 코인의 운영방식은 종이에 프린트를 해 거의 공짜로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각국 정부의 ‘시뇨리지(Seigniorage, 화폐주조차익)’ 효과와도 매우 닮아 있다.
이쯤 되니 트럼프가 왜 자꾸 암호화폐 산업을 키우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중국 너희가 우리 국채 안 사줘도 암호화폐 산업만 성장하면 얼마든지 우리 국채 사줄 회사가 있어.’
미국은 국채의 주 수요자를 국가에서 기업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구매할 때 현물 달러처럼 사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트럼프와 미국의 엘리트들은 지금 ‘패권’을 두고 처절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은 역사 속 제국들처럼 100년 만에 끝나버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중흥기(中興期)를 열어 다음 10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것인가?
이것을 위해 지금 트럼프는 소위 ‘미친 짓’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친 것도, 이란을 친 것도 미국의 패권을 연장하려는 발악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미국 내 셰일 기업을 우대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격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새로운 거래를 성사시켰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역패권을 챙겨주기 위해 ‘아브라함 협정’을 중개했고, 핵을 가진 이란을 공격했으며, 중동의 친미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영토를 확장함으로써 지리적 안전과 해저 에너지 그리고 희토류와 북극항로라는 떡고물을 독식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서서히 외면받고 있는 자국의 통화를 다시 견고한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달러의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축적해 가는 건 덤이다.
이란을 공격한 건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은 스스로 완전히 힘을 잃고 스러지는 순간까지 패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란에 대한 공격은 그저 이란이라는 나라에만 그 목적이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야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앞으로 미국의 행보는 어떨까?
에너지 패권을 위해 다른 산유국들을 공격할까?
이스라엘의 지역패권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레바논, 팔레스타인, 예멘을 공격할까?
영토 확장을 위해 쿠바나 멕시코를 공격하거나 캐나다 혹은 그린란드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마수를 뻗칠까?
스테이블 코인의 견고한 성장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까?
아니면 핵 해체를 명분으로 적잖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북한을 공격할까?
워낙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인지라 감히 나 같은 방구석 지정학자가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다.
그저 나 같은 범인조차도 지금 미국의 행보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건 에너지 패권을 위한 행동이든, 지역패권을 위한 행동이든, 영토 확장을 위한 행동이든 아니면 달러 혹은 스테이블 코인을 위한 행동이든 그 끝에는 중국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란을 왜?] 끝.
일상 속 짧은 영감들은 https://www.instagram.com/battery_note에서 더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팔로우하고 소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