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을 왜? (9)

바람둥이 달러의 다음 상대는?

by 고장 난 배터리

포트녹스에 금이 없기에 금태환제를 유지할 수 없었다.

혹은 포트녹스에 금이 있더라도 금태환제를 유지할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사실 포트녹스에 금이 있든 없든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포트녹스에 금이 없다면 미국은 영원히 그 사실을 감출 것이고, 포트녹스에 금이 있다면 또 있는 대로 별일이 없을 테니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이거다.


‘그럼 앞으로 미국의 행보는?’


아무리 힘이 빠졌다지만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의 위치에 있다.

혼자서 20명을 때려눕힐 수 있었던 동네 형이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되어 이제는 10명밖에 상대할 수 없게 된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그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태환제를 포기한 지 50년이 넘었고, 다시는 금을 기축통화와 연결 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금과 달러는 이제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이혼한 부부와도 같다.

달러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 이 상황에서도 미국은 결코 달러를 다시 금과 결혼시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무섭게 금을 매집하고 있다.

마치 금으로 미국의 달러를 손보려는 것처럼.


[2] 전 세계 금 보유량.png


심지어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금의 외국 반출을 법으로 막고 있기까지 하다.

중국의 공식적인 금 보유량은 고작 6위에 불과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금 보유량까지 합친다면 이미 2위 독일을 제쳤을 거란 전망도 있을 정도다.


‘어? 금 모아서 뭐 하려고?’


그저 중국의 공산당이 반짝이는 금속 덩어리에 탐심이 생겨 외국 반출까지 막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략적으로 금을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을 터.


‘진짜 돈으로 가짜 돈을 공격하려 하고 있구나.’


필연적으로 중국이 ‘금’을 금융 무기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금은 오랫동안 1등 자산이었다.

그것이 달러에 의해 잠시 뒤로 밀려났을 뿐이다.

그런데 반정(反正)으로 잠시 권력을 잡았던 달러가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이제 내 차례구나.’


상왕이 귀환을 꿈꾸고 있다.

달러라는 지금의 왕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물론 금은 앞으로도 왕좌를 영원히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중국이 금을 이용해 미국의 달러를 제거하게 되더라도 중국에 의해 금은 다시 왕좌에서 물러나야 한다.

금은 그저 달러를 끌어내리기 위해 잠시 기용한 용병에 불과하다.

이게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안전자산의 운명이다.

아마 달러가 내려온 자리에는 위안화 또는 다른 형태의 정부 발행 화폐가 앉겠지.




이렇듯 금은 국가가 발행한 화폐의 힘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자산이다.

그럼 달러는 이렇듯 강력한 금과의 연동을 끊은 이후에 어떻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실수요에 있다.


닉슨쇼크 이후 달러는 비록 금과의 연동은 끊어졌을지언정 석유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화폐로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한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달러는 금 대신 석유라는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74년 미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가 당시 최대 산유국이던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석유 결제에는 오직 달러만 받는다.’는 밀약을 맺었고,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손에 넣는다.


그렇게 또다시 새로운 동반자와의 50여 년이 흘렀다.

시대는 변했고 지정학적인 조건은 달라졌다.

과거엔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갔다.

이제는 사우디가 석유 결제를 달러로만 받는다고 해서 미국 달러의 지위가 안전하게 유지될 거란 보장이 없어졌다.


과거 거의 대부분의 석유가 중동에서 생산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석유를 시추할 수 있게 됐다.

1970년대 달러가 금을 떠나 석유와 결혼했던 것처럼 이제는 석유를 떠나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떠나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나는 한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달러가 석유가 아닌 다른 가치물과 연동된다면 그건 뭘까? 식량? 구리? 아니면 희토류?’


무엇을 떠올려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뭐든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시키려면 첫째로, 과거의 사우디처럼 소수의 나라가 가장 필수적인 자원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그 자원을 생산하는 국가가 과거의 사우디처럼 미국의 달러로만 결제를 받기로 약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자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희소성과 독점성을 놓고 보면 그나마도 희토류가 가장 석유에 가까울 테지만 이는 중국의 전략자산이기에 달러 패권의 유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터다.


‘그럼 설마 비트코인?’


확실히 미국은 비트코인에 진심이다.

아니, 암호화폐에 진심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단연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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