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운 바위풀 Aug 27. 2018

사진 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이광수 - <사진 인문학>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진 애호가들이 참으로 많은 시절이다.


그중 누군가는 보는 걸, 누군가는 담는 걸, 누군가는 읽는 걸, 또 다른 누군가는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한다.


혹여나 개중 사진 만들기, 그리고 읽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광수 님의 <사진 인문학>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도 사학자이자 사진 비평가라는 이력을 가진 이광수 교수님이 월간 <사진예술>에 기고한 글줄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사진 비평이나 이론을 생각하면 언뜻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바르트, 벤야민, 손탁과 존 버거. 한국 선생님들로는 진동선, 이경률, 이영준. (물론 이건 내 수준에서일뿐 제대로 들어가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이름들을 파고들기란 쉽지 않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얘기들이 쌓여만 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진 인문학>은 깊이 없이 주워 들었던 여러 개념들에 대해 비교적 쉽게 접근하여 풀어 주는 책이다. 사진을 읽는 눈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바탕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개념들은 그동안 흐릿하게 알던 것들을 조금쯤은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벤야민의 아우라부터 바르트의 풍크툼과 스투디움, 들뢰즈의 시뮬라크르까지 사진을 보면서, 또는 만들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졌거나 부닥쳤을 개념들에 대해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는 이 책의 1부는 사진 이론(미학)을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출발점으로  제법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 한국 사진가들의 작업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미덕으로 꼽고 싶다. 십여 년 전 레이에서 처음 보았던 화덕헌 님의 작품이 나오는 것도 반갑다. 목적과 주제를 가지고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역시 힘이 느껴진다.


이 책은 사진 미학의 조금 더 깊은 이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궁금해지는 것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가가 계속 책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사진 읽기에 ‘정답’은 없다. 이론을 더 많이 안다고, 작가와 작품을 더 많이 안다고, 더 잘 보는 ‘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진 읽기란 모두가 모두의 시간과 속도로 대하는 것일 뿐, ‘정답’은 없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