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여행
이 글은 사진, 문화 커뮤니티/매거진 B급사진(https://bphotokr.com)에 쓴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결혼 만 7년 차.
6살, 4살 두 아이의 아빠.
그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내가 유럽에서 지내는 한동안 짝꿍과 아이는 미국에서 지낸 적도 있었고, 또 짝꿍이 미국에 있는 지금 나와 아이들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결혼 후 혼자만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물리적인 공간감과는 별도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적은 거의 없었던 같다.
결혼 전에는 혼자 여행하고, 영화 보고 등등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제법 즐겨하는 편이었다.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혼자 길을 떠난 적도 많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혼자 술을 먹거나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아무리 부부와 가족이라도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숨을 쉴 수 있다고, 우리 꼭 그런 시간을 갖자고 짝꿍에게 얘기하곤 했는데 삶에 치이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먹은 대로 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
그러던 지난 4월, 중국 출장을 며칠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여행. 그래, 가 보는 거야. 그동안 쌓인 마일리지를 보니 일본 왕복은 가능하다. 이번에 진짜 나만을 위한 여행이니 특별히 비즈니스로 구입. 마일리지 항공권에 Air B&B 숙소까지 일사천리로 예약을 마치고 팀장님께도 휴가 일정을 확인받았다.
그리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혼자서 여행 갈 거야. 일본, 삿포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이런 시간을 누릴만하다는 약간의 자기 최면도 했다.
결과는 진심으로 대만족이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누렸던 3박 4일. 아이들 생각도, 집 걱정도 잠시 한 편으로 밀어 놓고 오직 나만을 위해 즐긴 여행이었다. 필름 한대, 디지털 한대를 가방에 넣고 특별한 일정 없이 정처 없이 걷고 보는 여행의 시간. 저녁이면 숙소 근처 이자카야에 앉아 사케 한잔에 안주 한 접시를 비우며 원 없이 먹고 마셨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주변의 결혼한 친구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에게 반드시 이런 시간을 가지라고 추천 중이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너든, 짝꿍이든 꼭꼭 이런 시간을 가져 보아라.'
그게 여행이 되었든, 아니면 다른 뭐가 되었든 좋다. 다만 결혼과 육아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