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이보그가되다>
두 저자는 '장애를 없애줄'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미루는 찬란한 담론에 불과함을 각자의 경험에 기대어 역설한다. 지금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현실에 잘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발상의 전환,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은 기술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술, 기기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자신들을 '사이보그'라고 표현한다.
동시에 '장애인과 기술'에 대한 논의가 왜 쉽지 않은지를 여러 관점을 짚으며 정리한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 기기는 장애 사실을 가려주도록 설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드러나게끔 설계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논의에는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시선과 그렇다고 장애를 드러내고 사는 것이 편리한 사회인가 라는 심리적 문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 장애를 숨기거나 극복하여 '정상'적으로 살게 해주는 기술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어딘가 결여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기술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
- 여타 다른 기술에는 '따뜻하다'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서 왜 장애인을 위할 때만 '따뜻한'을 붙이는 것일까. 꼭 선심에 의해, 당연하지 않은 것을 했다는 것인 양. 그렇게 '온정'으로 받은 기술에 대해 '실제 사용해 보니 이런 점이 불편하다'는 '진짜 니즈'는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술이 장애인의 삶을 개선시킨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는 두 저자가 서로에게 느끼는 차이점에 주목한다. 둘의 차이는 곧 사람마다의 개별성이 있음을 드러내고, 이 책에서 다룬 여러 논의들이 복합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자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세상 자체가 다면적이고 모순적이므로.
장애인, 과학기술에 대해 다방면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비장애인의 시선이 얼마나 편향적인가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고, 장애인의 개별성을 인지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다.
함께 보고 들으면 좋은 콘텐츠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171
요즘 들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실험 영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이를 비장애인이 도와주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세상은 따뜻하다,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상의 제작자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장애인은 이러한 영상에 회의적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감동 프레임은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연출된 것일 뿐.
정말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대화를 하는 모습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등.(참고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타드) 장애인 관점에서 사회를 들여다보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를 통해 일상적 요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짚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현실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10/clips/707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가짜 정당으로 등장해 장애인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제안했던 '탈시설장애인당'의 박정숙 활동가 인터뷰다. 모순적인 현실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콘텐츠였다. 가령 '장애 친화적' 지역/건물이라는 표현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장애인이 살기에 어려운 환경임을 드러낸다는 점, 투쟁하고 싸우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 10명이 욕을 해도 1명의 인식이 바뀌길 바라며 오늘도 활동을 이어간다는 말, 행동을 통해 바꾼 사회 시설이 결국 노인 등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현실 등.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회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일상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의 소개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해본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사람
https://www.youtube.com/channel/UC12vNJwcWTzdHAknAPn7dUw/featu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