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스한 5월의 어느 날,
창밖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노란 꽃들,
생동감에 넘쳐 초록으로 넘실대는 나무들,
그 나뭇잎들 사이로 산들산들 산들바람이 나부끼고 있다.
이 아름다운, 잔인한 계절에
이제 나는 그와 함께 써내려 왔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리움으로 간직한 채
나만의 새로운 인생의 막을 시작해야만 한다.
남편이 떠나고 100일 하고도 7일째,
그 시간 동안 나는 미쳐 있었다.. 넋이 나갔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시간을 그와 함께하며
그와 나, 둘이면서 하나가 되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없어져 버린 세상은
그저 반이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닌
나의 모든 것이 녹아내려
고통이란 말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무감각, 바로 그 자체였다.
이 세상에서 아우성치며 떠들어대고 있는 그 어떤 소리에도
나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철벽같이 굳건한 나의 성에 갇혀
꼼짝도 할 수없었다.
끝까지 떠나면서도
너무 행복했다고 사랑한다고 자기 몫까지 재미있게 살라고
고맙다고 미안하다며 그는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없는 세상은 전혀 낯설고
황량한 들판에 나 홀로 서 있을 뿐이었다.
가까운 지인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달래주는
사랑의 언어도 내겐 허공으로 맴돌 뿐이었으며
나는 그저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의 글만이
기댈 수 있는 통로였을 뿐이다.
난 글쓰기를 전공하거나 글재주도 없지만
나의 공허함을, 상실의 아픔을 진솔하게 적어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