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은 기대에 찬다.
‘이제는 괴롭지 않겠구나.’
‘마음이 평화로워지겠지.’
하지만 그 시작점에서 마주하는 건
오히려 더 많은 감정들이다.
묻어두었던 고통, 감춰왔던 불안, 외면했던 상처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음을 지켜보는 힘은
내 안의 깊은 것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쉽지 않다.
“이게 깨어있는 마음이야? 왜 더 괴롭지?”
이런 의문이 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가
진짜 변화가 시작되는 문턱이다.
피하고 싶던 장면 앞에 그대로 서 있는 나,
도망치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
그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판단 없이 바라보기 시작할 때,
삶은 아주 조용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예전엔 감정이 올라오면
“왜 이러지?” 하며 나를 다그쳤다.
“또 화냈네, 또 불안하네, 난 아직 멀었어.”
그렇게 스스로를 끝없이 평가하고 고치려 했다.
그러나 마음을 바라보는 눈이 열리기 시작하면
“이런 마음이 있구나” 하고 다만 바라보게 된다.
판단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고,
감정과 감정 사이에 작은 여백 하나를 남긴다.
그 여백에서 마음은 스스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억누르지 않았기에,
오히려 저항 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깊이 알게 된다.
오고가는 모든 마음은 내가 아니며, 인연 따라 온 것임을.
마음조차도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이제는 예전처럼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실수한 나에게도 이렇게 말해준다.
“그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지.”
비겁했던 나, 미웠던 나, 어리석었던 나...
그 모든 모습들 또한 그 순간의 인연들이 만나 빚어낸 결과였음을 안다.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모여 그렇게 흘러간 것이었다.
그 모든 흐름 속에서,
나는 그저 인연 따라 최선을 다해 반응하고 있었던 하나의 존재였을 뿐이다.
이해보다 연민이 앞서고,
분석보다 수용이 깊어진다.
깨어있는 마음이란
무력함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둔다’는 것은
게으른 방임이 아니다.
그건 아주 높은 차원의 용기다.
지금 이 상태의 나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껴안을 수 있는 힘.
그 부드러운 힘이,
바로 자비다.
자비는 멀리 있지 않다.
어떤 특별한 수행이나 기도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마음을 지켜보는 힘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
자비가 피어난다.
내 안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마주할 수 있을 때,
그 상처를 가진 타인의 얼굴도
처음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을 바라보는 눈이 열릴 때, 연민은 저절로 피어난다.”
그건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다.
그건 분리 없는 눈이다.
내가 괴로울 수 있었듯,
그도 괴로웠겠다는 단순한 진실.
그 순간,
삶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이
세상을 치유한다.
#깨어있는마음의연민
#마음을지켜보는힘
#판단없는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