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검진을 통해 새옹지마를 생각하다
아이들의 치과검진이 있었다. 중2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사탕이나 젤리를 좋아하지 않아 충치가 없다. 하지만 유치가 다 빠지지않아 치아가 잇몸을 뚫고 나오며 치열이 고르지 않다. 초1 둘째는 최근 앞니 두 개를 차례로 뺏는데 먼저 빠진 영구치 한개가 떡하니 자리잡기 시작하여 새로날 앞니자리가 마땅치 않아보인다. 혹시 모를 교정까지 염두에 두고 치료와 교정 가능한 치과를 예약했다. 파노라마 촬영과 엑스레이 검사후 선생님과 마주했는데, 영구치 자리가 좋지않아 유치와 영구치아가 뒤죽박죽 섞여 있단다. 성장기에 치과에 다니며 미리 발치하고, 관리를 했으면 이정도는 아니었을 거라한다. 둘째는 매복된 과잉치아가 있어 절개후 발치해야하며, 어금니를 뽑아 앞니가 나올수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줘야하는데 어금니가 나올때까지 다른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부분교정을 해야한다고... 결국 두아이 모두 충치는 없지만 교정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도에서 만나는 아이들마다 치아교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국에서 하다왔겠거니 생각했는데 인도 의료기술이 발전했고, 저렴하게 할수있어 인도에 있는동안 대부분 치아교정을 하고 간다고 했다. 나는 토끼처럼 큰 두개의 앞니가 돌출되어 있어 영구치 4개를 뽑고 치열을 고르게 하는 교정치료를 3년간 했다. 안쪽 어금니에 크라운을 씌우고 철사를 연결하여 고무줄로 조이는 치아교정을 받고 나면 이가 자리 잡는 며칠동안은 먹을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극심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철사 사이에 끼는 것은 기본이고, 단단하고 질긴 음식은 피하고, 작게 조각내어 먹어야한다. 잇몸에 붙은 이물감, 쇠를 붙이고 있으니 입안은 크고, 작은 상처가 끊임없이 생겼다가 아물기를 반복했다. 한국의 4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교정을 했으니 안하는게 바보다 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단한 이를 옮겨 가지런히 만드는 치아교정은 힘들고 기나긴 과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이 모두다 부모의 책임은 아님을 알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라는 말이 떠올랐다. 충치가 있었다면 치과진료를 자주봤을테니 큰아이의 치열이 이정도로 방치하지는 않았을것같다는 생각이 들며 충치가 없어 아이들의 치아관리를 잘 했다는 나름의 만족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기분이었다. 인도에 대한 글을 쓰며 아픈기억이 추억이 되었다가 인도학교에서 결국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자 다시 인도가 지긋지긋 해지고, 책 출간까지 해보자 마음먹다가도 내 이야기를 떠벌릴 필요가 있겠니 하는 마음의 검열이 다시 작동한다. 아이들의 치열상태가 무지와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결과 같아서 후회가 되고, 치료비용을 생각하니 날려버린 보증금과 딱 맞아서 더욱 쓰리다. 진정한 새옹지마를 기다린다. 말 한필을 잃어버렸다가 그말이 짝을 데려와 큰 기쁨을 주더니 또 그말을 타다 떨어져 아들이 다치고 그장애 때문에 전쟁에 참가하지 않게 되어 생명을 보존했다는 이야기. 아이들의 만만치 않는 치과치료를 앞두고 심란하지만 애써 위안삼아본다.
인생사 새옹지마 이것 또한 또 다른 복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