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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Jul 16. 2024

사진 한 장 땜에 아침부터 눈물이 난다.

어린이는 어른으로 큰 권리가 있다. 

아동구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평상시의 감정선을 넘어 울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일에 아무 죄도 없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어린이의 사진을 접하는 경우가 그렇다. 전쟁, 자연재해, 기후위기 등, 인류를 위협하는 그 모든 사건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항상 어린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의 모습을 콘텐츠 혹은 경험 마케팅이라는 단어로 치환해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일을 업무로 하는데, 가끔 그런 상황에 접하는 것이 너무 힘들 때가 있다. 분명 필요한 일인데 불편하다. 누구는 이를 ‘빈곤포르노’라 부르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긴 하지만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상황을 극적으로 전달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경계선에서 줄 타듯이.


매일 아침, 출근하면 바로 SNS 모니터링을 한다. 개인적 루틴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관련, NGO 관련 어떤 이슈들이 있나 살펴본다. 오늘도 늘 그랬듯이 무의식적으로 스크롤바를 내리며 뭐가 있나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사진 한 장에 호흡도 눈길도 멈췄다.  

전쟁일까? 재해일까? 아무튼 절박한 상황에서 차가워 보이는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어린아이, 그리고 아이가 누운 바닥 위에 그려진 엄마로 보이는 백묵 그림. 엄마가 안은 듯, 혹은 안아 달라는 듯, 아니면 그 이전의 엄마 뱃속에 있던 시절을 생각해 낸 건지--. 


먹먹하다. 아릿하다. 눈물이 핑 돈다. 마케팅이고 콘텐츠 고를 떠나 이 사진은 내게는 그저 “나를 안아주세요”로 읽힌다. 일을 하며 접한 그 어떤 사진보다 가슴팍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오늘도 하늘 아래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고 홍수가 발생하고 또 어린이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안아줘야 한다. 


8월 아침, 땅바닥은 벌써 이글거리는데 마음은 사정없이 찢긴다.       

* 사진의 원작자를 찾아보려 했으나 불가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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