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브나일, 그 어린 시절에 대한 은유
최근에 페르소나 시리즈를 하고 있다.
출퇴근길이나 밖에서는 PS VITA로 페르소나 4 골든을, 집에서는 PS5로 페르소나 5 로열을 플레이하고 있으니 어디에서나 페르소나를 플레이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서브컬처에서 쥬브나일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장본인이 페르소나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 소설 장르로서 제한적으로 쓰이던 단어로 알고 있어서 Juvenile의 뜻을 찾아보니 청소년의, 어린애 같은, 유치한.. 이란 뜻으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이 나이대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장르란다.
과연 페르소나 시리즈는 모두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딱 10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다.
이 시기의 주인공 일행은 누구나 그렇듯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는 별로 이야기거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소나는 바로 이 부분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실제와 같이 공부도 열심히 해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의 끈기나, 전달력, 용기, 재주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들도 얻는다.
그리고 친구를 포함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여 둘도 없는 친구를 얻거나, 연애를 한다거나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현실처럼 시험기간, 부 활동, 친구와 멀리 놀러 갔다가 혼나는 일, 연인 관계인 친구와 기념일을 챙기기,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등등 이렇게 누구나 학생이었다면 했었을 평범했던 일들이 1년간 펼쳐진다.
그럼 단지 학창 시절을 은유하는 것이 쥬브나일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페르소나는 여기서 일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페르소나 3에서는 매일 밤 쉐도우 타임마다 학원(학교가 아니라 학원으로 표시된다)이 타르타로스라는 미궁으로 변하여 주인공 일행은 특별과외활동부가 되어서 조사를 수행한다.
페르소나 4에서는 심야 텔레비전 안으로 들어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엽기 살인 사건에 간접적으로 휘말려 자칭 특별수사대 활동을 시작하고,
페르소나 5에서는 타인의 욕망이 구체화된 마인드 팰리스에 잠입하여 욕망이 구체화된 보물을 훔치는 마음의 괴도단이 된다.
마치 보고 있으면 사춘기 때 흔히 빠지는 그런 망상들을 구체화한 것 같다.
- 우리가 세상을 구한다!
- 썩어빠진 어른들을 혼내주자!
딱히 세상을 구할 일도, 썩어빠진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쥬브나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시기에 겪는 보편적 일상을 그리되, 그때 당시 꿈꾸는 일탈이나 일상의 변화를 유쾌하거나 잔인하지만 희망적으로 풀어내는 것.
어렸을 때 좋아한 ‘절대무적 라이징오’ 애니메이션은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즐거운 상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지금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까지는 정말로 학교가 로봇 격납고이며, 우리 반은 지휘통제실이고 내가 파일럿은 아닐지라도 지통실에서 합체 승인이건, 브리핑이건 스탭으로서 한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정말로 했다.
중학교 때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아직 과학이나 기술이 충분하지 않아서 학교에 그런 로봇들을 격납하기엔 무리고, 새로 지은 학교에서나 가능한 부분이니까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에 로봇이 없는 이유를 납득했다. 그리고 지통실에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할 텐데 아직 우린 그런 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니까 준비가 안된 거라고 핀트가 조금 어긋난 상상을 또 진짜로 하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머리로는 알고 있던 “실제 하지 않은 환상”에 대해 가슴으로도 납득해던 것 같다.
어쩌면 철이 늦게 든 걸 수도 있지만, "로망이 왜 로망이냐.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로망이지"라고 말한 한 작가의 말처럼, 어릴 때 품은 환상은 지금에서 돌아보면 시대착오적이니까 그래서 로망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페르소나를 플레이하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페르소나 시리즈를 기대한다.
별로 즐거울 것 없던 학창 시절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리만족할 수 있고 수업시간에 생각했던 교실이 위아래로 갈라지고 로봇이 나오는 상상을 여전히 이어나가게 해 주니까 말이다.
오늘도 퇴근하면 심야의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를 구해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너와 같은 고민을 한다고 위로하고 당당하게 사건을 해결할 것이다.
페르소나의 쥬브나일이 주는 은유를 충분히 즐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