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6일
2월 16일은
겨울이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도
어떤 마음은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날입니다.
봄은 늘 위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눈 아래에서,
가장 조용한 자리에서
먼저 울리는 작은 종소리로 옵니다.
흰 종처럼 매달려
차가움 속에서도 시작을 알리는 꽃—
설강화 ‘엘웨시’의 날이지요.
설강화는
자랑하지 않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로 피어
“나는 여기 있다”라고만 말합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요란할수록
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누구보다 단단하면서도
누구보다 부드럽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사람.
당신은
어려운 시절을 지나오며
배웠을 겁니다.
힘이란
크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끝내 살아남는 것이라는 걸.
오늘은
그 낮은 용기가 태어난 날입니다.
설강화는
이른 봄에 피는 구근식물로,
눈 녹기 전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흰 꽃을 아래로 달아
종처럼 흔들립니다.
‘엘웨시’(Elwesii)는
다른 설강화보다 비교적 키가 크고
꽃이 또렷하며,
잎이 넓고 회청록빛을 띠는 경우가 많아
차분한 존재감이 있습니다.
꽃말은 흔히
“희망, 위로, 새벽의 용기.”
설강화 ‘엘웨시’는 말합니다.
“나는 겨울을 이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겨울 속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고 보여줄 뿐이다.”
눈이 남아 있는 길에서
하얀 종 하나가
아래로 매달려 울었다
소리는 없었지만
나는 들었다
“괜찮다”는 말보다
더 믿음직한
작은 시작의 소리
고개를 숙인 꽃 앞에서
나는
살아낸다는 것은
고개를 숙이는 법을 배우는 일임을
그리고
그 겸손이 결국
봄을 부른다는 것을
조용히 알게 되었다
들숨에 새벽을, 멈춤에 위로를, 날숨에 눈 아래의 시작을.
2월 16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종소리 같은 결심으로
하루를 열 수 있는 날입니다.
설강화 ‘엘웨시’처럼,
오늘은
고개를 조금 숙여도 좋습니다.
그 자세가
당신을 더 단단한 봄으로 데려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