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6년 2월 26일

by 토사님


2026년 2월 26일 — 천천히 깎여도, 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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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맞이하며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새벽은 늘 말이 적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들려줍니다.


밤새 마음속에서 출렁이던 것들이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흐름은 늘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계속되는 숨’ 위에서 자라니까요.


오늘은,
빨리 나아지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깊어지는 쪽을 선택해 봅니다.


우리는 종종
크게 변해야만 살아 있는 줄 알지만,
실은 작은 변화가 오래 쌓여
어느 날, 삶의 풍경을 바꿉니다.


오늘의 역사

1919년 2월 26일 — 미국에서 그랜드 캐니언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날


그랜드 캐니언은
하룻밤 사이 생긴 기적이 아닙니다.
강물이 바위를 미워해서 깎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흐르며, 오래도록,
자기 길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 협곡은 말합니다.
깊이는 ‘힘’이 아니라
‘지속’에서 온다고.


지금의 나도 어쩌면
그 강처럼 살 수 있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게.


오늘의 에피소드

아침에 물을 끓이다가
잠깐 딴 생각을 했습니다.
주전자의 김이 창문을 흐리게 만들고,
바깥 풍경이 희미해졌습니다.


나는 손바닥으로 유리를 한 번 쓸었습니다.
그러자 잠깐, 맑아진 틈이 생겼습니다.


그 작은 투명함 속으로
가로등의 마지막 불빛이 보였습니다.
밤이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
끝내 자리를 지키는 빛.


그걸 보고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나도 오늘,
그 불빛처럼 살아도 되겠구나.
크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으면 되는 거구나.


오늘의 기도

오늘,
빨리 끝내려는 마음 대신
끝까지 흐르려는 마음을 주소서.


들이마십니다.
내 안의 불안과 조급함을.


잠시 머뭅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자리에.


내쉽니다.
“나는 안 될지도 몰라”라는
낡은 문장을.


가라앉게 하소서.
남과 비교하며 커지는 소음을.


맑아지게 하소서.
내 속도에 대한 신뢰를.


내가 오늘 마주할 작은 일들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결을 잃지 않게 하소서.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흐름이 멈춘 것이 아님을 알게 하소서.


그랜드 캐니언의 강처럼,
나는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흐르지 않겠습니다.
나를 깎아내기 위해 살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이 더 깊어지기 위해
조용히 흐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게 하소서.


“나는 오늘도
크게 이기진 못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끝이 아니라 흐름 속에 있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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