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1일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잠시 숨을 고릅니다.
밤 사이 세상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지만
새벽은 언제나 새로운 마음을 데려옵니다.
어제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삶은 언제나
완성된 마음 위에서 시작되지 않으니까요.
흐린 물이 가라앉듯
마음도 시간을 만나면
조용히 맑아집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조금 더 가라앉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 고요 속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2011년 3월 11일 — 일본 동일본 대지진
그날 바다는 갑자기 거칠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흔들렸습니다.
집이 사라지고
마을이 무너지고
세상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담요를 건네고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인간의 역사는
무너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은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아침에 컵에 물을 따르다가
잠시 손을 멈췄습니다.
물 표면에 작은 파문이 일었고
나는 그 파문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물은 스스로 고요해졌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삶도 늘 그렇다는 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흐름 속에서
마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을.
오늘의 기적은
어쩌면 이런 데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다시 숨을 쉬는 순간.
오늘,
조용한 마음을 주소서.
들이마십니다.
어제의 피로와 걱정을.
잠시 머뭅니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자리에서.
내쉽니다.
나를 재촉하던 조급함을.
가라앉게 하소서.
비교하는 마음을.
맑아지게 하소서.
내 삶의 속도를 믿는 평온을.
내가 오늘 마주할 사람들 속에서
판단보다 이해를 먼저 떠올리게 하시고,
서두름보다 다정을 먼저 건네게 하소서.
나는 오늘
거대한 일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삶은 언제나
작은 숨들이 모여
하루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았고
다시 숨을 쉬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끝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