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2일
3월 12일은
봄이 갑자기 뛰어오르지 않고
먼저 바닥을 살며시 덮는 날입니다.
바람은 아직 차가운데도
땅은 이미
따뜻해질 준비를 하지요.
그 준비의 모양이
분홍빛으로 낮게 퍼질 때—
치마자락처럼 고요하게 펼쳐지는 꽃,
처녀치마의 날입니다.
처녀치마는
키를 크게 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 자리를 넓게 펼치며
공기를 부드럽게 바꿉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부드럽게 감싸서
결국 바꾸는 사람.
누군가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스스로 편안해지도록
분위기를 다듬는 사람.
당신의 힘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결의 온도에 있습니다.
따뜻한 결은
사람을 움직이기보다
사람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지요.
오늘은
그 분홍의 온기가 태어난 날입니다.
처녀치마는
이른 봄 숲의 반그늘에서 자라
땅에 붙은 잎들이 치마처럼 퍼지고,
그 가운데서 꽃대가 올라와
작은 별 같은 분홍꽃들이
동그랗게 모여 피는 식물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꽃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멀리서 보면
한 덩어리의 분홍빛이
숲바닥의 표정을 바꾸어 놓지요.
꽃말은 흔히
수줍음, 순정, 봄의 설렘.
처녀치마는 말합니다.
“나는 크게 흔들지 않는다.
다만
너의 마음이 안전해지도록
바닥부터 부드럽게 깐다.”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위로만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처녀치마는
낮게 퍼져
먼저 바닥을 덮었다
따뜻함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넓어지는 거라고
나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다정이
작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 꽃을 떠올리기로 한다
넓게 퍼진 온기 하나가
숲의 계절을 바꾸는 날이 있으니까
들숨에 부드러움을, 멈춤에 안전함을, 날숨에 분홍의 결을.
3월 12일은
급하게 변하려 애쓰기보다,
바닥부터 부드럽게 깔아
나를 편안하게 하는 날입니다.
처녀치마처럼,
오늘은
낮게, 넓게, 따뜻하게—
당신의 봄을 펼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