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3일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한 사람을 떠올립니다.
어제 스쳐 지나갔던 얼굴,
말을 건넬까 말까 망설였던 순간,
그냥 지나쳐버린 작은 기회.
우리는 수많은 순간 속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스침이 아니라
닿음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라
조금 더 닿는 하루가 되기를
조용히 바래봅니다.
1616년 4월 23일 — William Shakespeare 서거
그는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지만,
결국 그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었습니다.
사랑, 갈등, 용서, 후회—
모두가
사람을 향해 있었고,
사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지식이나 사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라는 것을.
오늘,
비가 조금 내렸습니다.
길을 걷다가
한 사람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우산 없이 서 있는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둘은 모르는 사이였지만,
우산을 든 사람이
살짝 옆으로 움직였습니다.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우산의 절반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둘은 잠시
같은 비를
같은 우산 아래서 맞지 않으며 걸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오간 채로.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알았습니다.
사람은
이렇게도 서로를
덜 젖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오늘의 기적은
어쩌면
그 ‘조금 내어주는 공간’ 속에 있습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들이마십니다.
어제 스쳐 지나간 순간들을.
잠시 머뭅니다.
내가 놓쳤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내쉽니다.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오늘을.
나는 종종
내 하루를 살아내느라
사람을 지나쳤습니다.
말을 아꼈고,
손을 멈췄고,
마음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합니다.
조금 더 다가가고,
조금 더 나누고,
조금 더 함께 걷는 하루.
가라앉게 하소서.
나를 가두는 마음을.
맑아지게 하소서.
사람을 향해 열리는 시선을.
오늘 하루,
나는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차갑게 만들겠습니다.
아주 작은 방식이라도
괜찮습니다.
저녁이 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그냥 지나가지 않았고
조금은 닿았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혼자 흘러가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덜 젖게 해주는 흐름 속에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