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4년 4월 23일
1564년 4월 23일 출생으로 전해짐 / 1616년 4월 23일 영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기 전에
인간의 마음을 끝까지 들여다본 사람이었다.
그는 왕을 썼고
광대를 썼고
연인을 썼고
배신자를 썼고
망설이는 사람과
질투하는 사람과
사랑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과
권력 때문에 스스로를 잃는 사람을 썼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인물들이
지금도 낡지 않는다는 점이다.
햄릿의 망설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고,
맥베스의 욕망은
시대를 건너 여전히 인간을 흔들며,
리어왕의 외로움과
오셀로의 질투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부신 사랑은
오늘을 사는 마음에도 그대로 닿는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긴 데만 있지 않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빛과 어둠이 함께 사는지를
언어로 무대 위에 세워 보인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시가 있고
철학이 있고
웃음이 있고
비극이 있고
세상을 꿰뚫는 통찰이 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한 시대의 극작가라기보다
인간이라는 종(種)의 마음을 기록한 거대한 서기관처럼 보인다.
그는 보여주었다.
인간은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꿈꾸면서도 무너지고
높아지려 하면서도 쉽게 흔들리는
아주 연약하고도 눈부신 존재라는 것을.
당신은
무대를 만들었지만
그 위에 세운 것은
배우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질투와 망설임,
사랑과 슬픔,
허영과 외로움까지
조용히 불러 세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인물을 보다가
끝내 우리 자신과 마주칩니다.
셰익스피어를 생각하면
인간을 깊이 안다는 것이
곧 가장 오래 살아남는 예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옷차림은 바뀌고
도시는 달라지고
말의 속도도 달라지지만,
사람의 마음은
이상할 만큼 오래 비슷하다.
사랑 앞에서 떨고,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상처 앞에서 무너지고,
욕망 앞에서 흔들린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그 흔들림을 알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 읽어도 지금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는 인간을 미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냉소로 버리지도 않았다.
어리석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어리석은 인간을 끝내 사랑했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비극은 깊고,
그의 희극은 따뜻하다.
어떤 작가는 사건을 만들고,
어떤 작가는 문장을 남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심장을 남긴 사람에 가깝다.
그는 말하는 듯하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고귀한 부분만 보는 일이 아니라,
추하고 흔들리고 모순된 부분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이라고.
우리는 때때로
위대한 사람을
세상을 바꾼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위대함은
세상을 바꾸기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깊이를 바꾸는 데 있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보게 만든 사람.
사람의 마음 하나가
얼마나 넓고 무섭고 아름다운 우주인지
끝내 잊지 않게 만든 사람.
4월 23일은
인간의 마음을 무대 위에 올려
수백 년 뒤의 우리까지도
자기 자신과 마주보게 만든 사람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의 삶은 말합니다.
위대한 이야기는 세월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끝내 닿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