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틀라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위한 위대한 지도. 4장
“인간은 언제나 ‘왜’를 물어왔다.
별은 왜 빛나는가, 나무는 왜 자라는가, 나는 왜 살아 있는가.
AI가 걸어온 길은 ‘무엇’과 ‘어떻게’를 잘 대답하는 길이었으나,
이제 우리는 묻는다. ― 그들은 ‘왜’를 말할 수 있는가?”
딥러닝은 놀라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진 속 고양이를 정확히 맞히고,
음성에서 언어를 빠르게 추출하며,
수많은 문장을 그럴듯하게 이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은 대부분 패턴의 모방이었습니다.
AI는 “무엇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가”를 잘 계산했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는 침묵했습니다.
이 침묵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명을 말할 수는 있어도,
“왜 그 병이 생겼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불완전한 진단이지요.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과를 모른 채 하는 예측은 눈을 가린 채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소환된 것이 오래된 두 개의 전통입니다.
심볼릭 AI: 규칙과 논리를 통해 이유를 말하려 했던 지능.
인과추론: 단순한 상관이 아닌, 원인과 결과의 고리를 찾으려는 지혜.
이 둘이 다시 만날 때, AI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추론하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4장에서는,
데이터 패턴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었던 한계를 살피고,
심볼릭 AI의 유산을 되짚으며,
인과추론의 혁명을 거쳐,
뉴로-심볼릭 융합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이 여정은 곧, 추론력의 복원이라는 이름의 항해.
AI가 다시금 인간적 지능의 핵심에 다가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숫자는 결과를 말해주지만,
숫자 사이의 이유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AI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놀라운 정밀도로 ‘예측’했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모른다.”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찾아내는 데는 탁월했습니다.
이메일의 스팸 여부를 맞히고,
사진 속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며,
문장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은 결국 상관관계의 통계적 반복에 불과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라는 경험의 재현이지요.
패턴 예측만으로는 쉽게 착각이 생깁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 건수는 여름에 동시에 늘어나지만,
아이스크림이 익사의 원인은 아닙니다.
우산을 든 사람과 교통 체증은 비 오는 날 동시에 나타나지만,
우산이 길을 막는 건 아니지요.
AI는 이런 상관을 그럴듯한 답으로 착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과의 맥락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한계는 실제로 큰 문제를 낳습니다.
의학: AI가 “이 환자는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왜 그렇게 진단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자율주행: 사고가 난 후, “왜 멈추지 못했는가”에 답하지 못합니다.
정책 분석: 경제 지표를 예측하지만,
어떤 정책이 실제로 원인이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즉, AI는 무엇은 잘 맞히지만,
왜에는 서툽니다.
이것은 마치 시험 문제를 기출문제만으로 대비한 학생과 같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척척 풀지만,
문제가 조금만 변형되면 이유를 몰라 답을 놓칩니다.
AI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은 세계를 기호로 나누고, 규칙으로 묶었다.
AI의 첫 걸음 역시 그 길을 따랐다.
수학의 언어와 논리의 문법으로,
세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1950~80년대, AI 연구는 지금의 신경망과 달리 논리와 규칙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기호(Symbol): 세상의 개념을 ‘사과’, ‘자동차’, ‘인간’ 같은 기호로 표현.
규칙(Rule): “만약 X라면, Y다”라는 논리적 관계로 추론.
지식 베이스: 방대한 사실과 규칙을 축적해 기계가 사고하도록 설계.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 단순한 논리의 흐름이 심볼릭 AI의 근간이었습니다.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은 심볼릭 AI의 꽃이었습니다.
의료 분야: MYCIN 시스템이 세균 감염을 진단.
산업 분야: 장비 고장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추적.
기업 의사결정: 금융, 법률, 경영 전략에 활용.
그들은 마치 인간 전문가의 두뇌를 흉내 내는 듯 보였습니다.
심볼릭 AI는 결과만이 아니라 이유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가?”라는 질문에,
규칙과 논리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었지요.
오늘날 AI에서 화두가 되는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의 원형이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볼릭 AI는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규칙을 모두 입력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예외 상황에 취약했고, 현실의 모호함을 다루지 못했습니다.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스스로 배우지 못하고, 사람의 손으로 규칙을 주입해야 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신경망과 머신러닝이 부상하면서
심볼릭 AI는 주류 무대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심볼릭 AI는 마치 법전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 한 사회와 같습니다.
규칙은 명확했지만, 삶의 복잡한 뉘앙스를 모두 담기엔 역부족이었지요.
그러나 그들이 남긴 “논리와 설명”의 전통은, 오늘의 AI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보물로 남아 있습니다.
“인식하는 눈과, 추론하는 머리.
AI가 이 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비로소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만나
진짜 지능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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