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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언어로 강아지와 소통하는 방법

과학·직관·예술로 엮은 인류-견류 간 대화의 대전(大全). 5장

by 토사님

Part II. 개가 말하는 법—‘캘밍 시그널’과 상호작용의 규칙

ChatGPT Image 2025년 9월 13일 오후 01_14_07.png

5장. 캘밍 시그널 개론: 긴장 완화, 갈등 회피, 평화의 몸짓 사전. 투리드 루가스의 체계와 현대적 재해석 (Dogwise, 아마존)


5-1. 침묵의 언어 ― 캘밍 시그널의 철학

시로 여는 문

세상은 종종 너무 시끄럽다.
명령과 소음, 경고와 경적.
하지만 강아지는 싸움 대신,
조용히 몸을 돌리고 하품을 한다.
그 침묵 속에서,
그들은 말한다.
“괜찮아. 싸우지 말자.”


개념과 역사

캘밍 시그널(Calming Signals):
개가 갈등을 피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평화의 몸짓 언어.

대표적 예: 하품, 혀 핥기, 시선 돌리기, 몸 돌리기, 천천히 움직이기.

투리드 루가스(Turid Rugaas) — 노르웨이의 개 행동 전문가 1990년대 후반, 수십 년간의 관찰로 30여 가지 신호를 체계화. 세계 각지의 트레이너들이 이를 실전에 도입 → 강압 훈련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철학적 의미

캘밍 시그널은 “항복”이 아니다. 오히려 지혜로운 협상이며, 관계를 지키기 위한 능동적 선택.

공격과 회피 사이의 제3의 길: 싸우지 않고도 갈등을 풀어내는 비폭력적 대화.

개체 간 신뢰 구축의 토대. 이 신호를 이해하고 맞춰줄 때, 개는 더 깊은 신뢰를 쌓는다.


관찰의 기술

맥락을 함께 읽기 하품 = 피곤함이 아니라 긴장 완화 신호일 수도 있음. 몸 돌리기 = 무관심이 아니라 “진정하자”는 평화의 제안.

빠르기·횟수·시점 빠른 혀 핥기: 경고 신호 느린 하품: 진정 요청 → 신호의 ‘속도’와 ‘타이밍’이 메시지를 바꾼다.


교감의 에세이

어느 날, 낯선 개 두 마리가 마주쳤다.
한 마리가 살짝 몸을 돌리고, 천천히 하품을 했다.
다른 개는 한 박자 멈추더니, 꼬리를 낮추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긴장은 사라지고,
둘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함께 걸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대화는
소리 없는 대화일 수도 있다는 것을.

캘밍 시그널은 강아지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고 온화한 평화 협정서다.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순간,
우리는 개와 같은 쪽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5-2. 몸짓으로 말하는 사전

시로 여는 문

강아지의 언어는 목청이 아니라,
몸 전체로 쓰는 시다.
귀가 방향을 바꾸고,
혀가 번쩍이며,
꼬리가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괜찮아, 나는 평화를 원해”라고 속삭인다.


캘밍 시그널 20가지 ― 평화의 몸짓 사전

하품하기 긴장 상황에서 일부러 하품 → 긴장 완화, 상대 진정 유도. 관찰 팁: 산책 중 다른 개와 마주칠 때 반복되면 불안 신호일 가능성.

혀 핥기 (빠른 번쩍) 입술을 번쩍 핥음 → 불안, 갈등 회피, “나는 공격 의도 없어.” 관찰 팁: 사진 찍으려 카메라 들이댈 때 자주 보임.

시선 돌리기 시선을 피함 → 도전 거부, 평화 제안. 관찰 팁: 낯선 사람이 손 내밀 때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천천히 접근할 것.

몸 돌리기 정면에서 살짝 몸을 옆으로 비틈 → 대결 회피, 진정 요청. 관찰 팁: 다른 개와 충돌 직전 몸을 비틀면 거리를 벌려줘야 한다.

천천히 움직이기 느린 걸음, 느린 자세 → 상황 진정 시도. 관찰 팁: 과도한 흥분 상태에서 갑자기 느려지면 긴장 신호.

땅 냄새 맡기 갈등 상황에서 갑자기 바닥 냄새 맡음 → 상황 피하기. 관찰 팁: 산책 중 다른 개가 짖을 때 갑자기 냄새 맡으면 거리를 조절.

앉기 긴장 상황에서 앉음 → 공격 의사 없음을 표현.

엎드리기 복부를 바닥에 대고 누움 → 완전한 평화 신호.

꼬리 살랑살랑 빠른 흔들림이 아니라, 부드럽고 낮은 위치의 꼬리 흔들기 → 진정 제안.

코 핥기 코를 천천히 핥으며 긴장 풀기.

고개 돌리기 살짝 뒤돌아보거나 반대쪽 바라보기 → 도전 회피.

눈 깜빡이기 긴 눈맞춤 대신 부드럽게 깜빡임 → 긴장 완화, 신뢰 표현.

한숨 쉬기 길게 내쉬는 호흡 → 스스로 긴장 풀기.

흔들기 (몸 털기) 갈등 직후 몸을 털기 → 스트레스 해소, 상황 리셋.

빙 돌기 접근 전 원을 그리며 돌기 → 긴장 풀고 친근감 표현.

하품-혀핥기 조합 두 신호를 연속 사용 → 긴장도 높음, 적극적 진정 요청.

머리 숙이기 낮은 자세 → 위협 아님 표시.

천천히 눈 감기 상대를 바라보다 눈 감음 → 공격 의사 전혀 없음.

부드러운 꼬리 흔들기 + 하품 매우 친화적이지만 약간 긴장된 상태 → 조심스럽게 접근 필요.

자기 몸 핥기 다리나 몸을 핥으며 스스로 안정 찾기.


관찰 노트

맥락이 중요하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조합 읽기: 두세 가지 신호가 함께 나타날 때 진짜 메시지가 드러난다.

시간의 속도: 빠르면 긴장, 느리면 안정.


교감의 에세이

한 번은 산책길에서 낯선 개가 짖으며 다가왔다.
내 강아지는 갑자기 바닥 냄새를 맡았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지금 싸우고 싶지 않아”라는 그의 말.

나는 줄을 느슨하게 풀고 옆으로 한 발 물러섰다.
잠시 후 상대 개도 긴장을 풀고 조용히 지나갔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몸짓으로 건네는 대화를 들었다.


5-3. 갈등을 피하는 뇌와 호르몬

시로 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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