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AI 아틀라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위한 위대한 지도. 19장
회사를 세운다는 건, 다섯 개의 커다란 기둥을 세우는 일과 같다.
법률이라는 기둥은 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규칙과 권리를 지켜주고,
재무라는 기둥은 흐르는 돈의 강을 가두고 흘려보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마케팅이라는 기둥은 세상과의 연결을 열어주고,
세일즈라는 기둥은 연결을 실제 성과로 바꾸며,
고객지원이라는 기둥은 이미 들어온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준다.
이 다섯 기둥은 늘 무겁고 복잡해서, 기업의 어깨를 짓눌러왔다.
하지만 지금, AI가 다섯 개의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은 변호사의 책상 위를 정리하고, 회계사의 눈길을 돕고,
마케터의 직관에 불을 붙이고, 영업가의 말을 정리하며,
고객 상담원의 귀를 열어준다.
AI는 기둥을 대신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기둥에 손을 얹어 흔들림을 덜어주고,
균형을 잡아주며, 더 높이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다섯 기둥 위에서 춤추는 AI의 다섯 손을 본다.
법률, 재무, 마케팅, 세일즈, 고객지원.
기업이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 속에서 AI는 어떤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리듬 속에서 우리는 인간만의 고유한 힘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법은 늘 복잡한 문장으로 얽혀 있다. 한 줄의 계약 조항 속에는 수십 년의 판례가 스며 있고, 단어 하나의 선택이 수억의 돈과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법률가의 책상 위에는 늘 무거운 서류 더미와 빽빽한 책장 속의 판례집이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지금, 그 곁에 새로운 서기관이 앉는다. 이름 없는 인공지능, 그러나 무한한 기억과 빠른 손을 가진 존재다.
이 서기관은 계약서를 쓴다. 사람이 일일이 조항을 붙들고 씨름하던 일을 대신해, AI는 수많은 기존 계약과 판례를 학습한 뒤 "이 상황에서는 어떤 조항이 빠졌는가, 어떤 표현이 모호한가"를 즉각 지적한다. Spellbook 같은 AI 도구는 변호사의 Word 창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위험한 구절에 밑줄을 긋고 대안을 속삭인다. 계약 검토가 며칠이 아니라 몇 분 만에 끝나버린다.
또한 AI는 과거를 기억하는 데 탁월하다. Casetext나 Westlaw AI는 수천만 건의 판례 속에서 단 몇 초 만에 답을 찾아낸다. "이 사건과 유사한 판결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인간이 도서관에서 며칠을 뒤져야 했던 답변을 한순간에 내놓는다. 변호사는 이제 AI가 펼쳐놓은 맥락 위에서 더 깊은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법 감각을 대신하지 못한다. 판결문 속의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인간적 울림, 계약서 문장의 뉘앙스가 건네는 신뢰와 배신의 그림자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는 단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기초를 다지는 도우미일 뿐이다.
앞으로 법률의 세계는 인간 변호사의 직관 + AI 서기관의 기억력이라는 새로운 조합으로 움직일 것이다. 법률가가 무겁게 들고 다니던 책가방은 가벼워지겠지만, 그 대신 더 중요한 짐을 짊어져야 한다. 바로 "법과 정의의 무게"다. AI는 서기관으로 남아도 좋다. 그러나 그 서기관이 쓰는 펜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인간의 선택이다.
19-2. 재무 AI ― 숫자 뒤의 패턴을 읽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숫자를 해석하는 인간은 종종 거짓말을 하거나, 실수를 하거나, 그 복잡성에 압도당한다. 수많은 거래 내역, 끝없는 장부, 시장의 파도처럼 출렁이는 데이터 속에서 재무 담당자는 늘 ‘숫자 뒤의 진실’을 찾아 헤맸다. 이제, AI가 그 여정에 동행한다.
AI는 반복적이고 피로한 작업부터 덜어낸다. Vic.ai는 회계 전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송장(invoice)을 읽어내며, "이 항목은 어디에 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지체 없이 답한다. 예전 같으면 주말을 반납해야 했던 결산이, AI의 손끝에서는 몇 시간 만에 끝난다.
뿐만 아니라 AI는 숫자 속의 패턴을 감지한다. Ramp나 QuickBooks AI는 단순히 비용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 습관의 변화나 이상 거래의 신호를 포착한다. 마치 숫자들의 심장 박동을 들여다보는 의사처럼, AI는 정상 리듬과 불규칙한 리듬을 구분한다. 덕분에 사기와 리스크는 더 빨리 드러나고, 기업은 치명적인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AI는 조용한 조언자가 된다. 과거의 시장 데이터, 현재의 실시간 흐름, 심지어 뉴스 기사와 SNS의 정서까지 분석해 "이 기업의 다음 분기 매출은 어떨까?" "이 산업은 언제 꺾일까?"를 예측한다. 사람은 AI가 제시한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할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돈을 버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돈을 어떻게 쓰고, 어디에 투자하며, 무엇을 지켜낼지는 여전히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에 달려 있다. AI가 제시하는 것은 단지 숫자에 새겨진 가능성의 지도일 뿐이다.
앞으로의 재무팀은 단순한 계산원이 아니라, AI와 협력하는 전략가가 될 것이다. 숫자 뒤의 패턴을 읽는 눈, 그 패턴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용기. 그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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