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1장.FAS(공포.불안.스트레스)관찰과 점수학
아침 햇살이 문턱까지 들어오고, 산책줄이 달랑거린다.
“가자!” 하고 말하지만, 개는 문 앞에서 딱 멈춘다.
발끝만 문 밖으로 내밀고, 고개를 살짝 돌린다.
눈빛은 말한다.
“지금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이건 고집이 아니다.
이건 ‘아니오’라는 신호다.
겁이 났거나, 낯선 냄새가 두렵거나, 어제의 큰 소리가 기억나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왜 이래, 빨리 가자!”
“겁쟁이야?”
그 한마디가, 개의 마음 문을 닫게 만든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무릎을 낮추어 눈을 맞춘다면
이 장면은 완전히 달라진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그 한마디가 개의 심장을 진정시키고, 신뢰의 문을 연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다.
멈춤은 대화의 시작이다.
산책줄을 잡고 이끄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읽으며 나란히 걷는 것 —
그게 진짜 산책이다.
개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몸 전체로 마음을 말한다.
그 언어를 읽는 열쇠가 바로 FAS다.
FAS는 이렇게 세 단어로 이루어진다.
Fear(공포), Anxiety(불안), Stress(스트레스).
세 단어를 합치면,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가요?”라는 개의 속삭임이 된다.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도계와 같다.
개의 마음 온도를 재는 도구.
숫자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FAS 0점 — 꼬리가 부드럽게 흔들리고, 입이 살짝 열려 있다. “편안해요.”
FAS 1~2점 — 귀가 약간 뒤로, 몸이 살짝 긴장. “조금 낯설지만 괜찮아요.”
FAS 3점 — 입을 다물고, 몸이 딱딱해진다. “이건 별로 안 좋아요.”
FAS 4점 — 숨이 가빠지고, 눈이 커진다. “그만하고 싶어요.”
FAS 5점 — 으르렁거리거나 도망친다. “지금 정말 무서워요!”
이 점수는 나쁜 게 아니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해요.”라는 신호다.
그래서 FAS를 관찰하는 일은
훈육이 아니라 공감의 시작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그 숫자 안에 숨은 감정의 온도를 읽어내는 것이다.
오늘 개가 조금 굳은 얼굴을 했다면,
그건 “이해해줘요”라는 작은 요청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그 신호를 읽어주면 —
개는 다시 꼬리를 흔들며 말할 것이다.
“이제 괜찮아요.”
개의 언어는 말이 아니라 몸짓이다.
눈빛, 귀의 방향, 꼬리의 움직임, 그리고 호흡의 리듬.
그 모든 것이 마음의 문장을 이룬다.
입술을 핥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지금 좀 불안해요.”
귀가 살짝 뒤로 젖혀지면,
“이 상황이 낯설어요.”
꼬리가 천천히 내려가면,
“나, 조금 무서워요.”
보호자가 이 작은 신호들을 읽을 줄 알게 되면,
그건 단순히 훈련을 잘 시키는 게 아니라
‘대화를 배우는 것’이다.
개는 언제나 말을 걸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언어를 아직 배운 적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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