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주 감정을 억누릅니다.
“이 정도쯤은 참아야지.”
“괜찮아, 지나갈 거야.”
하지만 사라졌다고 믿었던 그 감정은 정말로 사라진 걸까요?
몸은 기억합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잊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몸은 그때의 감각과 긴장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편지처럼 몸 어딘가에 접혀 들어가,
때로는 통증으로,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피로로,
혹은 이유 없는 두근거림과 막연한 불안으로 되살아납니다.
억눌린 감정은 단순히 울음을 참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 분노, 슬픔, 부끄러움 등 마주하기 힘든 감정들을 의식의 표면에서 밀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마치 안전해진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그 감정을 몸의 깊은 저장고에 옮겨놓은 것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저장고가 가득 차면 몸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 감정을 봐야 해.”
예를 들어, 억눌린 분노는 어깨와 목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말하지 못한 슬픔은 가슴을 무겁게 만들며,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두려움은 위와 장의 움직임을 교란시킵니다.
오래된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 긴장은 몸의 기본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 결과 근육은 단단하게 굳고, 혈액 순환은 나빠지고, 신경은 과민해집니다.
그렇게 반복된 긴장 속에서 만성 통증, 소화 장애, 자율신경 실조, 피로감 같은 질환이 나타납니다.
특히 **심리적 외상(trauma)**은 강렬하게 몸에 각인됩니다.
충격적인 경험은 뇌의 기억 시스템을 바꾸고,
몸을 ‘항상 위험한 상태’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별다른 이유 없이 심장이 빨리 뛰거나,
작은 자극에도 위장이 뒤틀리고,
만성 두통이나 근육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몸이 그 감정을 대신 떠안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늘 긴장 속에서 눈치를 보며 자라온 한 아이가 있었다고 합시다.
그 아이는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눌렀고,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긴장을 풀지 못합니다.
그 결과 그는 반복되는 목과 어깨 통증, 만성 두통, 위장 장애를 겪습니다.
의학 검진은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그 통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몸이 기억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순간, 뇌는 ‘이 감정은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신체는 경계 상태를 유지합니다.
소화기능은 저하되고, 혈압은 오르고,
심장 박동은 빨라집니다.
즉, 감정을 억누른 대가로 몸이 지속적으로 긴장 속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몸은 당신에게 끊임없이 말합니다.
“이제 멈춰도 돼. 괜찮아. 들어줄래?”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몸과 마음이 다시 만나는 치유의 문턱에 서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