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흰 가운의 무게, 여전히 예전 같을까?”
4.1.1. AI가 제시하는 ‘정답’
“진료실에 들어온 두 번째 의사”
진료실.
환자가 앉고, 의사가 증상을 듣고, 검사 결과를 펼치는 순간…
옆 모니터에서 AI가 불쑥 말을 겁니다.
AI: “이 환자는 폐렴일 확률 82%. 항생제 A 투여 권장.”
의사: “흠… 그런데 환자 체온이 정상이고, 호흡음이 깨끗한데?”
AI: “데이터 상 폐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사: “…데이터 상으로는 그렇겠지. 근데 사람은 데이터 파일이 아니거든.”
AI의 ‘정답’은 확률이다
AI는 인간처럼 “아마…”라고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가능성 87%”처럼 숫자로 확신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건 ‘수학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
‘당신이 무조건 이 병에 걸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의사의 고민은 시작된다
문제는 환자가 AI의 말을 들었다는 것.
환자는 눈이 반짝이며 묻습니다.
“선생님, AI가 폐렴이라고 하네요. 그럼 제가 폐렴 맞죠?”
의사는 순간, 두 개의 시선을 느낍니다.
환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사람의 눈
데이터로 무장한 AI의 눈(센서)
갈등의 본질
AI의 권고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AI는 환자의 생활 맥락, 미묘한 증상 차이, 검사 환경의 특이점을 모릅니다.
의사는 그것들을 고려해,
“지금은 폐렴 치료보다 다른 접근이 낫다”고 결론낼 수 있습니다.
이 순간 의사의 역할은 정답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정답을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사람이 됩니다.
정리
AI는 ‘정답’을 숫자로 던지고,
의사는 그 숫자를 사람의 이야기로 번역합니다.
앞으로 진료실에서 벌어질 장면은,
한쪽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확률과 맥락이 협상하는 회의가 될 겁니다.
4.1.2. 진료권의 변화 – 단독 결정에서 공동 결정으로
“왕좌에서 회의 테이블로”
옛날 진료실은 단순했습니다.
의사가 차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게 곧 법이자 복음이었습니다.
의사: “이건 폐렴입니다. 이 약을 드세요.”
환자: “네, 선생님.”
끝.
단독 결정, 단일 권위, 단방향 소통.
AI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진료실은 마치 다학제 팀 회의 같습니다.
AI: “폐렴 가능성 82%, 항생제 A 추천.”
환자: “근데 인터넷에 보니 폐렴이면 B 항생제가 더 낫다던데요?”
간호사: “환자분 지난달에 A 항생제 부작용 있으셨어요.”
의사: “…그렇군요. 그럼 C로 가죠.”
의사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는 ‘판사’이지만,
이제 그 결정은 다수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합의안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나
AI의 권고 – 데이터 기반의 ‘제3의 의견’ 등장
환자의 정보 접근성 – 인터넷·모바일로 지식 무장
팀 기반 진료 확대 – 다학제 협진과 전문 간호사의 역할 강화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진료권은 ‘의사 단독 소유’에서 ‘공유 자산’이 되었습니다.
의사의 새로운 기술
이제 의사는 단순한 ‘결정자’가 아니라
의견을 조율하는 중재자
복잡한 선택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번역가
환자와 팀의 신뢰를 잇는 관계 관리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정리
의사의 권위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다만, 그 권위는 왕좌에 앉아 하달하는 권력에서
회의 테이블에서 설득하는 영향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4.13. 최종 책임은 여전히 의사에게
“AI는 말하지만, 의사는 서명한다”
AI가 진단 확률을 제시하고,
치료 옵션을 나열하고,
심지어 약물 부작용 가능성까지 경고해도,
진료기록 끝에 서명하는 건 여전히 의사입니다.
법정에 서는 건 AI가 아니다
만약 AI가 추천한 치료가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AI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전원 버튼을 끄면 그만이고,
사과문이나 법정 출석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모든 질문은 의사에게 향합니다.
“왜 AI 권고를 그대로 따랐습니까?”
“왜 AI 권고를 무시했습니까?”
결국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고 방어해야 하는 사람은 의사입니다.
윤리적 책임도 마찬가지
연명치료 중단, 고위험 수술 여부, 임상시험 참여 같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에는
데이터보다 가치 판단이 더 중요합니다.
AI는 ‘추천’을 할 수 있어도
“이게 환자와 가족에게 옳은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그 대답은 인간 의사의 몫입니다.
결국 의사의 서명은 ‘책임의 도장’
AI는 훌륭한 참모이자 데이터 분석가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의사입니다.
이건 단순한 직업 보호 논리가 아니라,
의료의 본질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리
AI가 점점 더 똑똑해져도,
의사는 ‘결정의 주체’이자 ‘책임의 주체’라는 자리를 유지합니다.
다만, 그 자리가 점점 더 무겁고 복잡해지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4.2.1. 의료 정보의 개방
“비밀의 문이 열리다”
예전엔 의학 지식은 높은 담장 안에 있었습니다.
그 담장은 의대 교재, 전문 학회, 유료 논문, 그리고 복잡한 의학 용어로 이루어져 있었죠.
환자는 의사에게 묻기 전까지
자기 병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열어젖힌 첫 번째 문
웹 검색이 대중화되면서,
환자들은 증상을 입력해 ‘가능한 병 리스트’를 보게 됐습니다.
물론, 검색 첫 페이지는 종종
“두통이 있나요? 뇌종양일 수 있습니다.”
같은 과잉 진단으로 가득했지만,
정보 비대칭을 깨는 시작이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앱이 만든 ‘주머니 속 의학서’
이제 환자는 모바일 앱으로
혈당, 혈압, 심박수, 수면 패턴까지 기록합니다.
심지어 일부 앱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심박 패턴에 이상이 있습니다. 검진을 권장합니다.”
라고 알려줍니다.
AI 건강 비서의 등장
웨어러블·챗봇·건강 플랫폼이 합세하면서
환자는 24시간 의료 상담을 받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물론 진단을 확정하진 못하지만,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내 상태는 이렇고, 필요한 검사는 이거”라는 준비를 마치게 합니다.
결과 – 정보 격차의 축소
정보가 개방되면서,
환자는 더 이상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에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건 의사에게는 ‘전문성 설명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환자와 더 깊이 소통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리
의료 정보의 개방은
의사 권위의 기반이던 ‘정보 독점’을 무너뜨렸지만,
그 자리에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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