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017] 나의 강점을 잘 아는 브랜드
Filter017
[Filter017]은 무려 2004년에 대만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처음보는 아웃도어 브랜드인데 꽤 오래되었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천천히 들여다보니 참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여서 생각할꺼리가 많았습니다. [Filter017]은 2004년 대만에 브랜드를 설립할 당시에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Filter017]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설립한 브랜드인데요, 원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이미지 요소를 창작하고 출력하는 그래픽 스튜디오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네임인 Filter는 여러가지 이미지를 나만의 시각, 감각으로 걸러내고 필터링 한다는 의미에서 왔고, 017은 그 발음이 창립자의 이름과 유사해서 붙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겪어온 스텝을 소개한 창립자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첫 단계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고 팀을 꾸려 이미지를 출력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5년, 브랜드의 두번째 단계는 스튜디오 개념에서 편집 매장으로 브랜드를 전환한 것입니다. 2011년에 [Filter017]은 대만 台中市에 셀렉스토어 [Crealive Dept.]를 열게됩니다. 그래픽을 다루는 본업으로 이미지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장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해요.
나와 시장의 크로스오버
여기서 브랜드가 전환과 발전을 이루는 발상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2010년은 전세계적으로 아웃도어 트렌드가 차츰 확대되던 시기로 여러 대형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가 아웃도어 시장으로 촉을 세우던 시기였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에서도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성장을 노리던 시기였구요. 전통 스포츠 브랜드들은 일상화되고, 패션 브랜드들은 스포티해지는 크로스오버의 시대였던 것이죠.
이런 시장의 기회를 포착한 창립자는 본인의 스타일과 '아웃도어 라이프'라는 카테고리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합니다. 2011년 탄생된 편집샵 [Crealive Dept.]은 이러한 발상의 콜라보를 바탕으로 아웃도어 스타일 편집샵으로 성장합니다. 아메리칸 레트로 스타일을 좋아하고 추구하던 개인에서 시작된 독창적인 디자인 스타일은 브랜드로 옮겨가며 점차 [Filter017] 브랜드의 스타일로 다듬어집니다. '나=브랜드' 였던 개인브랜드에서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브랜드로 정립시킨 것이죠.
셀렉스토어 라는 실험의 기회
[Crealive Dept.]라는 편집샵 모델을 운영하며 [Filter017]의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하는데요, 편집샵을 운영하게되면 여러 브랜드들을 만나고 셀렉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겠죠. 이런 과정이 향후 자체브랜드 [Filter017]를 만드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을테구요. 창립자의 이야기처럼 편집샵 매장의 운영은 마치 '브랜드 실험실'과 같은 경험이었다고 해요. 여러 만남은 여러 기회를 뜻하기도 하니까요.
오픈시나리오
편집샵 이후 [Filter017] 은 자체브랜드인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아웃도어와 스트릿패션을 결합한 어번 아웃도어로 녹여 자체브랜드를 정착시키는 단계로 접어듭니다. 의류를 주로하고 있지만, 여타의 의류 브랜드와는 가는 길이 달랐어요. 어짜피 처음부터 의류라는 '카테고리 전문브랜드' 라기보다는 'Filter017만의 스타일'이 브랜드의 정체성이었으니까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들이 룩북에서 '어떤 스타일을 입는가'에 집중할때, [Filter017]은 '어떤 스타일을 사는가'에 집중했습니다. 스타일은 입는것 뿐 아니라 먹는것에 공간에, 가는 곳에, 쓰는 물건에... 생활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Filter017]은 한 타겟이 속한 라이프 스타일 장면과 라이프 사이클을 연구합니다. 그래서 옷 외에도 스타일 캠핑용품, 소형 생활용품, 인테리어 소품, 장난감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죠. 나아가서 앞으로의 시장은 아웃도어 용품을 인도어에서도 사용하는 홈 아웃도어 퍼니쳐로 옮겨갈 것이라 확신하며 제품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요리도구, 소형가구, 조명 같은 것들입니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면서도 충분히 내 스타일인 제품을 소비하는 시대이니까요. 마치 [Filter017]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그러하듯이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Filterl017]이 성장해온 과정을 읽고 보며 여러가지 잘한 점들을 꼽을 수 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을 잊지 않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 실제로 [Filter017]의 모든 이미지 작업 (사진촬영, 제품 카달로그, 영상, 포스터, 브랜드매뉴얼, 매장 인테리어 등)은 모두 자체 제작이라고 해요. 샤오홍슈나 도잉같은 매체들을 통하면서 얼마든지 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만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니치브랜드로서 브랜드의 차별점과 핵심이 여전히 '이미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했잖아요. 이제 의류브랜드 이기도하고, 캠핌 브랜드이기도 하고 여러 매개체를 통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브랜드의 핵심은 '이미지와 스타일'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난히 공동 브랜드로 콜라보 작업을 잘하는 브랜드이기도 하죠.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매개체의 '믹스 스타일' 자체가 브랜드의 코어였으니까요.
오늘 글을 쓰면서 한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참 의미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성공한 브랜드를 보면 참 복이 많네, 때때마다 저렇게 기회가 열리다니!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브랜드를 잠시라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실 거에요. 저 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었을지 말이죠. 그때마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며 본질을 잃지 않고 트렌드 속의 기회를 잘 포착해낸 [Filter017]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