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 중 하늘은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대상이다. 빌딩 숲에서 하늘을 보려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스마트 폰과 컴퓨터 업무에 익숙한 처지에 그 자세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또 생각에 몰두하느라 막상 눈에 보여도 하늘빛이 어떤지 감상하기 쉽지 않다.
오늘 아침 하늘이 내게 다가온 건 내가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나이가 그 준비에 한몫이라고 본다.
나는 1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가진 고정관념 때문에 현관을 벗어난 공간이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 볼 일이 없으면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옆 집 어린이 집 화단 텃밭이 궁금해지면서 수시로 현관문을 열고 나가기 시작하자 넓은 아파트 화단이 내 마당 같은 느낌이 든다. 갑자기 공간이 넓어졌다. 수목 소독으로 창문도 닫아야 하고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천덕꾸러기라 느꼈던 내 집이 어느 순간 마당 넓은 집으로 변한 건 순전히 또 나이 탓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예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의식의 전환이 미래에도 펼쳐질 것이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노년기 삶을 한 번 잘 살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